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의 일상에서 커피가 주요 기호식품으로 자리잡은 지는 이미 오래다. 대한민국 커피 소비량은 2014년 기준으로 약 11만4600톤을 기록하며, 1인당 1년간 약 2.3kg을 소비한다고 볼 수 있게 됐다. 아울러 절대적인 커피 소비량이 증가한 만큼 커피를 즐기는 문화도 점점 다변화 돼가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실제로 예전에는 커피, 설탕, 프림을 고루 듬뿍 넣은 일종의 '다방커피'를 많이 마셨던 것에 비해 요즘은 아메리카노, 드립커피 등 커피 본연의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는 커피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1990년 즈음부터 커피전문점이란 것이 등장하고 2000년을 넘어서 에스프레소와 테이크아웃 커피 시장이 커지면서 사람들은 점점 새롭게 등장한 에스프레소 커피에 친숙해지는 트렌드도 나타났다.
국내 에스프레소 커피 문화가 크게 주목 받기 시작한 것은 2007년 공중파를 통해 방송된 유명 드라마가 큰 인기를 모으면서이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들의 직업이었던 커피전문가인 '바리스타'가 새롭게 부각되면서 커피도 더욱 많은 관심을 받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생활의 일부분이 되면서 단순한 기호식품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 형성되게 되었다.
한 단계 더 앞으로 나아가 요즘에는 커피 트렌드로 ‘스페셜티 커피’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TV 커머셜에도 ‘스페셜티 커피’가 종종 등장할 만큼 새로운 커피 영역으로 자리잡으며 커피 애호가들에게 사랑 받고 있다
이 스페셜티 커피란 무엇일까? 얼마나 좋은 커피길래 ‘스페셜티’라는 이름까지 가지고 있는 것일까? 커피 마켓에는 '스페셜티 커피'와 '커머셜 커피'라는 2가지 분야가 있다. 스페셜티 커피란 미국 스페셜티 커피 협회(Specialty Coffee Association of America)에서 정한 평가기준 80점 이상을 얻은 뛰어난 맛과 향, 품질을 가진 커피를 말한다. 반대로 커머셜 커피는 평가에서 80점 이하를 받은 커피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는 커핑(Cupping)이란 작업을 통해 평가하게 되는데 이때 커피를 평가하는 커퍼(Cuppper)는 주관적인 감상을 전부 배제하고 정해진 평가시트를 통해 느껴지는 그대로의 객관적인 평가만을 진행하게 된다.
이같은 전문가들의 평가를 거쳐 스페셜티라는 이름을 받은 커피는 맛과 향이 뛰어나기 때문에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활발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커피를 사랑하는 마니아들은 가격과 상관없이 여러 스페셜티 커피를 마시고 그 차이를 비교 시음하곤 한다.
그렇다면 '평가기준에서 80점 이상을 획득 못한 커머셜 커피는 맛과 향이 많이 떨어지는 것일까?' 라는 의문을 가져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커머셜 커피는 스페셜티 커피에 비해 가격이 저렴해 블렌딩 커피(다양한 원산지의 원두를 섞은 커피) 등에 많이 쓰인다. 그리고 로스팅에 따라 가지각색의 향과 맛을 표현 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스페셜티 커피가 독특하고 강렬한 풍미를 가지고 있는 커피라면 커머셜 커피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커피’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때문에 스페셜티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커피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근래에 커피 마니아들이 증가하면서 스페셜티 커피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스페셜티 커피가 최상의 커피임에는 틀림없지만 커피는 기호식품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사실 아무리 좋은 커피라 하더라도 내 입맛에 맞지 않는다면 제 아무리 비싸고 좋은 커피여도 의미가 없다. 스페셜티 등급의 커피여도 커피의 맛은 로스팅의 정도, 추출 방법 등에 따라 천차만별로 바뀌게 된다.
때문에 나만의 커피문화를 즐기기 위해서는 고가의 유명 커피의 이름만 맹신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그보다는 자기자신의 취향에 맞는 커피를 고르는 하나의 방법으로 스페셜티 커피에 접근한다면 본인의 커피 문화를 더 넓혀 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민경원 스타벅스 커피엠베서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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