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은 적신호인데 교역조건은 청신호다.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액 감소폭은 금융위기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한 반면, 수출입 교역조건은 국제유가 하락 영향으로 또 한번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15년 10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선'에 따르면 지난달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101.72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2.4% 상승했다. 전월(101.55)과 비교해서는 0.2% 올랐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2010년 4월(102.94) 이후 5년6개월 만에 최고치다. 지난해 9월 전년 동월 대비 0.6% 상승한 이래 14개월 연속 호조세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란 상품 1단위를 수출한 대금(달러 기준)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지수화한 것으로 2010년 100을 기준으로 한다. 지수가 상승했다는 것은 그만큼 교역조건이 좋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가 14개월 연속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국제유가 하락 영향 때문이다. 국제유가가 떨어지면서 수출가격보다 수입가격이 더 크게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월평균 두바이유가는 10월 현재 배럴당 45.83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47.2%나 급락했다. 교역조건 개선세는 저유가 영향으로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총액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지수화한 소득교역조건지수는 수출물량지수와 순상품교역조건지수가 상승하면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7% 오른 146.30을 기록해 역대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소득교역지수가 높아졌다는 것은 수출총액으로 수입할 수 있는 양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아울러 지난달 수출물량지수는 제1차 금속제품, 섬유 및 가죽제품 등이 줄었으나 전기 및 전자기기, 화학제품 등이 늘어 1년 전보다 2.1% 상승한 143.83을 기록했다. 수출금액지수는 석탄 및 석유제품, 화학제품 등이 줄어 119.16을 기록, 전년 동월 대비 11.6% 감소했다.
수입물량지수는 제1차 금속제품, 석탄 및 석유제품 등이 증가했으나 전기 및 전자기기, 광산품 등이 감소해 지난해 같은 달보다 6.1% 상승한 126.37를 기록했다. 수입금액지수은 전기 및 전자기기, 수송장비가 증가했지만 광산품과 석탄 및 석유제품 등이 감소해 전년동월대비 18.3% 하락해 13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이처럼 교역조건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수출은 10개월 연속 감소세를 지속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10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434억69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5.8% 감소하며 10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지속했다. 이는 지난 2009년 8월 20.9% 이후 6년 만의 최대 폭락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10월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한 데에는 경기적 요인 이외의 통계상 기저효과와 일부 품목의 일시적인 수요 감소가 큰 영향을 미쳤다"며 "지난해 10월 월간 수출액이 역대 최고치인 516억달러를 기록해 올해 10월 수출은 통계상의 기저효과로 감소율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수출 부진은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이번달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내년에는 수출이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 완만하게나마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산업연구원(KIET)은 이날 '2016년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를 펴내고 "내년 수출액은 올해보다 2.1% 증가한 5436억달러를, 수입액은 3.0% 증가한 4575억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라며 "무역수지는 861억달러로 올해 883억달러와 비슷한 수준의 대규모 흑자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자료=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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