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직권조정·재정제도·방송유지재개명령권을 포함한 '방송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방송협회(이하 협회)가 성명서를 내고 "현 정부의 규제 철폐 기조에 역행하는 무차별적 시장 개입"이라고 16일 밝혔다.
방통위는 이 법안의 제안 이유에서 "방송사업자 간 분쟁을 효율적으로 해결해 월드컵, 올림픽 등 국민관심행사에 대한 안정적인 시청권을 보장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협회는 "이 법안의 실제 핵심 취지는 유료방송과 지상파방송 재송신 협상에 대한 무차별적 개입"이라며 "지상파방송 프로그램 전체를 대상으로 방통위가 자의적인 해석이나 판단에 따라 아무 때나 재송신 문제에 개입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방통위는 지상파방송사와 유료방송사 간의 재송신 분쟁으로 블랙아웃이 발생해 가입자들이 겪을 수 있는 불편을 예방하겠다고 강조한다.
협회는 "방송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협상 당사자들 중 일방은 반드시 정부 개입을 원하게 돼 사업자 간 협상은 아예 불가능해진다"며 "법안이 통과되면 방송사의 저작권 협상과 소송을 모두 담당하는 법원이자 협의체의 기능을 모두 가져가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이 법안은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플랫폼 기업에 유리하고 콘텐츠를 생산하는 방송사들에게는 불리해 편파적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협회는 "한국 방송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시청자 복지를 심각하게 훼손할 본 방송법 개악에 강력히 반대한다"며 "방통위가 방송시장 전체에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본 개정안을 철회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13일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법안심사소위에서도 해당 법안에 대한 심사가 보류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우상호 의원은 "법안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방송 중단 우려가 있을 경우'라는 부분에 자의적 해석이 개입될 수 있다"며 "실제로 방송이 끊어질 것인지, 사실상 교섭력을 위해 협박하는 수준인지 알 수 없는데 우려만으로 방통위가 직권조정하는 것은 과도한 개입이 될 수 있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김재홍 방통위 부위원장은 "상임위원 간에도 합의에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린 사안"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자들을 협상 테이블에 불러내 마주앉게 하는 역할을 위해서도 직권조정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민식 법안소위 위원장은 "이에 대해 방송사들의 강력한 이의 제기가 있었다"며 "다음 법안소위(18일) 전에 이해관계자들을 출석시켜 의견을 들어보고 의결하도록 하자"고 말했다.
지난 13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는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방송법 개정안을 포함한 19개 안건을 심사했다. 미방위는 오는 18일 법안소위를 재개하고 19일 전체회의를 개최할 방침이다. 사진/김미연 기자
김미연 기자 kmyt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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