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MA의 역습'..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까
"CMA '머니무브' 일단 끝났다"
긴장 하던 은행권 한숨 돌려
황건호 금투협회장 "자금이동 많지 않을 것"
2009-08-04 16:19:51 2009-08-04 18:59:04

[뉴스토마토 박성원기자]3일 국내 13개 증권사들이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소액지급결제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은행과 증권사들의 고객유치 경쟁에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그러나 아직까진 CMA를 향한 자금 이탈폭이 당초 예상에 못미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달 3일 동양종합종금증권이 업계 최초로 지급결제서비스를 개시하기 전에는 CMA가 은행월급 통장의 '아성'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증권 등 13개 증권사들은 전날 일제히 CMA 지급결제서비스를 제공하며 고객유치에 나서고 있다. 이번에 지급결제서비스를 도입한 업체는 삼성증권, 현대증권, 미래에셋증권, 대우증권, 한국투자증권, 우리투자증권, SK증권, 한화증권, 메리츠증권, 하나대투증권, 하이투자증권, HMC투자증권, 굿모닝신한증권 등이다. 

 

이들은 4% 이상의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CMA을 상품을 출시하고 각종 수수료 면제 혜택을 제시하는 등 고객잡기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실제로 증권사 마케팅이 나름대로 효과를 발휘하며 지난달 CMA총잔액은 이전에 비해 눈에 띄게 증가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7월말 현재 CMA총잔액(법인 제외)은 35조1831억원으로 한달 전에 비해 1조5000억원 가량 증가했다. 지난 4월말(33조6431억원)과 5월말(33조6336억원)에 비하면 증가폭이 크게 늘어났다. 지난달 3일 동양종금증권은 업계 최초로 CMA 지급결제서비스를 개시한 바 있다.

 

은행권도 일찌감치 CMA 대응전략을 내놓고 고객잡기에 나섰다. 기업은행은 지난달 '아이플랜 통장'을 출시하고 이용고객에게 각종 수수료 우대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앞서 우리은행은 하루만 맡겨도 연 1.7~4.1%의 금리를 제공하는 'AMA플러스 급여통장'을 출시했고, 신한은행 역시 급여이체를 할 경우 5년간 전자금융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탑스 직장인플랜저축예금'을 판매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하나대투증권의 CMA와 연계돼 연 2% 중반대의 금리를 제공하는 '하나 빗팍 통장'을 선보였다. 국민은행은 'KB스타트 통장' 고객에게 평균잔액 100만원 한도에서 연 4%의 금리를 지급한다.

 

그러나 당초 예상과는 달리 CMA를 향한 '머니무브' 현상은 크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은행들이 대출상품을 판매할 때 월급통장을 유지한 고객들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데다, 은행의 예금상품과 증권사의 금융투자상품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은행자금이 CMA로 급격히 빠져나가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정보승 한화증권 연구원은 "장기적 추세에서 보면 CMA총잔액이 증가할 수 있겠지만, 은행권의 자금이 증권사로 급격히 이동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증권사 규모가 커지고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이 더욱 확대될 때 자연스럽게 CMA시장 규모가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현 시점에서는 들어올 돈은 다 들어왔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CMA 지급결제서비스 개시 소식에 잔뜩 긴장하던 은행권도 어느 정도 여유를 보이고 있다. 자금이탈 우려가 현실화하지 않은 데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시중에 쏟아부은 풍부한 유동성 영향으로 수신고가 오히려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단 CMA 지급결제서비스는 어제오늘 나온 얘기가 아닌 데다, 이미 옮겨갈 사람은 다 옮긴 것으로 보고 있다"며 "앞으로 좀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당장 은행자금이 CMA로 급격히 빠져나갈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의 상품개발부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CMA에 대응하기 위해 은행이 수시입출식예금(MMDA)를 강화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그럴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도 이같은 전망에 어느 정도 동의하고 있다. 황건호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은행과 증권사 고객들 사이의 성향이 많이 다르고, 은행계좌를 유지하면 대출 등에서 잠정이 있기 때문에 이동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토마토 박성원 기자 wan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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