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공포는 전염된다고 합니다. 이를 이용해 미군 과학자들이 공포 전염 폭탄을 개발하고 있다는 미국 언론 보도가 있었을 정도로 공포감은 삽시간에 퍼지고 전의를 상실케 하죠. 최근 주택시장에는 일각에서 시작된 공포감이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부동산의 방향은 시장 대내외 경제여건과 정책에 의해 정해지죠. 그리고 심리에 의해서도 결정됩니다. 특히, 심리는 엑셀레이터 역할을 하는데요. 한번 방향이 정해지면 무서울 정도로가속을 냅니다.
2005년 전후. 가장 가까운 과거에 있었던 부동산 광풍기죠. 대한민국이 부동산에 미쳐 있을 때입니다. 사면 오르니 안 살 수 없었습니다. 공장을 운영하는 것보다 공장부지를 파는게 현명한 장사였다고 하죠. 당시 어떤 부동산 교수는 "미친 사람도 비가 와야 날뛰는데 요즘 부동산시장은 이유를 모르겠다"고 농을 섞어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는 침체기에 빠진 부동산시장을 살리기 위해 수많은 정책이 나왔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죠. 집값은 더 떨어지고, 하우스푸어가 될 수 있다는 공포감을 깨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수도권은 역대 최장기 부동산 침체기를 보내야만 했죠.
그러다 지난해 겨우 반등을 기회를 찾았죠. 부동산 완화책과 저금리, 전세난이 시너지 효과를 내며 내리막 장세는 오름세로 전환됐습니다. 그리고 최근 2년 간 주택시장에는 역대 또는 조사 후 최초, 최고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닙니다. 지난해 8년 만의 100만건 돌파에 이어 올해는 역대 최고 주택매매거량이 확실시 됩니다. 주택인허가는 1기 신도시 이후 최대며, 분양물량은 집계 후 최고일 겁니다. 집값은 오른다는 심리가 퍼지자 너도나도 집을 샀죠.
올해는 그랬고 내년은 어떨까. 2016년 부동산시장의 키워드는 크게 3개입니다. 공급과잉, 대출규제, 금리인상. 모두 악재죠. 공급자들은 금융위기 이후 2~3년간 공급감소분이 올해 반영됐다고 합니다. 택지공급도 중단돼 공급은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올해 너무 많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단기적으로라도 시장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내년 우리의 기준 금리인상이 쉽지 않다고 하지만 미국의 기준 금리인상으로 인상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죠. 융통성을 발휘했지만 주택담보대출규제는 신규 차입자의 은행 문턱을 높게 만들었죠. 신규 차입자는 주택 시장을 받쳐줄 신규 소비자이기도 하죠. 시장에 불안 심리가 빠르게 확산되는 이유들이죠.
부동산에서 심리를 표현하는 대표적인 구문이 있습니다. "젖은 나무는 불을 붙이는게 어렵지 한 번 붙으면 겉잡을 수 없다" 다르게 말하면 '한 번 젖으면 다시 불을 붙이기 어렵다'는 말이겠죠. 하락 공포가 젖어가는 부동산시장은 내년 과연 어떤 모습을 보일까요?
한승수 기자 hans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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