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짱)①'거대 투자와 거대 수익' 레알 마드리드
공격적인 스타 마케팅으로 매해 '돈방석'
2015-11-10 06:00:00 2015-11-10 06:00:00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스포츠에서 '라이벌'은 서로 이기거나 앞서려고 겨루는 맞수이자 같은 길을 걷는 상대를 뜻한다. 그런데 같은 종목이 아니더라도 라이벌이라 불릴 만한 관계가 성립하는 경우가 있다.
 
경제적 관점에서 바라볼 때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의 레알 마드리드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뉴욕 양키스 사이 관계가 그렇다. 스포츠 팬들의 경우 대개 여러 종목을 다양하게 즐긴다는 점, 스포츠 산업이 결국 하나의 거대한 파이를 두고 서로 이익을 나눠가져야 하는 운명이라는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고의 구단'이라는 가치를 향해 달리는 이들은 또 하나의 라이벌이라 불릴 만하다.

이들 구단의 운영진은 경제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경기장 바깥에서 치열하게 주판알을 튕긴다. 전 세계 최고 시장가치를 지닌 축구팀과 야구팀에 매번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이들 구단은 과연 어떤 마케팅 전략과 운영 철학을 내세우고 있는지 알아보자. (편집자)
 
'거대 투자와 거대 수익' 레알 마드리드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는 축구가 세계적인 스포츠라는 것을 입증하는 구단이다. 레알이 펼치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찬찬히 살펴보면 세계무대에서 통하는 스포츠가 축구라는 걸 그들이 자신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2000년 7월에 부임한 플로렌티노 페레즈(68, 사진) 회장은 15년간의 운영을 통해 레알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만지는 구단으로 만들었다. 유럽축구연맹(UEFA)이 최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레알 마드리드는 5억5000만유로(약 7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유럽 축구단 중 가장 많은 수익을 달성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플로렌티노 포레즈 구단주. 사진/구단 홈페이지
 
"스타 선수를 싹쓸이한다", "돈을 퍼부어 성적을 내려 한다"는 비판을 끊임없이 받고 있지만 수익 창출이라는 구단의 기본조건에서 보면 흠이 없는 셈이다. 역대 이적료 1~2위에 올라있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와 가레스 베일(웨일스)을 보유하고도 살림살이가 끄떡없는 레알의 이런 마케팅은 그들의 축구만큼이나 화려하고 공격적이다.
 
레알의 마케팅 중 으뜸으로 꼽히는 것은 상업권 분배다. 레알은 선수가 벌어들이는 상업적인 수익의 40% 이상을 구단이 챙겨가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는 호날두나 베일 같은 스타 선수가 축구장 밖에서 광고나 기타 활동으로 돈을 벌 경우 구단에 지급해야 하는 금액을 뜻한다. 과거 지네딘 지단(프랑스)이나 데이비드 베컴(잉글랜드) 같은 시대의 축구 아이콘들도 이 조항을 적용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레알에 소속된 스타 선수가 100억원을 받고 광고를 찍을 경우 구단은 앉아서 40억원을 벌어들이는 것이다.
 
이런 레알의 정책은 철저한 스타 마케팅에서 나온다. 축구 실력뿐만 아니라 외모나 언행 등으로 스타성이 있는 선수를 사들여 경기장 밖에서의 수익에 주력하는 것이다. 천문학적인 중계권료나 날개 돋친 듯 팔리는 레알 선수들의 유니폼은 구단이 비싼 선수를 데려오면서도 그들의 임금 이상을 기대할 수 있게 하는 수익 지점이다. 레알의 스타 마케팅은 지난해 기준으로 2억3000만유로(약 2800억원)를 벌어들인 것으로 집계됐는데 절반에 가까운 구단 수익이 여기서 나오는 것으로 추산된다.
 
레알을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엘 클라시코'도 구단 마케팅의 구심점이다. 레알과 FC바르셀로나(이하 바르샤)가 맞붙는 이 전통의 라이벌전은 팬들의 두 눈을 끌어당기는 세계적인 경기다. 1902년 5월13일 첫 맞대결 이후 100년 넘게 이어온 역사를 자랑하는데 그 가운데 두 팀 모두에 몸담았던 선수들은 생명의 위협을 받기도 하는 등 축구 그 이상의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한국과 2002한일월드컵에서 만났던 루이스 피구(전 포르투갈 대표팀)는 바르샤 주장을 맡았다가 레알로 이적했다는 이유로 엘 클라시코에서 안전 요원들의 보호대상 1호가 되기도 했다.
 
열기만큼이나 엘 클라시코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경제적 가치를 자랑해 레알을 웃게 만들고 있다. BBC와 CNN을 비롯한 외신들은 올해 초 최대 4억명의 시청자가 엘 클라시코를 봤을 것으로 추정했다. 자연히 두 팀이 얻은 중계권료로 관심이 쏠리는데 레알과 바르샤는 각각 1억4000만 유로(약 2000억원)의 중계권 계약을 방송사와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스페인 내 다른 축구팀들 평균 계약 금액보다 12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20세기 최고의 클럽'으로 평가 받아
 
경제 잡지 '포브스'의 지난 5월 보도에 따르면 레알은 지난 2013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축구클럽 1위를 차지했다. 포브스는 레알이 32억6000만 달러(약 3조7000억원)의 시장 가치를 지닌다고 평가했다. 이는 전 세계 축구 구단 중 가장 높은 시장 가치다.
 
사진/구단 홈페이지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을 퍼부어 그 이상을 거둬들이는 레알의 행보는 성적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레알은 월등한 성적으로 "돈으로 축구판을 어지럽힌다"는 비판을 상쇄하고 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레알이 세운 10번의 우승은 역대 최고 우승 횟수다. 이른바 '라 데시마'로 불리는 상징적인 지표이자 전 세계 축구팀 중 최초의 기록이다. 이는 레알 다음으로 우승 횟수가 많은 AC밀란(이탈리아·7회), 바이에른뮌헨(독일), 리버풀(잉글랜드), 바르샤(스페인·이상 5회)와 비교해도 큰 차이다. 챔피언스리그는 유럽 내 최고의 축구팀을 가리는 동시에 세계축구의 중심에 선다는 자부심이 높은 대회다. 여기서 레알은 기록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레알은 스페인 프로 무대인 프리메라리가에서도 우승 경험이 가장 많다. 리그 32회 우승, 코파 델 레이 19회 우승 등의 기록은 '챔피언스리그의 챔피언'이라는 수식어와 더불어 빼놓을 수 없는 레알의 우승 기록이다. 1902년 창설돼 100년이 넘는 구단 역사 이래 레알은 수없이 많은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우승 신화를 써왔다.
 
이러한 레알의 각종 기록은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 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IFFHS)은 지난 2009년 20세기 최고의 팀을 뽑으며 레알을 첫손에 꼽았다. IFFHS는 20세기 우승 횟수와 자체 순위 등으로 레알을 이같이 평가했다. 앞서 2000년에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20세기 최고의 팀으로 레알을 꼽은 바 있다.
 
레알은 전 세계 모든 축구 선수들이 가고 싶어 하는 구단이기도 하다. 그와 동시에 기량이 떨어지면 가차 없이 떠나야 하는 분위기가 있을 정도로 화려한 스타들이 즐비하다. 지단, 베컴, 피구 등 2000년대 중반 들어 '갈락티코(지구방위대)'라 불리며 멈출 줄 모르는 우승 가도를 달렸던 레알의 행보는 현재 진행형이다. 축구 실력뿐만 아니라 화려한 사생활과 언행으로 전 세계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호날두가 "레알에서 선수생활을 마치고 싶다"고 할 정도다. 레알 유니폼을 입는다는 것 자체가 뛰어난 실력과 스타로서의 보증수표인 셈이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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