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기자] "심려 끼쳐 죄송합니다.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기술 개발을 충실히 해서 좋은 제품, 세계 고객들에게 사랑받는 제품, 세탁기를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조성진 LG전자 H&A 사업본부장(사장)은 11일 경쟁사 세탁기 파손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은 직후 취재진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독일 가전박람회 'IFA'에서 삼성전자 세탁기를 파손한 혐의로 기소된 조성진 LG전자 사장(가운데)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재물손괴 등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법원 밖으로 퇴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9부는 이날 조성진 사장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현재까지 제시된 증거만으로 세탁기 손괴가 피고인 때문에 발생했다고 볼 수 없으며, 손괴의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으로 증명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조 사장 등이 세탁기를 파손했다고 의심받는 시점에 주목했다. 조 사장이 세탁기를 만진 직후 이상이 발견됐다면 조 사장의 행위 때문에 파손됐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조 사장이 세탁기를 만진 직후 문제가 발생했다고 진술한
삼성전자(005930) 현지 직원들은 모두 사건 발생일로부터 6개월 이상 지난 시점에서 그와 같은 진술을 했고, 진술자들은 조 사장 일행의 사건 당시 구체적 행동을 대부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며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사건 발생 당시 행사기간이었던 점, 1주일 이상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문을 여닫으면서 만져볼 수 있도록 전시돼 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조사장이 세탁기를 만진 뒤 다른 이유로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조 사장과 함께 세탁기를 파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한기 세탁연구소장(상무), 삼성전자에 대한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았던 홍보 담당 임원 전모 전무에게도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조 상무가 만진 세탁기에 대해 정상 제품에 비해 상태가 나빴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전모 전무에 대해서는 "허위의 사실을 토대로 보도자료를 냈다고 충분히 입증되지 않으며 가치 판단이나 평가에 해당하는 의견 표현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9월 IFA2014 행사 기간 중 조성진 사장 등
LG전자(066570) 경영진이 자사의 크리스털블루 세탁기의 연결부분(힌지)을 파손한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본격화됐다.
이후 지난 3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소송 취하 등에 합의했지만 검찰측이 공소유지를 주장하면서 재판이 진행돼 왔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선고공판 결과에 대해 "사법부의 판단에 우리가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면서도 "다만 이미 상생차원에서 소를 취하 했으며, 상대방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전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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