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까지 충당금 관리로 양호한 실적을 거둔 은행권이 4분기부터는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한계기업을 중심으로 한 구조조정 강화로 충당금 폭탄을 떠안기 때문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 국민, KEB하나,
우리은행(000030) 등 주요 시중은행은 올해 3분기 대손충당금 전입액이 크게 줄면서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신한은행의 3분기 대손충당금전입액은 52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77% 감소했다. 전분기 대비로는 76% 줄어든 액수다. 같은기간 국민은행은 1189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했다. 전분기 대비 36%를 줄었으며, 지난해보다도 42% 감소했다.
KEB하나은행은 3분기 대손충당금전입액은 513억원으로 전분기 2928억 대비 82%나 감소했고, 누적 충당금전입액은 5430억원 전년동기대비 40% 줄었다. 우리은행의 3분기 대손충당금전입액은 2346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40%가 줄었다.
문제는 4분기부터다. 4분기에는 계절적으로 판관비 등 일회성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에 은행의 수익이 줄어든다. 올해는 여기에 기업 구조조정 이슈까지 더해졌다.
최근 은행장들을 불러모은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옥석 가리기를 통해 한계기업을 신속히 정리해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당장 내달 1934개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위험평가를 내놓는다. 대기업을 상대로 한 신용위험평가는 다음 달부터 12월까지 진행된다. 대기업의 경우 지난 7월에 이어 2번째로 이뤄지는 평가다.
은행들은 건전성 재분류와 이에 따른 대출채권 부실화에 대비해 대손충당금도 더 쌓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추가 적립해야 할 충당금 규모는 은행권 전체로 2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부실위험업종(조선·해운·건설·철강·부동산PF 등) 여신은 97조9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기업여신(564조7000억원)의 17.3%에 해당하는 수치다.
부실위험업종의 기업여신 가운데 정상여신의 10%만 고정이하 여신으로 재분류되면 은행들이 추가로 적립해야 할 충당금은 1조7454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현재 금융사는 금감원장이 정한 기준에 따라 자산의 건전성 정도를 정상(기업대출 기준, 충당금 0.85% 이상)과 요주의(7% 이상), 고정(20% 이상), 회수의문(50% 이상), 추정손실(100%) 등 5단계로 분류되는데, 은행들은 이에 따라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5개 위험업종이 부실화될 경우에 은행권 전반적인 타격이 예상되지만 일반은행 중에서는 우리은행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은행은 요주의이하여신 비율(9.2%)과 기업여신 대비 위험업종여신 비중(20.6%)이 가장 높아 그만큼 부실화에 따른 영향이 가장 클 것으로 나타났다. 매각을 앞둔 우리은행 입장에서는 악재일 수밖에 없다.
미국 금리 인상이 연말쯤 이뤄질 경우 내년 들어서는 대손충당금이 10% 이상 급증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국내 시장금리가 동반 상승해 대출채권 부도확률이 커지기 때문이다.
임형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회복 지연과 채권 은행에 대한 기업 구조조정 노력에 대한 관리 강화로 충당금이 올해 대비 10% 증가한 11조원 수준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시중은행장 초청 조찬 간담회에서 조속한 한계기업 정리를 주문했다. 사진/뉴시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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