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인기에 도취돼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간 연예인들에게 연예인병이 걸렸다고들 한다. 실제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생활을 하다 보면 그런 연예인들을 종종 볼 때가 있다. 사실 연예인병에 걸린 연예인이 있으면 주위 사람들이 가장 고생이다. 바로 옆에서 일거수일투족을 돌봐줘야 하는 매니저 입장에서는 연예인을 어르고 달래고, 비위를 맞춰주느라 정신이 없을 지경이다. 심각한 연예인병에 걸렸던 연예인을 담당했던 신입 매니저가 출근 하루 만에 일을 그만두겠다고 하고 연락두절이 된 적도 있었다.
톱스타들만 연예인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이제 막 연예계에 발을 디딘 신인들도 연예인병에 걸릴 때가 있다. 드라마에서 작은 역할 하나 맡았을 뿐인데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콧대가 높아진다. 어린 나이인데 TV에 자기 얼굴이 나오고 갑자기 주변에서 알아봐주는 사람들도 생기니 그렇게 될 만도 하다. 물론 신인 때부터 그렇게 연예인병에 걸리면 시간이 지나서 잘 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엔터테인먼트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자기 잘난 맛에 살고 주위 사람들을 챙기지 않는 연예인에 대해서는 소문이 금방 나게 돼 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 연예인병에 걸린 연예인들을 보면서 그들이 안타깝고,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장래 희망 조사를 하면 연예인이 되고 싶다는 아이들이 꼭 있다고 한다. 아이들의 눈에는 연예인들이 그저 화려하게만 보일 것이다. TV에 나오고 인기도 얻는데다가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알아보면서 대접을 해주고, 돈도 많이 버니 최고의 직업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화려한 것이 다는 아니다. 7~8년 쯤 전이었을까. 친분이 있는 동료 매니저가 담당했던 여자 연예인이 우울증에 걸렸다고 했다. 당시 그 연예인은 드라마도 하고, 광고도 찍는 소위 잘나가는 연예인이었다. 인기도 많았다. 처음에는 우울증에 걸렸다는 것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평범한 직장인들이 평생 모으기 힘든 돈을 그렇게 쉽게 벌고 누리고 싶은 것 다 누리면서 사는데 우울증이라니. 동료 매니저에게 "배가 불러서 그런거니 정신 차려야 된다"고 말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연예계에서 이런저런 일을 겪다 보니 당시 그 연예인의 입장이 이해가 됐다. 연예인들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집에 돌아갔을 때는 혼자가 된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환호를 받는 연예인이지만, 화려한 드레스를 벗고 집에 있을 때는 그냥 보통의 사람의 된다. 한 마디로 이중 생활이다. 이런 이중 생활 때문에 받게 되는 스트레스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둘려싸여 있다가 집에 덩그러니 혼자 남겨졌을 때 느끼게 되는 허탈함과 외로움이 엄청나다.
거기에다가 온라인 뉴스에서 자신과 관련된 악성 댓글을 보게 되면 스트레스는 더 심해진다. 소속 연예인들에게 댓글을 보지 말라고 이야기했지만, 그렇게 잘 안 됐었다. 연예인도 사람인데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뭐라고 이야기하는 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허탈함과 외로움, 악성 댓글로 인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우울증에 걸리거나 나쁜 길로 빠지게 되는 연예인들이 종종 있다. 보통 사람이라면 쉽게 감당해내기 힘든 수준의 스트레스다.
연예인병이 때로는 그런 스트레스를 분출하는 통로가 되기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자 연예인병에 걸린 연예인들을 조금은 이해하게 됐다. 스트레스를 이겨내려면 뭔가 그것을 풀 수 있는 것이 있어야 될 것 아닌가. 연예인은 참 힘든 직업이다. 물론 그들과 관련된 모든 것을 챙겨야 하는 매니지먼트도 힘든 일이지만 말이다.
임동훈 물고기엔터테인먼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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