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사양사업으로 여겨지던 PC 시장이 새해 들어 뜨겁다. PC사업이 가상현실(VR) 생태계 구축을 위한 포석으로 여겨지는 데다, 기업간거래(B2B) 또한 활발하다.
한때 철수설에 시달렸던
삼성전자(005930)는 올해 PC사업 전열을 재정비했다. 앞서 삼성은 PC사업의 수익성이 낮다고 판단, 2012년 PC사업을 담당하던 IT솔루션사업부를 해체하고 해당 인력들을 무선사업부로 흡수·통합했다. 노트북·데스크탑 등의 PC 대신 태블릿으로 역량을 집중한 것이다. 게다가 2012년 내놓은 시리즈9의 디자인을 그대로 계승할 정도로 투자에도 소극적이었다.
그러던 삼성전자가 3년 만에 PC사업에 힘을 실어줬다. 지난해 연말 무선사업부 내에 PC사업팀이 신설됐다. IT솔루션사업부 시절 PC개발팀장이었던 최영규 무선사업부 전무가 PC사업팀장을 맡았다.
(왼쪽부터)삼성전자의 노트북9과 LG전자의 '그램15'. 사진/ 각사
LG전자(066570)도 PC가 속한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의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TV·모니터사업부에서 모니터 사업을 분리해 PC와 합친 모니터·PC사업BD(Business Division)를 출범했다. 장익환 LG전자 HE사업본부 모니터·PC BD 담당은 "TV와 모니터보다는 PC와 모니터의 시너지가 더 크다는 판단이 작용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PC시장은 2012년 태블릿의 등장으로 곧 사양사업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 시장 규모는 매년 줄고 있다. IT 자문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총 PC 출하량은 2014년에 비해 8% 감소한 2억8870만대를 기록했다. 4년 연속 감소세다. 올해 PC 출하량 역시 지난해보다 1%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그럼에도 양사가 PC에 다시 눈을 돌린 것은 태블릿의 한계 때문이다. LG전자 관계자는 "태블릿은 문서를 읽는 등 소비 위주의 단말기인 데 반해 노트북이나 PC는 워드나 PPT 등을 생산할 수 있는 디바이스"라면서 "PC 시장이 감소하고 있지만 투인원, 울트라 노트북 등으로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 전략 변화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B2C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든 것과 달리 B2B는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솔루션과 서비스, 플랫폼이 더해진 B2B 제품의 경우 장기계약 등을 통해 대량으로 제품을 꾸준히 공급할 수도 있다.
PC에 대한 업계의 관심은 최근 두각을 나타낸 VR 생태계 구축과도 관련 있다. 아직은 시장 초기 단계로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VR이 대세이지만, 궁극적으로는 고성능 그래픽을 지원하는 PC로 무게의 추가 이동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에 삼성과 LG는 연초부터 더 얇고 가벼운 노트북을 경쟁적으로 출시했다. 삼성전자는 840그램(g)의 2016년형 '노트북9'을 내놨다. LG전자도 '그램15'로 맞불을 놨다. 크기는 15인치지만 무게는 13인치와 같은 980g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주춤하는 사이 LG가 그램으로 점유율을 따라잡았다"며 "올해 양사가 PC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예고된 가운데 추이가 어떻게 바뀔지 시장의 관심이 쏠려있다"고 말했다.
임애신 기자 vamo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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