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북한의 '수소폭탄 핵실험'에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경각심과 긴장감을 갖고 대응키로 했다. 올해는 북핵 문제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변화될 가능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경제 경착륙과 중동지역 정세 불안, 가계·기업 부채 등 대내외 위험·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7일 올해 경제·금융의 리스크(위험) 요인을 점검·분석해 대응 방향을 모색하는 '리스크 점검회의'를 긴급히 열고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장애물 경기'를 하듯이 상황에 맞게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과거 미사일 발사 등 북한 관련 이슈가 발생한 데 따른 금융시장 영향은 일시적이었고, 이번에도 시장은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분석이지만,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와 사우디아라비아-이란 충돌 등 중동정세 불안까지 중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금융당국에 따르면 한국은 대외 건전성과 재정 건전성 등이 다른 국가에 비해 양호하다. 세계 7위 수준의 외환 보유액인 3680억달러를 갖고 있으며, 지난해 경상수지도 1000억달러 흑자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임 위원장도 "정부부채 비중은 38%로 국제적으로 낮은 수준이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가 국가 신용등급을 각각 AA-, Aa2 등 역대 최고로 상향조정하는 등 해외에서도 우리경제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임 위원장은 "이번에는 북한이 수소폭탄이라고 주장하는 만큼 북한 핵문제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변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와 함께 중국 경착륙, 중동지역 정세 불안 등 글로벌 불확실성도 있으므로 그 어느 때보다 정부는 높은 경각심과 긴장감을 가지고 상황 변화에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가계부채와 기업부채, 외환·증권시장의 변동 등 잠재 리스크도 선제적으로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가계부채를 우리경제의 위험요소로 인식하고 있다"며 "빚은 언젠가는 갚아야 하므로 값을 수 있는 만큼 빌리도록 하고, 대출을 받는 시점부터 조금씩 갚아나간다는 금융관행을 확실하게 뿌리내려 질적 구조를 개선할 것"이라고 했다.
부실기업 구조조정도 상시로 추진할 계획을 분명히 했다. 임 위원장은 "지난해 부실징후 기업으로 선별한 229개 기업에 대한 개별 구조조정을 조속히 추진할 것"이라며 "올해도 채권 금융기관 주도의 상시 위험진단을 통해 구조조정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고 했다. 조선, 철강, 석유화학, 해운, 건설 등 5개 업종에 대한 산업별 구조조정도 추진된다.
이어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개정과 함께 민간 주도 구조조정 전문회사를 통한 상시적·시장친화적인 구조조정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며 "기촉법이 실효된 현 상황에서는 비상대응을 통해 시장 충격없이 원활한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금융산업 건전성과 서민금융 지원, 소비자 보호도 강화할 예정이다.
임 위원장은 "금융위원회가 올해 중점을 두고 있는 업무는 금융안정과 금융개혁인데, 상황에 맞게 두 수레바퀴를 균형 있고 유연하게 끌고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임 위원장과 금융위 사무처장, 금융정책국장, 자본시장국장, 중소서민금융정책관, 구조개선정책관, 금융감독원의 양현근 부원장보, 오순명 금융소비자보호처장, 은행·증권·학계 등 분야별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김동훈 기자 donggool@etomato.com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7일 오전 8시 서울 중구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리스크 점검회의'에 심각한 표정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진/금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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