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MBC '무한도전' 지난 12일 방송분이었던 '불만제로' 특집으로 인해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방영 분량 중 멤버 박명수가 찾은 가발 업체가 그의 동생이 운영하는 업체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박명수와 '무한도전' 제작진은 발 빠르게 해명에 나섰지만, 핵심을 벗어난 탓에 좀처럼 진정이 되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그간 숱한 위기를 헤쳐나간 '무한도전'이지만, 이번 논란은 대응마저 문제가 있어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태호 PD가 연출을 맡고 있는 MBC '무한도전'이 거짓 방송과 잘못된 해명으로 시청자들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제가 된 12일 방송분에서는 제작진이 시청자의 불만사항 중 "박명수의 머리숱을 좀 많아 보이게 해달라"는 사연을 접수받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박명수가 가발 매장을 방문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박명수는 마치 업체를 처음 방문하는 것처럼 행동했으며, 업체의 가발 전문가도 처음 보는 사람인 것처럼 연기했다. 이후 이 업체는 박명수의 친동생이 운영하는 업체인 것으로 확인됐고, 이날 업체 관련 방영분 대부분은 거짓된 행동이 있었다는 게 표출됐다.
논란이 되자 제작진은 "급하게 촬영 장소를 섭외해야 하는 상황에 박명수 동생이 운영하는 가발 업체에 도움을 요청, 촬영을 진행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저희는 가발 매장을 홍보할 의도가 전혀 없었으며, 방송 내용상 홍보 효과가 있을 것 또한 예상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해명은 시청자들의 반발을 키우는 역풍만 낳았다. 박명수가 동생의 가발 업체를 첫 방문한 것처럼 연기한 것에 대해서는 전혀 설명이 없었기 때문이다. 온라인을 살펴보면 시청자 대다수는 박명수의 친동생 업체를 홍보한 것보다는, 리얼 버라이어티를 표방하는 '무한도전'이 거짓된 연기를 보여준 것에 분노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한 것이다. 핵심을 벗어난 이번 해명은 대중을 우습게 보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
또 아울러 "급한 상황 때문에 홍보 효과가 있을 것이라 예상 못했다"는 해명 역시 이해되지 않는다. '무한도전'에서 찾은 음식점 등은 온라인을 통해 빠르게 화제가 된다. 현재 국내 소재의 가발 업체 중 '무한도전'의 촬영을 거부하는 업체는 얼마나 있을까. 박명수 업체 외에 다른 업체를 찾으려는 노력은 있었는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상황이 급박했다"는 발언이 설득력을 잃고 있는 대목이다.
이후 박명수 역시 자신의 SNS에 장문의 글로 사과와 함께 해명했지만, 제작진과 마찬가지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박명수는 "해당 업체는 동생이 2012년 홀로 설립한 회사로 저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짧은 생각에 섭외가 용이한 촬영 장소로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방송에 나온 가발 업체 홈페이지에는 박명수가 직접 사진과 함께 인사말로 "방송인 박명수, 가발업계 1인자가 되겠습니다"라고 적힌 인사말이 등장한다. 제작진이 모자이크로 처리한 업체의 간판에도 그의 얼굴이 버젓이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다'는 박명수의 발언은 납득될리 만무하다. 대중을 무시한 변명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아울러 박명수는 "홍보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것을 미처 생각 못했다"고도 했다. 이 부분 역시 대중들은 분노하고 있다.
약 10여년간 최고의 위치를 고수한 '무한도전'의 홍보 효과는 어마어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최정상 스타들도 '무한도전' 출연만큼은 스케줄을 쪼개서라도 출연하고자 하는 방송이다. 노홍철 하차 후 진행된 ‘식스맨’ 특집에 수 없이 많은 예능인이 도전에 나선 것만 봐도 '무한도전'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최근 트로트 가수 이애란의 경우 '무한도전'의 짧은 출연만으로도 스타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약 10년 간 '무한도전'에서 활약한 박명수가 이 대목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제껏 민감한 이슈에 휘말리며 숱한 '위기론'이 있을 때마다 솔직한 소통으로 진화해온 제작진이 왜 이번에는 거짓 연기를 꾸며 방송했고, 어설픈 대응을 했는지도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무한도전'을 '국민 예능'이라 치켜세우며 열광했던 시청자들은 커다란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김태호 PD를 필두로 한 '무한도전' 제작진이 시청자들의 분노를 잠재울 묘수를 찾을 수 있을까. 현재로서 쉬어보이지만은 않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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