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YS) 전 대통령이 6년여전 세상을 떠난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22일 새벽 향년 88세로 서거하면서, 한국 현대정치사를 이끌었던 ‘양김(兩金)시대’도 막을 내리게 됐다.
각각 상도동계와 동교동계를 이끌며 영·호남을 대표한 두 사람은 출생 배경·개인 성격·정치 스타일 등이 상이했다. 지역 유지의 아들로 태어나 27세 최연소 국회의원 당선 기록을 가진 YS가 ‘대도무문(大道無門)’이라는 좌우명처럼 평생에 걸쳐 선 굵은 정치를 했다면, 외딴섬 소작농의 자식으로 수차례 낙선의 고배를 마신 DJ는 ‘인동초(人冬草)’라는 별명처럼 신중하면서도 끈질긴 정치 행보를 했다.
두 전직 대통령은 70년대 박정희, 80년대 전두환 군사독재 시절 민주화를 위한 투쟁에선 서로를 지켜주는 믿음직한 동지적 관계를 형성했다. 그러나 야권 내 주도권이나 대권을 두고선 치열한 경쟁을 펼친 라이벌 관계였다. YS는 “가장 오랜 경쟁관계이고 협력관계”, “세계에 유례가 없는 특수관계”라고 양자의 관계를 표현했다.
평생 경쟁과 협력을 이어왔던 두 사람이 결정적으로 갈라선 계기는 1987년 대선이다. 뜨거운 민주화의 열망 속에 야권진영의 승리가 유력했지만 양자는 끝내 후보 단일화에 실패했고 양김의 분열을 틈타 노태우 후보는 36.6%의 지지율로 승리를 쟁취한다.(YS 28.0%, DJ 27.1%)
이후 20여년 가까이 갈등관계를 이어오던 두 거물의 화해는 DJ서거 직전에야 이뤄진다. YS는 2009년 8월 DJ가 입원중인 신촌 세브란스 병원을 전격 방문해 문병한 뒤 취재진과 만나 “이제 화해한 것으로 봐도 좋다. 그럴 때가 됐다”고 밝혔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22일 서거한 김영삼 전 대통령과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전 함께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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