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포스트시즌 일정에 한창 분주한 요즘 많은 팬들의 눈은 경기장 밖에 있다. 포스트시즌 전후로 야구계에 재를 끼얹을 만한 악재가 연신 터지고 있고 사안들이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야구계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상 처음 10개구단 체제로 치른 올해 KBO리그는 역대 최다 관중을 불러왔다. 전국을 강타한 메르스(MERS : 중동호흡기증후군) 파동을 극복하고 이룬 성과라 더욱 의미있다. 그러나 포스트시즌 기간에 발생한 이런 악재는, 좋은 마무리에 찬물을 끼얹을만 하다.
서울히어로즈㈜(2015년 구단명 '넥센히어로즈')의 팬들이 최근 알려진 팬 카페 팬과 일반 개인 팬 사이의 차별 대우에 대해 항의하면서 만든 이미지. 이미지/팬 제공 서울히어로즈㈜(2015년 구단명 '넥센히어로즈')의 팬들이 최근 알려진 팬 카페 팬과 일반 개인 팬 사이의 차별 대우에 대해 항의하면서 만든 이미지. 이미지/팬 제공
◇'일반 팬 차별' 논란에 넥센 포스트시즌 매진 실패
지난 2013년부터 최근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위업을 이룬 프로야구단 넥센 히어로즈는 올해 포스트시즌 경기 당일을 앞두고 팬(Fan) 차별과 관련된 논란으로 다수 팬들의 거센 맹비난을 받았다. 결국 이 건은 포스트시즌 '비매진'이라는 흥행악재로 돌아왔다.
다양한 개별 사안이 얽혀 발생한 논란이다. 시즌 후반 순위 경쟁이 치열해 올해 열리는 포스트시즌 대진이 경기 당일에 임박해 결정된 특수 상황에, 업무 편의를 꾀하던 넥센 프런트의 그릇된 판단과 인원 부족 등이 겹치며 벌어진 촌극이다. 한정된 시간에 업무를 빠르고 간편하게 마치려다 형평성과 공정성 등을 챙기지 못해 설화가 폈다.
시작은 포스트시즌 경기의 입장권에 대한 팬 카페 사전배정 조치다. 그간 넥센은 포스트시즌 행사를 여는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우선 배정받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의 경기 입장권 일부를 시즌권 보유자(연간회원)에게 미리 팔곤 했다. 하지만 시간이 촉박한 올해는 주요 팬 카페 3곳에만 신청을 받았고, 이런 사실이 온라인을 통해 알려지자 팬들은 크게 비난했다.
사안은 이것으로 종결되지 않았다. '일반 개인 팬'을 자처하는 다수의 넥센 팬들은 프런트가 팬 카페에 대해 특혜를 줬던 사안을 다 찾아내 비난을 이었다. 송지만 선수 은퇴식을 팬 카페에만 미리 알렸던 점, 시즌권 할인과 공유를 묵인한 점 등이 집중 거론됐다. 결국 넥센은 모두 세 번에 걸쳐서 공식 홈페이지에 장문 사과문을 게재해야 했다.
구단에서 이장석 대표 명의로 사과문을 잇따라 올렸지만 그래도 성난 팬심은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넥센 팬들이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 1~4차전의 '직관' 대신 '집관'(집에서 TV나 인터넷 등으로 경기를 보는 행동을 뜻하는 신조어)을 택했고, 잠실구장은 물론 목동구장도 넥센 팬들이 많은 3루방향 좌석은 빈 자리가 많았다. 넥센과 연계된 5번의 포스트시즌 경기에는 연속 비매진이 이어졌다.
5월26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5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에서 LG가 공격인 5회말 2사 1번 오지환의 파울타구를 KT 포수 장성우가 잡으려다 놓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장성우 SNS 논란'은 결코 끝나지 않아
정규시즌이 끝나고 포스트시즌 시작을 앞둔 지난 8일 KT의 포수 장성우(25)의 전 여자친구가 장성우와의 온갖 개인적인 이야기를 폭로하는 글을 SNS '인스타그램'을 통해 수차례 게재한 일명 '장성우 SNS 사건'이 터졌다.
글에는 장성우와 여자친구 사이의 각종 사생활 문제는 물론 감독을 힐난한 내용과 동료 선수를 험담한 내용, 팬을 조롱하는 내용, 유명 치어리더 박기량 씨와 관련된 명예훼손 내용 등이 한데 담겨 있다. 일반인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온라인상에서 일파만파 퍼진 이 글은 박 씨의 고소로써 파장이 급격히 커졌다. 박 씨의 소속사 RS컴퍼니는 12일 페이스북에 게재한 글에 "절대 사실무근의 낭설"이라면서 장성우 전 여자친구의 글 내용을 부인했다. 이어 "지금부터 법적조치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대응할 것이고 적극 해명할 것"이며 "추측성 음해의 글과 확대 재생산 글에 대해서도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박 씨는 13일 수원지검에 장성우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고 이번 고소건의 취하의사는 없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뒤늦게 16일 장성우가 소속 구단인 KT를 통해 이번 사건에 대한 사과문을 내며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버스는 떠난 상황이다.
장성우에 대한 박 씨의 법적조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숨고르며 잠잠해질 듯하던 이번 사건은 뜻밖에 같은 팀 소속 선수인 장시환(27)의 전 여자친구가 17일 새벽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로 재점화됐다. 관계가 소원해진 장시환에 대한 이야기를 써나가던 말미에 "그 여자 치어리더 사건은 진짠데"라는 문구를 적은 것이다. 22일 현재 이 글은 물론 계정도 모조리 삭제된 상황이지만 캡처된 이미지 파일은 온라인 상을 널리 떠돈다.
김인 삼성라이온즈 대표가 20일 저녁 대구시민운동장 관리소 2층 VIP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해외 원정 도박 의혹 파문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사진/뉴시스
◇프로야구 몰락의 우려도 제기되는 '삼성 선수 도박 파문'
넥센과 KT의 논란 이후로 야구계는 여러가지 이야기를 만들었다.
김성갑(전 넥센 2군 감독→현 SK 수석코치)·조원우(전 SK 수석코치→현 롯데 1군 감독) 등 코치 이동과 KIA의 베테랑 선수 은퇴설, 롯데의 손아섭·황재균 해외 진출 포스팅 동시 요청, 최동원 상의 수상자 유희관의 적정성 여부 등이다. 롯데의 모기업 경영권 분쟁에 따른 구단의 향방과 포스트시즌 일부 경기 공중파방송 중계의 취소에 대한 얘기도 이따금 거론됐다.
하지만 15일 TV조선의 단독 보도로 시작된 삼성 주요 선수 해외 원정 도박 파문은 야구계 다른 이슈들을 모두 묻었다. 포스트시즌은 물론 야구계 전반을 흔들 사건이기 때문이다.
TV조선은 지난 15일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이 마카오 원정 도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내사받는 현직 삼성 선수 2명의 출국 사실을 확인했다고 19일 밝히기도 했다.
파문은 '스포츠면'이 아닌 '사회면'에도 게재될 정도로 커졌고, 이번 논란이 급격히 확산되자 김인 삼성 라이온즈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문 발표와 함께 고개를 숙였다.
결국 삼성은 논란의 도마에 오른 선수 세 명을 빼고 한국시리즈에 나선다. 삼성으로서는 전력의 큰 손실을 입게 됐고, 두산이나 NC 중 플레이오프(PO)를 잘 이겨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경기를 한 팀은 이기며 우승해도 일각에서 말하는 차포 뗀 팀과의 경기를 이겼다는 악의적인 비판을 받을 처지가 됐다. 한국시리즈는 아직 시작도 안 했지만 벌써 '악재'가 나온 것이다.
이번 해외 원정 도박 파문은 무혐의로 밝혀지지 않는한, 도박을 했다는 자체로 끝나지 않는다. 광주 조직폭력배와의 연계 가능성, 외화관리법과 관세법 위반에 해당될 외화 환치기 등이 얽혔기 때문이다. 선수가 2~3명에 끝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고, 삼성 외 구단 소속 선수의 이름도 거명되고 있다.
잇단 사건으로 인해 야구 팬들의 이목은 요즘 야구장 바깥에 많다. 사상 최악의 가을야구로 기록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문제는 이와 관련된 책임은 야구계에 있다는 것이다. 야구계가 최근들어 곳곳에서 터지는 잇따른 스캔들을 어찌 해결하고 팬들의 신뢰를 되찾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준혁 기자 lee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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