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장난감 재활용 사회적기업 금자동이 박준성 대표
"장난감재활용-판매-교육 갖춘 장난감단지 조성이 목표"
2016-01-15 06:00:00 2016-01-15 06:00:00
"장난감은 너무 쉽게 버려집니다. 어딘가에는 장난감이 없는 사람도 많은데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돈이 없어서 중고를 활용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재활용을 새로운 소비문화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재활용은 자연과 환경을 사랑하고 아이들에게 지금보다 더 좋은 환경을 물려주기 위한 소비의 학습입니다"
 
서울시 은평구의 서울혁신파크에 자리한 금자동이는 장난감 재활용 사업을 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장난감 재활용 사업에 대한 경제성을 키우고 폐장난감의 새로운 쓰임새(장난감학교 재료)를 개발해 발전시켜 폐장난감으로 인한 환경문제 해결을 미션으로 삼고 있다. 지난 1998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장난감 재활용을 시작했다. 2000년에 중고 유아용품 장난감 재활용 인터넷 쇼핑몰을 개설했다. 2010년 법인으로 전환햇다. 2013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금자동이의 주요 활동은 장난감 재활용과 중고품 판매, 장난감 학교 '쓸모' 이렇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장난감을 수거해서 분류하고 처리하는 작업(재활용)을 거쳐 분류한다. 판매 가능한 것은 중고품으로 판매하고, 팔지 못하는 것은 색깔별, 부품별로 분류해서 장난감학교 '쓸모'에서 사용된다. 나머지 폐장난감은 분류돼 예술작품 재료로 소진된다.
 
개인들이 직접 못쓰는 장난감을 가져와 금자동이에 팔거나 개인 집으로 금자동이가 출장을 나가는 식으로 제품을 수거한다. 운송 중 파손되었거나 환불되는 기업의 리퍼 제품들을 사들이기도 한다.
 
전국에 협동조합식 프랜차이즈인 '금자동이' 공정가맹점 6개가 영업을 하고 있다. 가맹비는 없지만 박 대표가 그간 했던 사업 내용의 지침서와 회상 BI(Brand Identity),CI(Corporate Identity)를 무료로 나눠주는 식이다. 전국에서뿐 아니라 필리핀, 베트남, 아프리카 등에서 가맹점 문의가 들어올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는 설명이다.
 
유모차 10대로 시작한 사업
 
금자동이 박준성 대표. 사진/이보라기자
금자동이의 박준성 대표는 신학대를 졸업하고, 구로공단이 자리했던 가리봉 2동에서 가출청소년들을 위한 사랑공부방을 운영했다. 그러다 주위에 버려지는 장난감과 유아용품을 보고 우연한 기회에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박 대표는 "영국의 옥스팜 같은 재활용 사업을 하되, 그 범위를 유아용품과 장난감을 국한시켜보자는 생각에서 사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고 말했다.
 
1998년, 4평짜리 공간에서 유모차 10대로 사업을 시작했다. 10만원을 주고산 유모차로 하루만에 100만원을 벌었다. 박 대표는 "하루만에 다 팔려나가서 기분은 좋았는데, 문제는 다음날 팔 물건이 없었어요"라며 옛일을 회상했다. 4평으로 시작한 가게는 50평, 100평으로 커져나갔다. 그러다가 2003년 수색 물류창고에 불이 나면서 한순간에 쌓아온 모든 것을 잃었다. 그는 또 다시 처음부터 시작했다.
 
박 대표는 장난감을 상업적 측면에서 볼 것이 아니라 다른 의미로 바라봐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상관계이론학자 '위니캇'에 따르면 장난감이라는 것은 엄마와 아이를 처음으로 분리시켜주는 중간대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장난감을 제대로 갖고 논 애들은 부모와 분리가 쉬운 반면 그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경우는 무엇에든 집착하게 됩니다"고 말했다.
 
장난감 앞에서 어른, 아이 너나할 것없이 설레고 순수해진다.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 장난감과의 놀이과정을 통해 자라왔기 때문에 장난감을 통해 새로운 희망과 동력을 부여받는다고 박 대표는 설명했다. 상업적인 욕구와 욕망이 지배하는 사회경제적 의미로만 바라보기에 장난감은 무형의 사회적 가치를 지닌다는 것이다.
 
장난감은 재활용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고무와 플라스틱, 전자기기판 등이 복합되어 있어 분해하는 비용이 원료비보다 더 많이 들기 때문에 대부분 소각되거나 매립된다. 장난감이 버려지면 재활용 하기도 어렵고, 없앨 수밖에 없는 골칫덩이 폐기물이 된다. 2013년 자원순환사회연대 통계에 따르면 선별장에 반입되는 플라스틱의 3.8%가 완구오락용품으로 약 3만톤 정도다.
 
'쓸모' 교육프로그램의 재료가 된 폐장난감
 
여러 장난감과 유아용품이 진열되어 있는 금자동이 내부모습. 사진/이보라기자
 
 
현재 장난감 재활용 사업을 하는 업체는 많지 않다. 금자동이 공정가맹점(협동조합식 프렌차이즈)이외에 약 30개 업체가 있는데 소비자들 간 직거래가 많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영세한 사업 구조 때문에 장난감 재활용 사업이 커지지 않고 있다. 박 대표는 "장난감 판매는 금자동이의 중요한 수익원입니다"라고 말했다. 
 
2010년 처음으로 시작된 금자동이의 장난감학교 '쓸모'는 상시 운영 프로그램으로 2010년 이후 약 7만여명의 유아동들이 수업에 참가했다. 이외에 비상시적으로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다문화 아동, (치매)노인, 기업연수 프로그램 등을 추진하고 있다. 움직이는 장난감학교에서는 지역 도서관, 중고등학교, 문화센터, 각 지자체 환경행사에 직접 찾아가기도 한다.
 
박 대표는 "최종적으로 버려지는 장난감을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을 해보다가 새로운 장난감을 만들어보자는 발상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바로 장난감학교 '쓸모'다. 쓸모 없는 것을 쓸모 있게 만들어보자는 의미다.
 
장난감학교 '쓸모'는 지난 2013년 쌍용자동차 해고자 심리치료에, 같은 해 현대중공업 비정규직 노조와 민주노총이 주최한 노동자 심리치유 박람회에서 참가해 수업을 진행했다.박 대표는 "자존감 향상과 폭력성에 대한 치유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여 장난감 업사이클링의 좋은 모델이 되고 있다"며 "생경하게 들릴 수도 있는 환경교육을 버려진 장난감을 소재로 친근하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는 환경교육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업사이클링’(upcycling)은 폐기물을 재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것을 일컫는다.
 
장난감 학교는 장난감 관련 영상을 시청하고 재료 탐색과 상상 단계를 거쳐 학생들이 만든 뒤 감상과 발표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정해진 규칙이나 매뉴얼 없이 어린이들이 마음대로 장난감을 분해하고 붙이고 구성하는 과정을 통해 상상력과 창의력이 생기고, 자존감과 자신감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고 박 대표는 전했다.
 
금자동이는 장난감을 이용한 페스티벌도 진행했다. 지난 2012년에 개최한 '2012 아트업 페스티벌 WITH TOY'가 대표적이다. 신진 예술가와 100명의 아동, 청소년 예비작가들이 참가해 3일간 버려진 장난감과 유아용품을 활용해 창작예술작품을 만드는 환경예술대회를 벌인 것이다. 박 대표는 "매우 고생스러웠지만 보람있었다"며 "장난감이 예술작품의 재료로도 쓸 수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보고 느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건비 지원, 사회적기업가에겐 '독'
 
금자동이 한켠에 꾸며진 갤러리의 토이정크아트. 사진/이보라기자
 
일반 사업체로 시작해 장난감이 주는 사회적 가치를 발견하고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한 박 대표는 사회적 기업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처음부터 정부나 기업의 지원을 받기 위해 '끼워맞추는' 식의 사회적 기업 설립은 지양해야한다는 것. 박 대표는 "좋은 아이템으로 사업을 하는 사람이 내가 사회적기업가라고 커밍하는 것이지, 정부가 틀을 만들어놓고 그 요건에 맞춰 인건비 등을 지원받는 식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사회적기업을 키우려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사회적 기업의 가치를 측정할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빅데이터 분석보다는 스몰데이터나 특화된 데이터 분석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박 대표는 "'수고했다, 잘했다'가 끝이 아니라 사회적 기업가에게는 생계가 되는 일이 발전될 수 있게 간접적 지원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현재 인건비 지원 중심으로 이뤄지는 지원방식은 기업의 영속성을 저해할 뿐 아니라 (사회적기업가에게는) 독과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인건비 지원으로 덜컥 고용부터 하고 나면 사업이 건전해지기 전에 규모가 커지게 되서 사업이 건전해질 기회를 상실하게 되요. 결국 고용한 사람들 때문에 회사가 힘들어지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사회적기업가에게 궁극적으로 필요한 것은 정부의 인건비 지원이나 겉핥기식 컨설팅이 아니라 공공구매라고 말했다. 공공구매에 참여에 필요한 나름의 실적을 쌓기 위해 사회적 기업 스스로 노력해야하기 때문에 자가발전이 된다는 것이다. 기업이 존속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R&D(연구개발)투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환경부와 연계를 통해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가 장난감과 유아용품에까지 확대되어야한다고 주장했다. 현재는 대형가전제품을 비롯한 몇몇 품목에만 적용되고 있지만 장난감 폐기물은 해당되지 않는다. 장난감 및 유아용품에 생산자 책임 재활용제도가 도입된다면 폐기업자에게 재활용 비용이 지급돼 장난감 재활용이 활발해질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올해는 장난감 학교의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장난감 재활용 문화를 확산시킬 계획이다. 더불어 금자동이의 장난감과 '쓸모' 프로그램이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돌아갔으면 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장난감 및 유아용품을 처리할 장난감 재활용 센터를 기반으로 한 장난감단지(테마파크)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박 대표는 "지자체의 남는 건물이나 부지를 활용해 장난감 재활용 단지를 만드는겁니다. 체계적인 수거시스템을 확립해, 단지로 수거한 후 판매와 교육, 전시 등의 카테고리로 나눠 테마파크를 만들 수 있을 겁니다. 그러한 모델을 위한 시험 서비스를 제가 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난감단지가 조성된다면 전세계에서 장난감 재활용 시스템을 보러 한국을 방문하게 될 것이고, 장난감 재활용 문화가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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