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아 재계 수장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의 경기 둔화가 예사롭지 않은 가운데 유럽의 재정위기 한파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진단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을 비롯해 환율 변동과 저유가 기조 또한 국내 기업으로서는 헤쳐나가야 할 악재다. 여기에다 국내 소비 침체는 수렁, 자체다.
이로 인해 일부 기업은 올해 경영계획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불투명한 경제 상황에서 국내 주요 기업들은 4일 오전 일제히 시무식을 열고, 신년사를 내놓으면서 올해 경영계획을 발표했다. 기업들은 대부분 올해 경제상황을 비관적으로 내다보며 선제 대응을 통한 지속성장을 강조했다.
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는 삼성, 현대차, SK, LG, GS, 한화, 한진, 금호, 두산, 효성 등 주요 재벌 대기업의 신년사 분석 등을 토대로, 핵심 키워드를 뽑았다. 총수들이 꼽은 화두는 ‘위기 돌파’와 ‘체질 개선’이었다. 이를 위해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성장’, ‘경영’, ‘위기’였다. ‘성장’이라는 단어는 총 30회가 등장했고, 이어 ‘경영’ 29회, ‘위기’ 28회, ‘신시장 및 시장’ 27회, ‘경쟁력’ 26회, ‘고객’ 22회, ‘변화’ 21회, ‘혁신’ 18회 순으로 나타났다.
GS그룹 신년사에서는 ‘성장’ 키워드가 총 8회 등장하면서 주요 대기업 중 가장 많이 사용됐다. 허창수 회장은 신년모임에서 어려운 경영환경을 슬기롭게 극복한 임직원의 노고를 격려하고, 수익성 확보를 통해 '밸류 넘버원 GS'를 만들어 가자면서 ‘지속성장’·’성장기반’·’미래성장’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반복했다.
이와 함께 대부분의 기업들은 책임경영, 경영효율, 안전경영 등을 주요 키워드로 제시하면서 임직원 모두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기업을 관리·운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시장, 신흥시장, 신시장이라는 키워드가 총 9회 반복됐고, LG그룹은 시장선도, 시장선점, 글로벌시장이라는 단어가 총 6회 사용됐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제네시스 브랜드로 글로벌 고급차 시장을 공략하는 동시에 친환경차 시장에서 판매 외연을 확대해 글로벌 리더 이미지를 구축하는 원년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LG그룹은 자동차 부품과 신에너지 분야 등 경쟁사보다 먼저 신시장을 선점하자고 다짐했다.
‘위기’ 단어는 금호아시아나그룹 신년사에서 총 11회로 가장 많이 사용됐다.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은 1979년 2차 오일쇼크, 1999년 IMF 위기, 2008년 금융위기 등 3번의 큰 위기를 겪었지만, 3만여명의 임직원이 한마음으로 기적처럼 위기 극복을 이뤄냈다며 그룹 재건 의지에 힘을 실었다.
한진그룹은 짧은 신년사임에도, ‘고객’이라는 단어가 무려 8회 나왔다. 조양호 회장은 시무식에서 “고객의 니즈(Needs)를 파악하고, 고객의 눈높이에서 고객 최우선, 고객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고객과 소통하고, 고객에게 행복을 전해야 한다”며 주문했다.
주요 대기업 신년사에서 '변화'와 '혁신'은 각각 21회와 18회가 사용됐는데, LG그룹은 변화(5회)와 혁신(4회)이라는 키워드가 상대적으로 많이 나왔다. 구본무 회장이 신년사 등에서 주로 사용한 단어 역시 ‘선제 변화’, ‘빠른 변화’, ‘실질적 변화’, ‘꿈꾸는 변화’, ‘사업방식 혁신’ 등으로, 임직원에게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시장환경에 신속·능동적으로 대응하자는 의도가 담겨 있다.
한편, 올해 신년사에서 일자리(4회), 협력사(3회), 건강(3회), 협력 및 팀워크(2회), 사회공헌(1회)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공헌, 상생은 예년보다 키워드 사용 횟수가 확연히 줄었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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