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케냐 출신 마라토너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28)의 귀화 문제가 이르면 오는 21일 재논의될 전망이다.
에루페의 귀화를 돕고 있는 오창석 백석대학교 교수는 19일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재논의가 21일에 예정된 것으로 안다. 관계자 소집 등 절차가 있어 확정적이지는 않지만 늦어도 이달 안에는 열리지 않겠느냐"면서 "현재는 에루페의 과거 도핑 의혹과 관련된 것을 규명하고 있다. 케냐에서 받은 의사의 검진 내용을 갖고 한국에 있는 병원에서 확인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귀화를 선언한 에루페는 지난 2013년 2월 금지약물 양성 반응 판정을 받아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으로부터 2년의 징계를 받았다. 당시 말라리아에 걸려 치료 주사를 맞은 것이 양성 반응으로 이어졌다는 게 에루페의 주장이다.
이에 대한체육회는 에루페의 금지 약물 징계와 관련해 고의성이 있었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태극마크'를 달기 앞서 윤리적인 자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대한체육회의 국가대표 선발 규정에 따르면 도핑테스트에서 적발돼 징계를 받은 경우 징계 만료 이후 3년 동안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
이 경우 에루페는 2018년 2월이 돼야 국가대표 선발 자격을 얻을 수 있다. 다만 이 규정은 최근 금지약물 복용 혐의를 받은 박태환의 리우 올림픽 선발 자격과 맞물려 이른바 '박태환 법'으로 불리며 폐지 여부를 검토 중인 규정이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7일 한 차례 '에루페의 복수 국적 취득을 위한 특별 귀화 신청안'을 심의한 직후 "추가 자료 검토 후 최종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며 결정을 보류했다. 대한체육회 강래혁 법무팀장은 "에루페의 복수 국적 취득과 관련해 추가로 확인할 사항이 있다"며 "자료 보완 후 최종 의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오창석 교수는 "병원에서 말라리아 약으로 도핑 문제에 걸리는 것이 의학적으로 가능한 얘기라고 하더라. 이 경우 문제가 없다는 것"이라며 "지금은 에루페가 한 해명이 약 핑계를 대며 꾸며낸 거짓일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한체육회가 의문을 가지는 것이다. 거기에 대한 의문점을 속 시원하게 규명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 교수는 "이 부분만 정확히 해명하면 귀화에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 일부 반대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명분이 없다고 본다"며 "한국 육상을 위해 귀화를 인정하자는 것이다. 혹시나 에루페가 리우 올림픽에 나가지 못한다 하더라도 한국에서 계속 훈련하고 선수 생활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에루페는 지난해 6월 충남 청양군체육회에 입단해 태극마크를 달기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 '한국을 위해 달린다'는 의미를 더해 '오주한'이라는 이름을 짓고 오는 8월 열리는 리우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체육회 법제상벌위원회의 심의에서 에루페의 귀화 안건이 통과될 경우 법무부 국적심사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특별 귀화 여부가 결정된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특별 귀화를 신청한 케냐 출신 마라토너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가 지난 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회관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제21차 법제상벌위원회에 참석해 대한민국 귀화의 뜻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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