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올해 각종 판매기록을 갈아치우며 최고의 한해를 보낸 수입차 업계가 내년 역시 고공행진을 노린다. 부쩍 커진 덩치로 인해 한자릿수 성장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라인업 확대 및 신규 모델 투입으로 전망을 뛰어넘는 성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지난 1988년 263대의 단촐한 규모였던 수입차 시장은 올해 연간 20만대 판매를 넘어서는 거대시장으로 자리잡았다. 80년대 '수입차는 곧 사치'라는 인식이 90년대 중반 세계화·개방화 바람과 맞물려 바뀌기 시작하더니 커진 시장에 외국 메이커들이 직접 국내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수입차 시장 1위 BMW가 한국법인을 설립한 것도 이 시기다.
이후 90년대 후반 외환위기를 겪으며 주춤했던 수입차 시장은 2000년대 들어 다시 빛을 보기 시작했다. 연 판매 증가율이 2배에 이를 만큼 고속성장을 지속했던 시기이기도하다. 이 같은 기조는 최근까지 지속되며 지난 2010부터 올해까지 연 평균 21.68%의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최근 수입차 시장의 폭발적 상승세가 내년에는 한풀 꺾일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유럽산 디젤 브랜드를 필두로 수년간 지속된 호황이 유종 다변화와 주요 성장 동력원이던 30대 구매고객의 비중이 정체되면서 주춤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금씩 안방을 내주던 국내 완성차 회사들이 내년도 적극적으로 반격에 나선 점도 만만치 않은 시장 전망에 힘을 실어주는 요소다. 최근 수입차 브랜드를 정조준 해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를 출범한 현대차는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로 연초부터 공세를 시작하고 르노삼성 역시 해외에서 호평 받은 탈리스만이 세단 라인업에 무게감을 더할 계획이다. 한국지엠 전기차 '볼트' 역시 떠오르는 친환경차 분야 한 축을 담당할 채비에 한창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는 내년도 수입차 시장을 올해 신규 판매 등록 예상대수인 23만5000대보다 8.5% 가량 성장한 25만5000대로 전망했다. 반면, 업계는 대체적으로 "나는 아직도 배고프다"는 분위기다. 예년만큼 디젤 모델 중심의 폭발적 상승세를 기대하긴 어렵지만 국내 시장에 구축된 라인업이 한정적인만큼 라인업 다변화와 신규 모델 투입 등을 통해 '우리만큼은' 두 자릿수대 성장이 가능하다는 포부다.
이에 따라 각 브랜드별로 신규 고객 포섭을 위한 움직임도 활발히 펼쳐질 전망이다. 지난 2009년부터 부동의 시장 1위를 기록 중인 BMW는 친환경차 시장 선점을 위해 PHEV 모델 3종을 선보이는 한편, 고성능 모델 시장 공략을 위한 모델도 2종 추가한다. 연초 여전히 수요가 높은 소형 SUV급 신형 X1을 출시하는 점 역시 초반 판매를 끌어올리는데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SUV 라인업 강화를 천명하고 나섰다. 이미 세단 시장에서 안정적인 입지를 구축했지만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SUV 라인업을 확충하며 고객층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내년 1월 기존 SUV 라인업인 GLK, M클래스의 후속 모델 격인 GLC, GLE를 비롯해 하반기 GLS, GLE 쿠페까지 총 4종의 신규 SUV를 선보인다.
이밖에 디젤 중심 시장에서 가솔린 위주 라인업으로 '연간 1만 판매 돌파, 시장 5위'라는 준수한 성적을 거둔 포드가 주요 디젤 라인업 구축을 마치고 고객 다변화를 꾀하는 한편, 부족한 라인업에 고전하던 캐딜락도 신차 4종을 투입하며 분위기 전환에 나선다.
업계 관계자는 "판매 확대는 물론 서비스 향상을 위한 AS센터도 내년에 최초로 400개를 돌파할 것으로 보이는 등 아직 수입차 시장의 잠재력은 크기 때문에 각 사별 목표 성장률은 업계 전망을 상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BMW X5 PHEV 콘셉트카(왼쪽)와 내년 국내 시장에 선보이는 메르세데스-벤츠 SUV 라인업(오른쪽). 사진/각 사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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