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성기자] 반도체 산업 육성에 나선 중국이 한국의 핵심개발 인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중국 반도체 업계는 파격적인 연봉을 제시해 고급인력 유치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0여년 전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일어났던 기술 유출이 또한번 재연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도 높아진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 칭화유니 등 반도체기업들과 국내 개발인력 사이에 이직 제의가 오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이 지난 9월부터 국내 몇몇 헤드헌팅 업체에 오퍼(이직제의) 가능 리스트를 요구하고, 경력에 따라 구체적인 연봉 제의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입장에서는 수십조원이 드는 인수·합병(M&A)보다 전문인력 확보가 효율적"이라며 "재계의 인사 시즌이 지난 내년초부터 영입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중국이 제시하는 연봉과 근무조건 등은 상상을 초월한다. 반도체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임직원은 현재 연봉의 3~5배에다 3년 이상의 고용보장 등을 제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봉에 더해 자녀의 대학교육도 보장하는 제의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헤드헌팅 업계 한 관계자는 “50세 전후의 상무, 부장급은 국내에 근무하는 것보다 훨씬 더 금전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어 표면적으로 오가는 연봉만 해도 충분히 이직을 노려볼 만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한 부장급 직원은 "임원 승진 연차인데 이번에 누락되거나, 임원에 승진한다 해도 길어야 2년인데 이같은 제의가 온다면 고민해 볼 것 같다"며 "걱정스런 부분이 없진 않지만 가정을 생각하면 모른체할 수 없는 문제"라고 토로했다.
이는 과거 중국이 디스플레이 산업 육성을 시작할 때 국내 인력을 전략적으로 영입했던 사례와 유사하다. 중국은 2003년 초 어려움에 처한 국내 LCD(액정표시장치) 업체 하이디스의 인력을 대거 영입해 세계 6위의 제조업체 BOE를 육성해 냈다.
우리나라 정부는 기술유출을 막기 위해 주요 인력은 풀(Pool)을 구성해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무차별 이직은 쉽지않다. 하지만 임원급이 아닌 부장 이하 실무진은 관리대상이 아니란 점이 문제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이 반도체 산업 기반을 조성한 후 기술력을 높이는 시점에서 핵심인력 영입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시기가 당겨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실무에 밝은 부·차장급 인력을 잃는 것은 각 회사 뿐만 아니라 반도체 산업에 '경고등'이 켜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인수·합병 뿐만 아니라 최근엔 국내 반도체 핵심인력을 영입해 기술 확보를 노리고 있다. 사진은 칭화유니그룹 대주주인 칭화홀딩스 의장 쉬찐홍이 지난 7월 대만에서 열린 공유경제포럼에서 연설하는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1
김민성 기자 kms07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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