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앞서 먼저 도전의 기회를 잡았던 손아섭(27·롯데자이언츠)은 포스팅 무응찰로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의 꿈을 2년 뒤로 멀리 미뤄야만 했다. 이제 그 기회는 황재균(28·롯데자이언츠)에게 돌아갔다. 황재균은 과연 어렵게 잡은 기회를 잡아낼 수 있을지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황재균은 같은 팀 동료 손아섭에 비해 타격 전반으로 보면 뒤지지만 홈런과 타점에서 크게 앞서 있고 여러 위치에서 수비를 담당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메이저리그 구단이 큰 관심을 내비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손아섭의 실패로 시작된 황재균의 도전
황재균의 도전은 손아섭의 실패로 시작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약에 따라 같은 팀 소속 현역 선수는 1년에 1명만 해외 진출이 되기 때문이다. 끝내 자신의 도전 차례가 오자 황재균은 그동안 밝혔던 대로 구단에 도전 의사를 전했다.
롯데는 지난 달 25일 발표를 통해 "손아섭의 포스팅 참가를 허용하기로 했다"면서 "만약 손아섭의 포스팅 실패시 곧바로 황재균에게 기회를 부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간이 흘러 지난 24일 오전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미국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으로부터 손아섭에 대한 포스팅 결과 응찰액 제시 구단이 없음을 통보받고, 이를 롯데에 전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손아섭은 계속 롯데에 남게 됐고, 마침내 황재균에게 메이저리그 도전의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 해 열린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며 병역을 면제받은 황재균은 23일 4주 동안의 기초 군사훈련 목적으로 세종시 소재 32사단에 입소했다. 롯데 구단은 부대 도움으로 24일 황재균과 전화 통화를 했고 이때 황재균은 도전 의사에 전혀 변함이 없음을 밝혔다. 이에 롯데는 25일 황재균에 대한 포스팅 절차에 돌입했다.
23일 세종특별자치시 소재 23육군보병사단 신병 교육대 입소를 위해 머리를 깎고 찾아온 황재균. 사진/뉴스1
◇황재균, 손아섭보다 타격 열세이지만 수비·체력 강점
분명 황재균은 좋은 선수임은 분명하지만 타격에서 동료 손아섭에 비해 중량감이 덜하다. 손아섭의 6시즌 연속 타율 3할대 대기록은 그의 꾸준함을 상징하는 최대 지표다. 황재균은 이만큼 꾸준한 기록을 보여주지 못했다.
황재균은 근래 들어 급부상한 선수다. 다만 메이저리그 진출 확정에 최종 계약서 작성만 남은 박병호(29)처럼 리그를 뒤흔들 정도의 독보적 최상급 선수는 아니다.
이같은 황재균의 과거는 황재균의 도전의 성공 여부에 물음표를 그리게 한다. 인터넷 상 상당수 롯데 팬들의 반응도 절대 다수가 "손아섭이 무응찰 수모로 끝났는데 황재균이 다르겠냐"는 내용일 정도다.
황재균 또한 이같은 상황을 모를 리 없다. 그러나 황재균은 망설임 없이 도전을 선택했다. 꿈을 스스로 먼저 포기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황재균이 손아섭에 비해서 앞선 면도 있다. 우선 황재균은 올해 성적은 26홈런 97타점, 타율 0.290다. 홈런·타점 기록은 손아섭(13홈런 54타점, 타율 3할1푼9리)에 비해 힘이 좋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황재균은 지난 2012시즌부터 올해인 2015시즌까지 통산 4시즌 연속 결장하지 않아 철인으로 불리운다. 많은 경기수와 긴 이동거리 등 때문에 체력을 중시하는 메이저리그 다수 구단 입장에서는 매력적 요소다.
힘을 갖춘 3루수이면서 또한 유격수 수비도 가능한 점도 내세울 만한 점이다. 2006년 신인드래프트 당시에 유격수로 지명된 황재균은 프로 무대에서 한동안 유격수를 맡았다.
이는 타격이 꾸준하거나 독보적이지 않지만, 여러 면에서의 소소한 장점의 결합은 황재균을 향해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일부 시선의 근거다.
12일 대만에서 열린 프리미어12 조별예선 B조 베네수엘라전 당시 연타석홈런을 쳤던 황재균. 사진/뉴스1
◇국제대회 때면 보여준 맹타, 가산점 될까
대한민국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야구 국가 대항전인 '프리미어12'에서 황재균은 상당한 두각을 나타냈다. 한국의 모든 경기에 나선 그는 베네수엘라전 연타석 홈런과 강한 송구를 통해 긍정적 인상을 남겼고, 대회의 '베스트 3루수'로 선정됐다.
병역 면제의 혜택을 받게 한 지난 해 인천아시안게임 때도 황재균은 좋은 모습을 보이며 팬들의 응원과 전문가 호평을 동시에 받았다. 당시 황재균은 대만과의 결승전에 나서 8회말 쐐기 2루타 등 5타점, 타율 6할6푼7리(12타수 8안타)를 기록했다.
이같은 국제대회에서의 활약은 좋게 보면 황재균이 다른 나라 선수들과 뛰어도 통할 수 있단 뜻으로 해석될 만하다.
더불어 단기전이긴 하지만 그에 대한 평가에 가산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메이저리그 구단의 상당수 스카우터가 경기장을 방문해 황재균의 맹활약을 살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프리미어12 때 다소 부진했던 손아섭과는 여러모로 다른 환경이다.
25일 롯데 구단이 KBO를 통해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 공시 요청을 보내면서 황재균의 포스팅 절차는 이제 막을 올렸다. 오는 12월3일 나올 황재균의 포스팅 결과에 팬들과 야구계의 관심이 모인다.
이준혁 기자 lee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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