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이 혁신을 통해 스스로 성장 동력을 창출할 수 있도록 정부의 시장진입 규제가 풀린다. 기업이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할 때 규제에 발목 잡히는 일이 사라져야 민간 주도의 경제원칙을 확립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경제 환경이 급격히 변하고 있어 기존 방식으로는 성장이 어려워진 만큼 규제는 과감하게 개혁해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의 역할을 재정립 해야 한다는 주장에서다.
17일 정부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인호 무역협회장 주재로 중장기 전략위원회를 열어 '대한민국 중장기 경제발전전략'을 심의·의결했다.
위원회는 정부 주도의 경제성장 모델이 한계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지난 50년간 정부는 생산요소를 집중 투입해 급속 성장을 이뤘고 선진국 문턱에 왔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이미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이 사용하고 있어 기존 주력산업의 성장모델은 글로벌 과잉 공급 상태에 빠진 상황이다.
이에 정부주도의 경직적 경제체제로는 세계시장에서 선도경쟁의 일원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변방으로 남을 가능성이 있어 창의와 혁신에 기반한 유연한 경제시스템으로 변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미래 환경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각 경제주체의 자율과 책임으로 운영되는 현장중심의 민간주도 경제원칙을 확립하자는 것이다. 정부는 규제개혁, 사회적자본 축적 등을 통해 시장경제의 이점을 살릴 수 있도록 하는 역할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위원회는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는 일단 출시하되 추후 문제가 생기면 규제하는 '사후적 규제'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규제프리존'도 도입해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규제를 풀면서 새로운 산업이 성장할 기반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투자 대비 낮은 성과를 보이고 있는 연구개발(R&D)의 경우 기본적으로 R&D는 민간과 연구자가 주도하도록 연구지원 방식을 기존 연구과제 중심에서 연구기관중심 지원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저출산·고령화 대응 방안도 제시됐다.
위원회는 '동거관계 등록제'를 도입해 일정 요건을 갖춘 동거(사실혼)의 경우 결혼과 마찬가지로 건강보험 피부양자 등록 등 제도적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저출산·고령사회 영향평가제도'를 도입해 새로운 정부 정책이 출산율이나 인구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일자리와 높은 상관관계를 갖는 보육·간병·장기요양 부문에 대해서는 현물급여를 확대하는 형태의 '근로 유인형 복지'를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회보험의 경우 특히 국민연금의 세대간 형평성을 고려해 단계적인 보험료 인상을 검토하고 운용체계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경환 부총리는 "저출산·고령화로 앞으로 성장잠재력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경제발전전략은 우리에게 가야할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의 역할로 경제주체가 꿈을 꾸고 끼와 깡을 가지고 경제활동에 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중장기 경제발전 전략은 향후 5~10년간 우리 경제를 이끌어갈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다. 근시안적인 시각으로 당면문제 처리에 급급해 생긴 문제를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2008년 금융위기를 되풀이 하지 말자는 뜻에서 2012년 처음 생겼다. 3년만에 올해 두번째 전략이 제출됐다.
세종=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17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중장기전략위원회 제5차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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