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손효주기자] 두 달만에 다시 찾은 쌍용자동차 청량리영업소. 두 달전 이곳에는 차를 판매하는 대리점이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전시차가 단 한 대도 없었다. 쌍용자동차 영업소라는 간판이 없었다면 자동차를 파는 곳인지도 모르고 지나쳤을 정도로 휑하기만하던 이곳에 전시차가 돌아왔다.
“한달넘게 매장에 차가 없다가 다시 차가 들어오니 다시 한 번 해보자는 희망이 생깁니다. 파업이 풀린지 20여일밖에 되지 않아 아직 큰 변화는 없지만, 6월 계약 고객에게 출고된 차를 인도해 드리고 있고, 뚝 끊겼던 고객의 발길도 이어지기 시작해 분위기가 점점 나아지고 있습니다.”
26일 오후 현장에서 만난 김영민 쌍용차청량리영업소 대표는 우중충한 날씨와 대조적으로 밝은 표정이었다. 휑했던 영업소에는 로디우스와 렉스턴 등 두 대의 차가 들어와 다시 고객의 눈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시 희망을 품고 있는 것은 현장에서 발로 뛰는 영업사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쌍용차 사태로 형편이 악화돼 결국 이혼절차까지 밟고 있다는 김한성(가명) 영업부문 오토매니저는 “다시 쌍용차에 희망이 보이고 있고 차 구입을 문의하는 기존 고객들의 전화가 이어지고 있어, 이혼조정기간인 아내를 설득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본사도 생산재개를 바탕으로 이른 시일안에 영업망을 복원하려 애쓰고 있다. 쌍용차는 지난 19일부터 26일까지 8일동안 영업력 강화 결의를 다지는 영업사원 전진대회를 전국 6개 권역별로 열었다.
이 자리에 강연자로 참석한 하관봉 부사장은 “생산이 점차 정상화되고 있어 이제는 영업력이 회사 회생의 관건이 될 것”이라며 “전진대회를 계기로 영업사원의 사기를 북돋우고 인력도 2천명까지 충원해 한달 내수판매 5천대 목표를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런 희망에도 불구하고 쌍용차 한쪽에서는 여전히 영업망 정상화가 지지부진하다는 불만이 나온다.
영업부문 오토매니저 전진대회에서 만난 한 영업직원은 “회사가 무상점검 서비스 강화, 품질점검체계 강화 등 대고객 서비스를 대폭 개선해 영업망을 정상화시키겠다고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며 “어려운 와중에도 쌍용차를 구매해준 고객들이 AS를 받으러 갔다가 '부품이 없어 어떤 수리도 불가능하다’는 말만 듣고 돌아오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영업망 정상화에만 신경을 쓰면서 함께 정상화돼야 할 AS망이 가동되지 않아 남은 고객마저 떨어져나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쌍용차에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 중 쌍용차 납품 비율이 30%가 채 안되는 업체가 절반이 넘는다”며 “채무불이행 우려가 여전해 이 업체들로서는 쌍용차 납품 비중을 줄이려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쌍용차 자금 문제에 대한 불신이 해소되지 않는 한 부품 부족 문제는 계속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판매량을 눈에 띄게 늘려 부품업체에게 신뢰를 주고 이것이 다시 고객 신뢰로 이어지게 만드는 선순환이 일어나야 한다"며 "그러나 이렇다할 신차가 없는 쌍용차가 판매를 눈에 띄게 늘려 정상화의 길을 걸으려면 C200이 나오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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