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도입을 앞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성공을 위해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금융투자업계의 요구가 거센 가운데 도입 2년만에 급성장하고 있는 일본 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가 주목받고 있다. 일본 금융당국은 금융업계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내년부터 NISA 유효기간을 삭제해 제도를 영구화하는 작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9일 일본증권업협회(JSDA)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일본의 NISA 규모는 921만 계좌(5조1936억엔 규모)로 지난 3월 말(879만 계좌, 4조4110억엔) 대비 각각 4.8%, 17.7% 증가했다. 이는 일본 금융업계가 2014년 1월 도입 1년 만에 NISA 계좌를 약 70% 확대시키며 NISA 열풍을 일으킨 이후에도 판촉활동과 교육 등 홍보작업에 공을 들이는 등 지속적으로 투자유치에 나선 결과다. 이를 위해 일본증권협회는 지난 2013년부터 매년 6억엔의 예산을 투입했으며, 오는 2019년까지 투자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NISA는 일본의 상장주식 배당·양도소득 우대조치(10%→20%) 폐지와 동시에 도입됐다. 전격적인 비과세 체택으로 매년 100만엔을 상한선으로 정해 배당소득 전액에 대해 배당세금과 양도차익세금을 면제해준다. 연간 한도액은 내년도 120만엔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내년 도입 예정인 주니어 NISA에 거는 기대도 크다. 내년 1월부터 실시되는 주니어 NISA는 만 20세 미만 가입자(조부모, 부모 등이 자녀 명의로 투자)를 대상으로 정했다.
연간한도 80만엔까지 NISA와 동일하게 동일하게 상장주식, 공모주식펀드 등의 배당·양도이익을 비과세해준다. 투자 가능 기간은 8년으로 17세까지 인출을 할 수 없다. 수익자 1인당 연간 110만엔 이하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매기지 않는다. 단, 이월은 불가능하다. 주니어 NISA는 고령자 계층에서 젊은 계층으로, 예적금에서 주식 등으로 자금이동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젊은 계층으로 이동된 자금을 통해 장기적인 추가 투자를 유도하는 종잣돈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오사키 사다카즈 노무라연구소 수석연구원(일본금융청 금융심의위원)은 "NISA 도입 3년차인 내년도 주니어 NISA까지 시행되면 계좌수와 잔고 증가속도도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 증권업계가 품은 큰 과제가 '차세대 투자층 확보'인 만큼 NISA와 주니어 NISA가 가져올 변화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는 상황이다. 일본증권업협회 관계자는 "증권업계가 가족단위의 증권투자 미경험자를 새 고객으로 유인하는데 사활을 걸 것으로 생각된다"며 "이는 곧 자본시장 활성화로 이어져 전 국민 자산의 중장기적인 증식을 도모하는 선순환 구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초 가시화되는 NISA 영구화는 제도 안착의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 일본증권업협회 관계자는 "가계 성장자금 공급을 확대하는 취지에서 원활한 정착을 위해 제도 보완에 나서고 영구화가 가능토록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이는 한시적인 제도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으로 일본은행업협회와 일본금융청, 일본증권업협회가 NISA 추진전략협의체를 구성한 상태"라고 전했다.
반면 내년 3월 도입을 앞둔 한국의 ISA는 여전히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성공사례로 꼽이는 NISA에 비해 가입자격과 의무가입기간, 세제혜택 규모 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이 가입자 소득과 관련한 가입제한이 없는 것과 달리 한국은 금융소득종합과세자를 제외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또한 한국의 ISA는 가입자를 일정 소득이 있는 자로 한정해 나이제한처럼 작용하는 반면 일본은 주니어 NISA와 같이 저연령자를 위한 제도를 추가 도입해 보완하고 있는 점도 대비된다.
중도인출이 불가하다는 점도 ISA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일본은 의무가입기간이 없고 중도인출을 허용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세제혜택을 받기 위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5년간 인출하지 않아야 한다. 이러한 까다로운 가입조건 때문에 금융투자업계의 규제완화 요구는 거세지고 있지만 정부와 정치권의 공감을 얻기는 쉽지 않은 상태다.
오사키 수석연구원도 한국 ISA의 중도인출 허용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성공적 안착이 불가피할 것이란 의견을 밝혔다. 그는 "중도인출 자율을 허용하거나 일본처럼 금융소득일원화 작업을 거치지 않으면 개인의 융통성 있는 ISA 운용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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