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대변혁)대부업 금리 '20%대' 목전…저축은행은 중금리대출 가세
고금리 부담 서민들 숨통 트일듯…이자마진 축소로 영세 대부업체 퇴출 위기
2016-01-03 12:00:00 2016-01-03 12:00:00
올해에는 대부업의 금리 상한선이 큰 폭으로 내려앉을 것으로 보인다. 대부업체들은 수익성 악화로 울상이지만 금융 소비자들은 더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게 된다. 저축은행들도 은행권이 노리고 있는 중금리 대출 시장을 지키기 위해 관련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부터 기존 34.9%인 대부업의 법정 최고금리가 27.9%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법안은 아직 국회를 통과하진 못한 상황이지만, 국회는 앞으로 남은 임시국회 회기 내에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2015년 대부기간별 신규계약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상위 20개 대부업체의 신규 개인신용대출 중 금리가 연 30% 미만인 대출은 전체 대출의 7.6%(5만9228명)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대출은 금리 상한인 연 34.9%에 몰려 있었다. 금리 상한이 내려가게 되면 혜택을 볼 서민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저축은행업권의 경우 10%대 중금리 상품을 내놓고 있다. 금융 소비자의 선택권이 더욱 넓어진 셈이다. 이전까지 저축은행은 연 29%대에 이르는 대출 상품을 취급해 왔는데,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저축은행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는 최근 신용 대출 평균 금리가 연 9.9%인 '사이다'를 출시했다. JT친애저축은행도 직장인을 대상으로 최대 5000만원까지 12%∼19.9%의 금리로 대출을 해주는 '원더풀 WOW론'을 내놨다.
 
◇서울의 한 금융사 창구에서 직원들이 대출관련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중금리 대출 시장이 형성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저축은행이 중금리 대출 시장쪽을 맡으면, 대부업과 저축은행, 시중은행 간에 질서가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 소비자의 선택권은 늘어나고 부담을 줄었으나, 대부업계과 저축은행은 울상이다. 금리 상한이 인하되면 마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대부업계는 내년 금리인하로 40개 주요 대부업체의 연매출이 7000억원 감소하고, 4000억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수익성을 맞추기 어려운 영세 대부업체는 시장에서 퇴출당할 위기에 몰렸다. 실제로 지난 2002년 66%에 달하던 최고금리가 2010년 44%, 2011년 39%, 2014년 34.9%로 내려가는 동안 대부업체 수는 꾸준히 줄어들었다. 2014년 말 기준 등록 대부업체 수는 8694개인데, 이는 2010년 당시보다 37% 감소한 수치다.
 
이재선 한국대부금융협회 사무국장은 "내년에는 원가절감 등 다양한 대안을 마련해야겠지만, 전례 없이 힘든 시기를 보내게 될 것"이라며 "몇 년 후에는 도산하는 업체도 속속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중금리 대출로 수익 모델을 다변화하고 있지만, '최고금리 인하'란 장벽을 쉽사리 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상당수의 저축은행들은 현재 연 30% 이상의 고금리를 물리고 있어 법정 금리 상한이 낮아지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시장 자체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며 "은행은 우리 영역 넘어오고 있고, 대부업은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등 수익을 올릴 만한 환경이 전혀 아니다"라고 털어놨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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