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조종꾼들로부터 뒷돈을 받고 고객이 맡긴 돈으로 주가를 조작한 기관투자자 펀드매니저 등 주가조작 세력이 대거 기소됐다.
그동안 시세조종을 통한 주가조작에 기관투자자들도 동원된다는 소문이 증권가에서 돌았지만 이번 사건과 같이 대거 적발된 사례는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 박찬호)는 자본시장법위반 혐의 등으로 전 투자자문사 펀드매니저 서모(36)씨 등 7명과 임원 1명, 애널리스트 1명 등 총 9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6일 밝혔다. 이들에게 주가조작을 맡긴 시세조종꾼 박모(38)씨는 불구속 기소(별건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C투자자문 전 펀드매니저인 서씨는 2011년 11월 박씨로부터 A사에 대한 시세조종을 의뢰받고 C투자자문 개인투자자 일임계좌(일명 모찌계좌)를 이용해 18억원 상당의 주식을 매매하면서 시세를 조종한 혐의다. 또 2012년 4월에는 B사 주식에 대한 시세 조종을 부탁받고 같은 수법으로 60억원 상당의 주식을 매수하면서 시세를 조정해 주가를 조작한 혐의 등도 받고 있다. 서씨는 그 대가로 13억을 받아 챙겼다.
같은 투자자문 전 펀드매니저인 김모(35)씨도 시세조종꾼들과 서로 짜고 서씨와 같은 수법으로 B사 주식을 60억원어치 매수하면서 주가를 조작하고 8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이번에 함께 기소됐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시세조종 자금이나 수고비 등을 대부분 5만원권 현금으로 주고받았으며 펀드매니저들은 공원, 도로, 커피숍, 상가 등 공개된 장소에서 거액의 현금을 쇼핑백에 나누어 넣어 전달하는 대담함을 보였다. 펀드매니저들은 이렇게 번 수익으로 수천만원짜리 시계를 사거나, 유흥비·여행 경비 등으로 탕진한 것으로 밝혀졌다.
피해는 투자자들에게 전가됐다. E자산운용 펀드가 약 6억원 손실을, F자산운용 펀드는 약 9억원 손실을 냈다. C투자자문 일임계좌와 G투자자문 일임계좌에서도 합계 21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검찰 관계자는 "일부 펀드매니저들이 차명계좌(일명 '모찌계좌')를 이용해 주식을 매매했다"며 "자신이 운용하는 펀드로 특정 종목을 매수하기 전에 차명계좌로 미리 위 종목을 매매해 시세차익을 챙긴 사실(선행매매)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시세조종 구조도. 사진/서울남부지검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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