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본격적인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해외투자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늘고 있다. 부동산과 주식, 예금 등으로 자산을 배분한다 하더라도 국내 자산에만 투자할 경우 한국 경제에 빨간 불이 켜지면 자산전체의 가치가 하락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금융업계에서도 쇼핑이나 비즈니스 등 전 영역이 글로벌화되고 있다며 투자도 시야를 넓혀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산관리 측면에서도 한국에만 투자하는 것은 나머지 98%의 시장을 놓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전세계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1.6%에 불과하며 시가총액으로는 1.4%로 미미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상관관계가 적은 자산에 서로 투자하면 금융시장에 위기가 닥쳐도 손실이 한 쪽으로 쏠리지 않고 포트폴리오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며 글로벌 분산투자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해외펀드 10년간 비과세. 부담 덜어
분산투자가 좋다는 것은 다 아는 것이지만, 사실 개인투자자가 적은 돈으로 여러 자산에 쪼개어 투자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그러나 해외펀드를 활용하면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다. 단, 국내와 달리 해외주식펀드는 세금, 환헤지 여부 등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는 만큼 꼼꼼히 따져봐야한다. 세금은 정부가 내년부터 해외주식에 대한 매매·평가차익은 물론 환차익에 대해 비과세한다는 방침을 정한 만큼 큰 부담을 덜었다. 특히, 투자자 입장에서 눈여겨 볼 것은 투자한 시점으로부터 10년간 비과세혜택을 준다는 점이다. 이 기간 여느 세제혜택상품처럼 가입의무기간이 있는 게 아니며 수익률 추이를 보아 환매해도 비과세혜택이 유지된다.
세금보다 환헤지…실제성과 환노출이 더 좋아
해외펀드를 선택할 때 투자대상에 대한 고려와 함께 간과해서는 안되는 변수가 환헤지다. 여기서 헤지란 위험을 피한다는 뜻으로 환헤지는 환율이 오르거나 떨어져도 수익률이 변하지 않도록 만들어놓는 것을 말한다. 국내에 설정된 해외 주식형 펀드 가운데 환율 변동에 그대로 노출된 펀드(ETF제외)의 설정액은 2조564억원으로 전체 설정잔액(19조3644억원) 중 10.6%에 달한다. 국내 투자자 열에 아홉은 해외투자에서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관리하고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도 해외펀드 투자시 안정적으로 수익을 얻으려면 환헤지가 중요하다고 알려왔다.
그런데 최근 이를 뒤집는 사례가 자주 나오고 있다. 장기투자로 갈수록 또는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록 환헤지보다 환노출형, 즉 헤지를 하지 않은 펀드 수익률이 더 양호한 것이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삼성미국다이나믹자산배분' 펀드의 경우 환헤지형은 1년 수익률이 2.8%를 기록했다.이에 반해 환노출형(언헤지·UH) 펀드는 같은 기간 수익률이 9.4%였다. 이들은 동일한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으며 원·달러 환율 노출 여부에 대해서만 차이가 있다. 또 '미래에셋글로벌그레이트컨슈머'의 최근 6개월 수익률도 같은 포트폴리오지만 환헤지·환노출형 펀드에 따라 수익률이 10%포인트 이상 차이를 보였다.
올 들어 변동성이 가장 컸던 중국 본토 주식에 투자하는 '삼성중국본토중소형FOCUS' 펀드의 경우 환헤지형은 6개월간 수익률이 32.93%인 반면 환노출형은 17.19%로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위안화 절하 이전까지는 위안화 강세에 대한 전망에 우세를 보였지만 위안화쇼크로 하락한 데 이어 달러대비 원화 약세 폭이 더 확대되면서 투자자 피해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환헤지를 한다고 해서 100%환율변동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고 강조한다. 환헤지는 투자시기 등에 따라 투자자에게 유리할 수도 또 불리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장기로 볼 경우 환노출이 환헤지 전략보다 수익률이 훨씬 앞섰다. 미국 S&P500 지수의 경우 환노출(21%)이 환헤지(11%)보다 수익률이 좋았고 유럽지수에 투자하는 경우에도환노출시 손실이 (-20%)이 환헤지(-52%)보다 훨씬 줄었다. 한국 금융투자자보호재단도 2005년 11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자료를 분석했더니 어떤 포트폴리오 전략을 써도 환헤지를 하지 않은 경우가 투자위험은 있지만 수익률 면에서는 훨씬 우월했다는 결과를 내놓았다.증권사의 한 고위임원은 "해외투자가 기본적으로 해당 국가의 경제여건 호전과 해당 통화 강세를 예상하고 이뤄지는 만큼 무작정 환헤지를 하는 것은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흥국은 이중환거래…비용도 고려해야
여기에 환헤지가 공짜가 아니라는 사실을 추가적으로 고려하면 환헤지의 매력은 더욱 떨어진다. 환헤지를 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추가 비용이 들며, 브라질, 아프리카, 동유럽등에 투자할 경우에는 달러화로 환전한 후 다시 해당국가의 통화로 환전하는 이중 환거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투자설명서에 사전적으로 공시되지 않으며, 자산운용보고서에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금융당국도 해외펀드의 경우 내년부터 자산운용보고서에 환헤지로 인한 손익사항 및 파생상품 보유현황 등을 반드시 표기하도록 지도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해당 정보를 정기적으로 확인하여 펀드가 환율을 효과적으로 잘 관리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제원 한국펀드평가 연구원은 "환율위험을 관리하는 것은 해외펀드 선택 및 투자 지속 여부를 결정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며"위험투자를 회피하고 안정적투자를 선호하는 경우 환헤지형에 투자하고 환에 투자하고 싶은 경우라면 역외펀드나 ETF(상장지수펀드) 등을 이용해 따로 투자할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명정선 기자 cecilia102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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