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범죄특별수사단' 설치 결정이 '도로 중수부'라는 반응과 함께 기대와 우려가 교차되고 있다.
법무부는 6일 2016년 상반기 고검 검사급 인사를 발표하고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을 설치한다고 발표했다. 초대 단장에는 김기동(52·사법연수원 21기) 방위사업비리수사단장(검사장)이 내정됐다.
특별수사단은 2개팀으로 운영되며, 서울고검 청사에 사무실을 둘 예정이다. 1팀장에는 주영환(46·27기)부산고검 검사, 2팀장에는 한동훈(43·27기)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장이 각각 내정됐다.
임무는 과거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맡았던 사건 수사다. 법무부는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거나 인적·물적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해야 할 전국 단위 대형 부정부패 사건 수사를 전담한다고 설명했다. 지휘라인은 검찰총장-반부패부장-특별수사단장으로 구성된다.
검찰 내부 "일사분란한 수사 가능"
검찰 내부에서는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이날 대검 관계자는 "전국 규모의 대형 부정부패 사건을 특별수사단이 맡게 될 것"이라며 "중수부 폐지 이후 여러 보완대책을 세워 왔지만 공백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대검 반부패부 예하 수사지원과의 전폭적인 지원과 일선 청의 지원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선 지방청의 고위 검찰 관계자도 "과거 중수부와 단순 비교는 어렵지 않겠느냐"면서도 "신속한 의사결정과 일사분란한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정치적 중립성이다. 과거 대검 중수부가 성역 없는 수사로 '거악 척결의 선봉장' 역할을 도맡아 하면서도 2013년 4월 결국 종말을 맞게 된 결정적 이유도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문제였다.
특별수사단의 경우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한 여러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우선 수사라인 구성부터 문제라는 지적이다. 과거 대검 중수부는 검찰총장이 사실상 직접 수사를 지휘하면서 정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지휘체계 중수부와 차이 없어
대검 중수부 지휘라인은 중수과장과 수사기획관, 중수부장이 있었고 검찰총장이 최종 결정권자로 있었다. 특별수사단도 팀장-단장-반부패부장-총장으로 구성된다. 수사기획관이 없고 단장과 검찰총장 사이에 반부패부장이 있을 뿐이다.
게다가 서열상 반부패부장이 위지만 단장과 같은 검사장급이다. 반부패부장은 직제성격상 참모에 가깝다. 때문에 실질적인 수사는 검찰총장이 단장을 직접 지휘하게 된다. 대검 관계자도 "지휘 체계는 반부패부를 통해 검찰총장에 보고하고 지휘받는 체계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위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중수부가 공격받은 것은 검찰총장 직속으로 그 정도로 막강한 화력의 수사기관을 가진 나라가 세계 어떤 곳에서도 없었기 때문"이라면서 "때문에 중수부에서 수사를 하게 되면 사실상 주임검사가 검찰총장으로, 정치적 중립성 시비에 시달릴 수 밖에 없었는데, 특별수사단도 달라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패범죄' 보다 '특별수사'에 무게
수사 영역도 문제다. 대검 관계자는 특별수사단이 수사할 수 있는 영역에는 제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공안사건도 수사가 가능하냐는 질문에도 부정하지 않았다. 정식 명칭만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지 '부패범죄' 보다는 '특별수사'에 무게가 실려 있는 셈이다. 대검 관계자는 다만, "현재 구체적 사건을 말해줄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기존 합수단 등이 특정 테마를 가졌던 것에 비해 특별수사단은 전국적인 사건, 일개 청으로 소화하기 어려운 사건들을 염두에 두고 설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시적' 설치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 대선 당시 야권에서 대검 중수부 폐지에 대한 당위성을 강조하면서 제시했던 근거가 대검에는 상설적인 수사기관을 둘 수 없다는 법적논리였다. 검찰청법상 직제규정에 따르면, 대검에 수사기관을 둘 수 있다는 근거규정이 없다.
이번에 설치된 특별수사단은 이런 법적 시비 가능성을 '한시적' 설치라는 논리로 피했다. 이에 대해 대검 관계자는 "특별수사단은 정식직제가 아닌 필요성에 따라 설치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특별수사의 공백이나 시스템 보완책으로 나온 것이기 때문에 필요성이 없어지면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시적…언제든 없앨수 있어"
이에 대해 검찰 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한시적이라는 말은 유동적이라는 말이고 유동적이라는 말은 언제든 없앨 수 있다는 말"이라며 "막강한 화력을 쥐고 있으면서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 신세가 되는 수사기관이라면 외풍에 더 취약한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또 "언제든 없애려면 뭐하러 만드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우려에 대해 대검 관계자는 "결국 운영의 문제"라며 "정치적 중립이나 공정성에 의심이 없도록 운영하고 인권보호를 위한 공보준칙을 엄격히 지켜 피해사례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13년 4월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 청사 10층 중앙수사부 앞에서 박유수 관리과장이 중앙수사부 현판을 내리고 채동욱 검찰청장, 박영수 전 고검장 등 전직 중수부장들에게 인사 후 퇴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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