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61)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배우자 채무 논란에 휘말렸다. 더불어민주당 홍종학 의원은 10일 "유 후보자의 배우자는 연대보증 채무를 이행하지 않아 신용불량 상태이고, 빚을 안 갚으려고 재산을 숨긴 의혹까지 드러났다"며 "가정경제도 못 챙기는 유 후보자가 한국 경제를 맡을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국회에 제출된 인사청문요청안을 보면 유 후보자가 신고한 재산은 8억5461만원이다. 유 후보자 본인이 소유한 아파트와 땅, 예금 등은 10억2221만원에 이른다. 하지만 유 후보자의 배우자 함모씨가 빚을 지면서 신고 재산이 줄었다. 함씨 재산은 은행·보험 등 예금 1133만원이다. 채무는 1억6032만원에 달한다. 유 후보자가 10억원이 넘는 재산을 갖고 있으면서도 가족의 빚을 갚는 데 소홀했다는 의혹이 나오는 대목이다.
함씨는 지난 1996년 캐나다 주소지인 이모씨의 10억원 대출에 연대보증을 섰다. 3년 뒤 상환 기일이 지나면서 함씨는 채무 불이행자가 됐다. 홍 의원은 함씨를 '신용불량자'로 추정했다. 1999년 당시 신용불량자 등록 기준을 따르면 연대채무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금융거래 정지 상태인 '적색거래처'가 됐다는 것이다. 유 후보자는 서면 답변에서 "사생활이라 상세히 답변하기 곤란하다"고만 했다.
지난 2012년부터 채무를 둘러싼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함씨의 재산은 오히려 늘었다. 홍 의원은 "압류할 수 있는 예금은 감소한 반면, 압류가 불가능한 보장성 보험 액수는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유 후보자가 국회의원에 처음 당선된 2008년 재산 공개에서 함씨는 은행에 1016만원을 맡겨두고 있었다. 예금액는 점차 줄었고, 지난달 기준 2개 은행에 22만원이 있을 뿐이다. 반면 보험으로 잡힌 재산은 같은 기간 37만원에서 1118만원으로 늘었다. 홍 의원은 "압류가 됐어야 할 은행 예금은 깡통계좌가 됐다. 함씨는 가족의 계좌나 카드를 차명으로 사용하고 있을 것"이라며 "유 후보자는 한국 경제를 총괄하는 자리에 앉기 전에 배우자 금융부채를 갚는 것이 우선"이라고 비판했다.
유 후보자가 채무액을 빼고 재산을 신고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유 후보자는 국회의원이 되고 재산을 공개할 때 함씨 연대보증 채무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유 후보자 측은 채무액이 확정되지 않아 재산 공개 대상이 아니라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의원은 "고의로 누락했다"며 공직자윤리법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홍 의원실 관계자는 "국회 감사담당관실에 확인해 보니 공직자윤리법을 따라 1000만원 이상 채무를 등록하고, 연대보증 채무가 발생하면 신고해야 한다"며 "그동안 신고하지 않다가 지난해 2월 유 후보자가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지명되자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 서둘러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유 후보자는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배우자 채무 얘기가 나오기 무섭게 "연대보증의 피해자"라며 진화에 나섰다. 유 후보자 측 관계자는 "유 후보자의 배우자가 친인척 사업에 연대보증을 섰다가 채권 추심에 시달려왔다"며 "2003년 아파트가 법원 경매로 넘어갔고, 빚을 갚기 위해 노력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유 후보자의 '가정경제' 논란은 자식의 '과소비'로 번지고 있다. 유 후보자의 아들은 2010년까지만 해도 500만원가량의 재산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재산공개에선 2600만원 적자 상태가 됐다. 금융기관 채무는 5700여만원이었다. 홍 의원실이 관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유 후보자의 아들은 2013년 1월부터 2014년 7월 사이에만 해외에서 517만원어치의 옷을 사기도 했다. 홍 의원은 "배우자가 신용불량자, 아들이 과소비벽인 유 후보자 가족의 경제 관념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했다.
이순민 기자 soonza00@etomato.com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운데)가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인사청문회 관련 업무보고를 받고 밖으로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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