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한국은 물론 일본도 평정한 '빅보이' 이대호(32)의 눈은 더욱 큰 무대로 향하고 있었다. 30대 중반이라는 나이에 다다른 그는 이제 자신의 오랜 꿈인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중이다.
이대호는 3일 오전 서울 반얀트리 클럽&스파에서 귀국 및 향후 거취를 설명하는 기자 회견에 참석해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 도전할 것을 선포했다.
먼저 이 자리에서 이대호는 "저를 아끼고 대신 노력해주는 많은 분들을 통해 지금 자리에 왔다. 야구를 즐겁게 할 수 있어서 좋았고, 나름 최선을 다한 결과 좋은 성과를 냈다. 힘든 상황도 있었지만 가족과 주위 분들의 도움으로 여기에 왔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대호는 이어 "이제 30대 중반이 되면서 야구 인생의 불꽃을 태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구선수라면 누구나 동경해왔던 메이저리그에 대한 꿈을 향해 마지막으로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소프트뱅크 구단의 배려로 메이저리그 도전의 첫 발을 내딛게 됐다"고 말했다.
이대호. 사진/뉴스1
◇한국 11년, 일본 4년…항상 최고 자리에 있던 이대호
이대호는 지난 2013년말 소프트뱅크와 2+1년, 최대 20억엔(한화 약 203억원) 조건에 입단 계약을 체결했다. '+1년'은 이대호가 행사가능한 권리였다. 한 해를 더 소프트뱅크 선수로 머물러도 되고 떠나도 되는, 이대호에 유리한 조건이다.
그는 2001년 한국 프로야구단 롯데 자이언츠를 통해 프로에 데뷔, 2011년까지 11시즌동안 1150경기에 나서 225홈런 809타점, 타율 3할9리의 성적을 거뒀다. 지난 2010년에는 타격 7관왕에 오르며 최우수선수(MVP)가 되기도 했다.
이대호는 지난 2012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고 일본으로 떠났다. 오릭스(2012~2013시즌)와 소프트뱅크(2014~2015시즌)에서 이대호는 4년간 570경기에 나서 98홈런 348타점, 타율 2할9푼3리의 성적을 냈다. 투고타저(投高打低)로 일컫는 일본 리그에서 외국인이 거둔 성적임을 감안하면 매우 빼어난 기록이었다.
한국 리그에서 우승한 경험이 없던 이대호는 일본 리그에서 우승의 한을 풀었다. 2014년 소프트뱅크에 입단해 우승을 경험했고 올해는 일본시리즈에서 2홈런 8타점, 타율 5할(16타수 8안타)의 맹타를 휘둘러, 시리즈 MVP가 되는 영예를 안았다.
◇"이틀 전 최종 결정, 만약 좌절되면 다시 소프트뱅크로"
이대호는 현재 소속팀 소프트뱅크의 배려로 미국 진출을 향해 달린다. 지난 2013년말 계약 당시 조건에서 이미 '2+1'로 미국행의 가능성을 열어뒀고, 설령 미국행이 좌절된다 하더라도 이대호는 다시 올해처럼 소프트뱅크의 유니폼을 입는다.
이대호는 "이틀 전에 소프트뱅크에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고, 소프트뱅크의 배려 속에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하게 됐다"면서 "만약 메이저리그와 계약에 실패하면 소프트뱅크와 다시 계약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메이저리그 진출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대호가 소프트뱅크에 잔류하게 되면 보장되는 금액만 6억엔(한화 약 53억원)에 달한다. 올해 5억엔(한화 약 47억원)보다 많다. 일본 리그에서 외국인 최고 연봉 기록이다.
MLB 구단의 경우 이대호에게 이보다 적은 보장 금액을 제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대호는 도전을 바라고 있었다.
그는 "MLB에 진출하면 나는 신인"이라며 "프로에게 돈은 자존심이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지금은 나를 원하는 팀, 내가 뛸 수 있는 팀을 먼저 생각하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이대호. 사진/뉴스1
◇"박병호의 진출, 서로 방해되는 것은 아냐"
이대호와 함께 부산 수영초등학교에서 어린 시절 함께 야구했던 추신수(33·텍사스레인저스)는 이대호에게 좋은 친구이자 동시에 자극을 안기는 경쟁자다.
이대호는 추신수와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추신수는 미국에서 마이너리그부터 시작해서 많은 고생을 하며 지금 위치까지 왔다. 나도 한국과 일본에서 고생을 했다"며 "추신수는 성공할 줄 알았다. 나도 추신수와 함께 미국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추신수와 함께 박병호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박병호(29·넥센히어로즈)는 지난 2일 MLB 사무국에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을 신청해 미국 진출을 위한 첫 발을 딛었다.
FA인 이대호는 아무 이적료(포스팅 비) 없이 MLB 구단과 계약 가능하다. 그렇기에 '거포 1루수'로 비슷한 유형인 이대호와 박병호가 MLB 진출을 동시 선언하면 서로 불리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그동안 많았다.
이에 대해 이대호는 "박병호와의 동시 미국 진출 추진이 서로에게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둘 다 좋은 결과를 얻고, MLB에서 같이 활약한다면 정말 좋은 그림이 나올 것"이라고 오히려 기대를 표했다.
이어 그는 "박병호는 한국에서 제일 잘 치는 정말 훌륭한 후배다. MLB에서 당연히 관심을 보일 것"이라면서 자신과 함께 미국 진출 추진을 하게 된 후배 선수도 응원했다.
이대호. 사진/뉴스1
◇"당분간 프리미어12에 집중할 것, MVP스포츠그룹과 함께 협상"
이대호는 앞으로 올해 새롭게 에이전트 계약을 맺은 MVP스포츠그룹과 함께 MLB 진출을 꾀한다.
MVP스포츠그룹은 유명 에이전트 댄 로사노가 지난 2010년 설립한 회사다. 알렉스 로드리게스, 앨버트 푸홀스, 카를로스 벨트란, 조이 보토, 지미 롤린스 등 초대형 선수 다수의 계약 협상을 대리 중이며 한국에서는 몬티스스포츠매니지먼트와 협력관계다.
기자회견 후 이대호는 프리미어12를 위해 준비 중인 야구 국가대표팀에 합류한다. "당분간 게임(프리미어12)에만 집중할 것"이라는 이대호의 구체적 계약 내용과 향후 거취에 대한 상세한 점은 프리미어12 이후 결정된다.
프리미어12에 대한 각오와 향후 계약에 대해 그는 "나는 야구선수다. 지금은 특별히 한국을 대표해 뛰는 국가대표 선수"라며 "당분간은 야구에만 집중하고 계약 문제는 에이전트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이대호는 지난 2년간 그가 소속됐던 야구단인 소프트뱅크 관계자와 팬들을 향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그는 "지난 2년 동안 너무 행복했다. 우승하고 싶어서 소프트뱅크에 왔는데 2년간 우승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일본 생활의 소감을 밝힌 후 "열정적인 소프트뱅크 팬과 좋아해주신 후쿠오카 시민들, 잘 챙겨주신 프런트와 감독·코치님께 감사하다. 외로워할 나를 위해 한국어를 배워와 얘기해주던 동료 선수에게도 고맙다"고 말했다.
이대호. 사진/뉴스1
이준혁 기자 lee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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