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에 대한 비연임 결정을 놓고 정부와 갈등을 빚던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27일 사의를 표명했다. 이로써 기금운용본부 공사화를 둘러싼 정부와 최 이사장 간 힘겨루기는 사실상 정부의 승리로 끝났다.
앞서 국민연금공단은 지난 9일 홍 본부장에 대해 비연임 결정을 내리고 12일 이 같은 결정을 홍 본부장에게 통보했다. 이후 보건복지부는 13일 공단에 관련 경위를 보고하라는 공문을 내리고 14일 기금이사 비연임 결정에 대한 재검토와 함께 사실상 최 이사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번 사태는 표면적으로 기금이사 연임을 둘러싼 인사권 다툼이나, 본질적인 갈등은 기금운용본부 공사화를 둘러싼 이견에서 출발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실제 최 이사장과 홍 본부장은 기금운용 보고체계를 놓고 오랫동안 충돌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 이사장은 기금운용본부의 주요 투자 건에 대해 자신에게 보고하도록 지시했지만, 홍 본부장은 독립성 보장을 주장해왔다. 특히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당시 홍 본부장이 자체 논의만으로 찬성을 결정한 것이 갈등을 키웠다.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공단은 합병 승인 과정에서 외부 전문위원회의 의견을 묻지 않았다.
이와 별개로 정부는 그간 기금운용의 독립성 확보와 책임성 제고를 명분으로 기금운용본부 공사화를 주장해왔다. 여기에 홍 본부장은 그동안 공사화를 반대하던 최 이사장에 맞서 공단 내부에서 정부의 대변자 역할을 해왔다. 같은 맥락에서 정부가 최 이사장의 사퇴를 요구한 배경에는 홍 이사장에 대한 비연임 결정과 더불어 정부 정책에 반대한 데 대한 ‘괘씸죄’가 반영됐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한편 최 이사장이 끝내 홍 본부장에 대한 비연임 결정을 철회하지 않음에 따라 홍 본부장도 다음달 3일 예정대로 임기를 마칠 것으로 전망된다. 복지부 역시 내부적으로 비연임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공단 내 서열 1~2위가 모두 공석이 될 경우 공단 경영진 공백이 장기화할 우려가 있어 후임 본부장이 결정될 때까지 홍 본부장이 본부장직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에 대한 비연임 결정을 놓고 정부와 갈등을 빚던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27일 사의를 표명했다(자료사진).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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