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에 빠진 20대, 30대 청년층은 이른바 ‘헬조선’이라며, 우리나라의 현실을 ‘지옥 같은 조선’으로 비하하고 있다. 암울한 현실 속에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연간 고용동향'을 보면 청년층 실업률은 9.2%로 지난 1999년 통계 기준이 변경된 이후 역대 최고치다.
성별로 보면 남성 10.6%, 여성 7.8%로 상대적으로 남성의 실업률이 높다. 청년층 10명 중 1명은 실업자인 셈이다.
이마저도 1주일 이상 시간제 근무자도 포함한 수치로 고용안정이 보장된 순수 정규직만 따진다면 실업률은 훨씬 더 높아진다.
우리나라는 조선, 철강, 해운, 건설, 석유화학 등 노동집약적인 제조업 산업기반을 중심으로 고속성장을 이뤄왔지만, 지난 몇 년간 인건비가 싼 중국이나 동남아 국가들의 맹추격을 받으면서 서서히 몰락해 가고 있다.
당연히 신규 인력채용 등 고용 위축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산업의 변화, 즉 고도화 산업으로의 체질개선에 신속한 대응이 미흡했기 때문이다.
기업의 비용절감을 위한 만고불변의 원칙은 ‘고용축소’다. 최저 근무시간 기준 0시간을 일컷는 ‘제로아워(ZERO-HOUR)’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
채용 계약서에 별다른 근무시간을 명시하지 않은 채 고용주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동안만 일을 해주는 이른바 ‘5분 대기조’다.
다른 말로는 ‘호출노동자’라고도 부른다. 10년 후 우리 고용시장의 모습일 수 있다. 제로아워는 철저히 기업의, 기업에 의한, 기업을 위한 고용형태다.
자연스레 노동자들의 근무환경 악화가 이어지고, 기업을 견제하고 노동자의 목소리를 대변할 조직도 현실적으로 만들 수 없다.
무엇보다 이들 노동자는 저임금에 직면하면서 ‘보다 나은 내일’을 꿈꿀 희망 조차 잃게 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오히려 ‘제로아워’ 고용형태를 독려하면서 늘리고 있다.
고용형태 보다 실업률 개선을 위해 불안정한 제로아워를 부추겨 당면한 과제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표면적으로 보여지는 실업률 개선에 비정규직도 포함되기 때문에 양질의 고용형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다.
비정규직 등 질낮은 일자리가 양산되는 현실 속에서 정부는 ‘어찌 청년들을 위해 마련한 고용정책’이라며 이 같은 노동개혁을 밀어붙일 수 있단 말인가.
김영택 산업2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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