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두산이 삼성의 통합5연패(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달성의 희망을 깨뜨리고 가을야구 왕위에 올랐다. 삼성은 믿었던 장원삼이 무너지며 경기 초반부터 고전했고 두산은 굴러들어온 득점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점수로 연결해 결국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는 3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 상대 2015시즌 한국시리즈(KS) 5차전 대결에서 2-13의 대승을 거두면서 시리즈 전적 총 4승1패로 KS를 우승으로 마무리했다.
이로써 2005·2007·2008·2013년 이후 4전5기 끝에 'V4'의 대업을 이룬 두산은 2001년 10월28일 이후 5116일만에 우승 트로피를 따내게 됐다.
KS 최우수선수(MVP)는 두산 정수빈이 됐다. 기자단 투표 유효표 66표 중 41표(62.12%)를 받은 정수빈은 기아자동차가 제공하는 신형 K5 디젤 승용차를 받게 됐다. 정수빈은 5차전서 쐐기 3점포를 날린 것은 물론, KS 1~5차전 중 14타수 8안타 5타점 6득점으로 맹활약했다.
선취점은 두산이 1회말 뽑았다. 두산은 2사 이후로 나온 민병헌과 김현수의 연속 안타로 2사 1, 2루 찬스를 엮었고 이때 양의지가 좌중간을 활짝 가르는 2루타를 치며 주자 두 명이 홈을 들어왔다. 두산 팬들의 환호성이 터졌다.
다음 점수도 두산이 냈다. 3회 1사 이후 민병헌의 좌전안타와 양의지의 볼넷 등으로 2사 1, 3루 득점 찬스를 만든 두산은 박건우의 좌중간 적시타에 민병헌이 홈으로 들어오며 3점째를 써냈다.
두산의 3회 득점은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 오재원의 볼넷을 통해 만든 2사 만루 타점 기회에 고영민의 좌중간에 떨어지는 2타점 적시타가 터지면서 주자 양의지와 박건우가 차례차례 홈을 지나친 것이다.
삼성은 투수를 장원삼에서 정인욱으로 바꾸며 위기를 탈출하려 시도했다. 그러나 김재호의 좌선상 안타가 이어져 오재원도 홈으로 들어온다. 후속 허경민이 타석에 올라선 2사 1, 3루 상황에 삼성의 폭투까지 나와 두산은 3회말만 5득점을 이뤘다.
4회 삼성은 첫 점수를 냈다. 배영섭이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해 만든 2사 2루 득점 찬스에 박석민이 우익수 뒤에 떨어지는 2루타로 배영섭을 홈에 불렀다. 1차전처럼 삼성의 대반격이 시작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오히려 두산이 5회말 2점을 얻으며 삼성와 격차를 키웠다. 4회 1사 이후 마운드에 올라선 박근홍이 5회 박건우는 땅볼로 잡았지만 이후 오재원과 오재일은 연이어서 볼넷으로 내보낸다.
삼성 벤치는 이때 네 번째 투수인 심창민을 마운드에 올렸지만, 심창민은 9번타자 김재호를 볼넷으로 출루시켜 만루 위기를 자초한 이후 허경민과 정수빈에 땅볼과 2루타를 내주며 오재원과 오재일이 차례로 홈을 밟게 했다.
두산이 1-9로 앞서는 상황에 삼성 팬들의 얼굴에는 어두운 표정이 적잖았다. 이 때 삼성이 한 점 추가로 삼성 팬들의 근심을 잠시 풀었다. 7회초 선두타자 이승엽의 우익수 오른쪽에 떨어지는 2루타, 박한이의 우전안타, 이지영의 유격수 앞 땅볼을 엮으면서 점수를 더한 것이다. 두산 벤치는 마운드의 유희관을 나바로로 바꾸며 실점을 막으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하지만 삼성의 점수는 더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두산이 점수를 더했다. 7회말 오재원의 중전안타와 허경민의 볼넷을 통해 만든 2사 1, 3루 추가 득점 찬스에 정수빈이 우익수 뒷 담장을 넘어가는 쐐기 투런포를 날린 것이다. 2-12로 두산이 앞서는 상황이 되자 일부 삼성 팬들은 슬슬 짐을 싸기 시작했다.
삼성 벤치는 마운드를 계속 바꾸면서 실점을 막고 추가득점·대역전을 준비했다. 그러나 오히려 두산이 8회말 1점을 뽑고 삼성은 점수를 더하지 못했다. 9회 1사 1루 상황에 두산 벤치는 마운드를 니퍼트 이현승에게 맡겼다. 이현승은 구자욱과 배영섭을 연이어 삼진으로 잡아냈고, 두산의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이 확정되면서 서울 잠실의 하늘에는 축포가 잇따라 쏘아졌다.
3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5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5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두산이 공격하는 3회 2사 1, 3루 상황에 김재호가 좌중간 1루타를 치고 환호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날 양 팀 선발 투수는 비슷한 사항이 많았다. 두산 유희관은 1차전 '6이닝 8피안타 2탈삼진 2사사구 5실점'으로, 삼성 장원삼은 2차전 '6이닝 7피안타 3탈삼진 1사사구 4실점'으로 패전을 겪은 바 있다. 또한 두 투수 모두 구속이 아닌 제구를 통해 타자를 상대하는 투수다. 패전을 한번씩 겪은 둘중 누가 5차전에서 웃게 될지 경기 전부터 세간의 이목이 많이 모였다.
그러나 팀의 운명을 선명히 가르는 이날 경기에서 둘의 모습은 확연히 달랐다. 유희관은 6회까지 90구를 던지며 '5피안타 1탈삼진 2실점'의 빼어난 모습을 보였다. 반면 장원삼은 3회 2사 상황까지 무려 67구를 던진 끝에 '8피안타 2볼넷 2탈삼진 7실점'으로 부진했다.
덕분에 두산은 '계획대로' 유희관 이후로 평소 선발투수로 나선 니퍼트를 이날 불펜투수로 올려 경기를 승리로 마쳤고, 반면 삼성은 경기 초반부터 팀의 불펜을 모두 가동해야했다. 장원삼 이후 삼성은 정인욱(0.2이닝)-박근홍(1이닝 2실점)-심창민(0.2이닝)-백정현(1이닝 1실점)-신용운(1이닝 2실점) 등을 마운드에 올리면서 막판 반전의 계기를 노렸지만 불펜의 실점이 이어지고 타선도 터지지 않으면서, 끝내 패전을 맞아야 했다.
두산의 타선은 득점할 기회에 집중력을 발휘해 대량 득점에 성공했다. 5회 1사 이후의 5득점이 그렇게 기록됐다. 정수빈(5타수 3안타(1홈런) 4타점 1득점)-민병헌(5타수 2안타 2득점)-김현수(4타수 3안타 1볼넷 2득점)-양의지(4타수 2안타 1볼넷 2타점 1득점)-박건우(5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오재원(2타수 2안타 2볼넷 1타점 3득점)로 이어지는 고른 활약이 바탕이 됐다. 9번타자인 김재호(4타수 2안타 1볼넷 1타점)도 분전했다.
삼성 타선은 두산 선발 유희관에 꽁꽁 막혀 점수를 내지 못했고, 유희관을 상대로 산발 5안타를 치며 패전을 자초했다. 7회부터 등판한 니퍼트에개도 삼성은 타격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승엽과 박한이 외에는 2안타를 기록한 선수가 없었다. 결국 삼성은 그렇게 두산에 이날 경기를 대패해 통합5연패 희망을 접어야 했다.
2015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짓고 환호하는 두산 베어스 선수단. 사진/뉴시스
이준혁 기자 lee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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