(기업탐방)“돼지고기도 시스템이다!”
(블루칩을 찾아서) 브랜드 돈육시장 국내 1위-선진
출생부터 고기 유통까지 전 과정 아우르는 수직계열화
2009-07-16 16:48:46 2009-07-16 20:17:17

[뉴스토마토 손효주기자]  경기도 안성에 있는 한 식육가공공장.

 

점심시간이 막 끝난 나른한 시간이지만 이곳의 직원들은 도축 과정이 끝난 돼지고기를 부위별로 나누고 손질하느라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지난 1992년 국내 최초로 브랜드 돈육 ‘선진크린포크’를 출시하면서 국내에 돼지고기 브랜드 시대를 연 축산전문기업 '선진'이 운영하고 있는 식육공장.

 

선진은 국내 최초로 돈육사업의 수직계열화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높은 품질의 믿을 수 있는 고기를 공급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돼지가 태어나는 단계부터 사육, 사료, 사양관리, 식육, 유통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한데 아울러 한 기업이 통제하는 것을 수직계열화라 부른다.

 

“프랜차이즈 음식점에서 같은 상표를 달고 있음에도 맛이 다른 경우가 있지 않습니까? 이런 경우 소비자들의 신뢰를 뚝 떨어지죠. 돼지고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제나 같은 맛을 내는 좋은 품질의 돼지고기를 만들기 위해 수직계열화를 도입한 것입니다.”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선진사료공장에서 만난 이범권 사장은 ‘선진크린포크’라는 브랜드를 단 돼지고기들이 모두 같은 맛을 내게 하는 ‘품질균일화’를 위해 3개의 직영농장과 170여개의 계열농장 그리고 200여개의 회원농장에 모두 선진의 계열사인 선진사료가 생산하는 동일한 사료를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육되는 돼지들이 같은 사료를 먹고 같은 사양관리를 받고, 또 동일한 환경을 갖춘 농장에서 자란 다음 같은 도축과정을 거쳐야 언제나 동일한 맛의 돼지고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사장의 설명이다.

 

이 사장에 따르면 이 모든 과정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유전형질을 같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선진은 이른바 '씨돼지'라 불리는 한국형 종돈을 연구개발하는 1차 생산기지인 GGP(Great Grand Parent) 농장을 만들어 한국형 순종모돈을 생산하고 이를 통해 훗날 '선진크린포크'라는 브랜드를 붙이게 될  모든 돼지의 유전 형질을 비슷하게 만들고 있다.

 

이 사장은 “현재 대부분의 양돈 농가와 축산기업들이 높은 비용을 들여 외국에서 씨돼지를 들여와 키우고 있다”며 “선진의 최종목표는 수입 씨돼지에 전혀 의존하지 않는 시스템을 만들고, 나아가서는 국산 씨돼지를 수출까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4조원이 넘는 국내 돼지고기 시장(수입산 제외, 국내 도축 돼지 기준)에서 50% 가량을 차지하는 브랜드돈육 시장. 그리고 그 시장에서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선진이지만 악재도 없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13일 타결이 선언된 한-EU FTA(자유무역협정).

 

이 협정이 비준을 거쳐 발효되면, 유럽에서 수입되는 냉동삼겹살에 부과되던 25%의 관세가 15년안에 철폐되고, 삼겹살을 제외한 기타 부위의 관세는 5년 안에 철폐될 예정이다.

 

그러나 선진측은 이런 수입돼지고기 확산 위협을 잘 극복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 사장은 “최근 선진은 오픈마켓인 G마켓을 통해 소비자에게 더 빠르게 다가가고 있으며 공액리놀레산(CLA)이 축적돼 비만을 억제해주는 ‘날씬고기’ 등의 기능성 돼지고기를 출시해 차별화를 하고 있다”며 “이런 판로 다양화, 제품 특성화를 통해 수입산 확산에 적극적으로 대응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건강과 품질에 대한 관심 증가로 소비자들이 미국산을 찾는 비율은 극히 적다”며 “국내산의 고품질과 깨끗함으로 소비자들에게 웰빙식품으로 다가가겠다”고 덧붙였다.

 

뉴스토마토 손효주 기자 karmar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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