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면세점의 신규 사업자로 동대문의
두산(000150)과 남대문의
신세계(004170)가 합류하며 '4대문' 안에 3개 면세점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신 한양시대'를 예고했다. 특히 동대문과 남대문 상권은 그동안 노후화된 전통 시장외에는 이렇다할 콘텐츠가 부재했었다. 면세점이 들어서면서 양사가 공약한 상생 정책이 계획대로 실행된다면 제 2의 중흥기를 맞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관세청은 연말 종료되는 면세 특허의 신규 사업자로 서울 지역에서는 신세계DF, 호텔롯데, 두산을 선정했다. 부산지역에서는 기존사업자인 신세계조선호텔이 후속 사업자로 재선정됐다. 반면 SK네트웍스(워커힐면세점)는 23년 만에 면세점 사업에서 철수하게 됐다. 롯데는 소공점은 지켰지만 제2롯데월드에 위치한 월드타워점은 잃고 말았다.
이번 2차 면세점 선정으로 두산은 동대문 두산타워에 신규 면세점을 개점한다. 기존 두타 쇼핑몰은 그대로 유치한 채 다른 층들을 활용해 1만7000㎡ 규모의 면세점을 꾸밀 계획이다.
동현수 두산 사장은 "두산이 각 평가항목별로 치밀하게 준비한 사업계획이 제대로 평가 받았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심사위원들은 동대문의 입지적 조건, 지역 상생형 면세점이라는 두산의 비전을 높이 평가하지 않았을까 판단한다"고 말했다.
부산 면세점을 지킨데 이어 서울 본점 특허권까지 따낸 신세계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 서울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 명품관에 면세점을 개점한다. 서울 면세점은 중구 본점 신관 8~14층과 사무공간으로 쓰는 메사빌딩 3~7층, 10~11층 등 총 14개층, 연면적 3만3400㎡ 규모에 면세점과 부속시설을 건립할 계획이다.
신세계 측은 "심사위원회에서 신세계그룹의 유통산업 역량과 면세사업 운영능력에 긍정적인 평가를 해 준 것 같다"며 "대규모 투자로 관광산업의 질적 성장을 이뤄내고 일자리도 많이 늘려 국민경제에 기여하라는 의미로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롯데가 기존 소공동 면세점을 수성한 데 이어 두산과 신세계가 획득에 성공하면서 2차 서울 시내 면세점은 모두 4대문 안에 모이게 됐다. 남대문-명동-동대문으로 이어지는 대규모 관광 지역이 조성된 셈이다.
특히 두산과 신세계의 경우 면세점 입찰 당시 '지역과의 상생'을 강조하며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제시한 바 있어 향후 지역상권의 발전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가장 먼저 2차 면세점에 도전장을 내기도 했던 두산은 동대문 주변상권 뿐만 아니라 국내브랜드 발굴, 중소·중견기업과의 협업 등을 강조한 '상생 면세점'을 추진한다. 특히 사업에서 발생하는 영업이익의 최소 10%를 순수한 기부금으로만 사회에 환원할 계획이다.
또 별도 재원을 들여 중소·중견기업 지원, 협력사 지원, 중견면세점 지원 등을 진행할 예정이며 2020년까지 중소·중견기업 제품 비율도 50%까지 확대키로 했다. 사업자로 선정될 경우 면세사업부 직원 전원 정규직화하고, 기존 사업자와 거래하던 협력사와 거래도 연장할 방침이다.
신세계는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업을 통해 5년간 53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전통시장 활성화 ▲한류특화 클러스터 조성 ▲한국은행 앞 분수광장 새 단장 ▲미디어 파사드 아트 조명쇼 등 관광시설과 콘텐츠 개발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본점 신관 11~12층을 중소기업 전용층으로 특화하고, 장기적으로 중소기업 제품 매장 면적을 전체 판매공간의 40%까지 확장할 예정이다. 또 면세점 사업과는 별개로 상생 차원에서 본점 신관 맞은편 메사빌딩에 1만200㎡(3080평) 규모의 '국산의 힘' 센터도 설치한다.
롯데 역시 2020년까지 1500억원의 상생기금을 활용해 ▲중소·중견기업 상생 ▲취약 계층 자립 지원 ▲관광 인프라 확충 ▲일자리 확대 등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가동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면세점 내 중소브랜드 매장을 국내 최대 규모로 조성한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다만 잠실타워점의 사업권 재획득에 실패하면서 일부 계획의 경우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상생계획안은 2곳의 면세점이 모두 지켜졌을 때의 공약이어서 일부 항목의 경우 수정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2차 면세점의 신규 사업자로 두산과 신세계가 선정되며 기존 롯데와 더불어 내년 '사대문' 안에서 3개 면세점이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왼쪽부터 롯데면세점 소공 본점, 신세계 신관, 동대문 두산타워. (사진=각 사)
이철 기자 iron62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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