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미편성으로 인한 근본적인 해결대책으로 '내국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교부율 1%p 증액'을 제시했다.
정부가 시도에 내려보내는 교부금은 현재 내국세의 20.27%로 정해져 있다. 이날 조 교육감은 앞서 시도교육감들이 교부율 5%p 인상분인 25.27%로 상향 조정할 것을 요구한 것에 비해 한 발 물러선 모양새다. 당장 누리과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조 교육감은 28일 서울시교육청에서 누리과정 예산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보육대란으로 일부 교육청들은 2개월, 3개월 정도의 예산을 편성하겠다는 등 우선 급한 불을 끄고 있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이같은 임시방편으로는 4월 총선 이후 예산 파동이 재현될 것이고, 또 총선 이후 임시책으로 막는다 해도 내년에 또 파동이 재현될 것"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항구적이고 제도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육감은 같은 맥락에서 전날 이영 교육부 차관의 '시도교육청은 누리과정 예산을 충분히 편성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대구, 경북 등 보수 교육감들이 있는 교육청에서도 6개월치 밖에 편성하지 못했다"며 "교육청의 예산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건 실체"라고 주장했다.
또 학생 수가 줄어들어 교부금을 늘릴 수 없다는 교육부의 주장에 대해서도 "학교 예산은 학생 수가 아닌 학급·학교 수에 따라 집행되므로 학생 수 감소와 예산 축소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조 교육감은 "중앙정부가 현재 교부금 교부율을 1%p로 증액하는 것을 약속한다면 교육청도 절약을 통해 부족한 누리과정 예산을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교육감들이 예산 편성을 거부하는 것은 2조1000억원에 달하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이라며 “올해 내국세 총액이 187조968억원인데, 교부율을 1%p 올리면 교부금이 1조8700억원 증액되면서 어린이집 누리 예산의 상당 부분을 충당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정부가 법을 개정한다면 부족분 2300억원은 시·도교육청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방식으로 어렵게라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교육감은 담배소비세를 교육에 투자하는 대안도 내놨다. 그는 "정부는 지난 2014년 담뱃값을 인상하면서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을 조정해 담뱃값 인상에 따른 세수을 중앙정부가 더 가져갔다"며 "담배세를 우리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 투자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들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교부금 교부율 상승 등 사회적 대타협이 가능하게 된다면 올해 임시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쉬운 문제가 될 것”이라며 “한시적으로는 교육부의 특별교부금 사용, 지방채 상환 연기, 추가 지방채 발행 등 여러 방향으로 대안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교육청은 당초 올해 예산안에 유치원 누리예산 12개월치를 전액 편성했지만 시의회 심의 과정에서 어린이집 누리예산을 편성하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모두 삭감됐다.
이로 인해 보육대란이 현실화해 교육 현장 혼란이 초래되자 시의회 야당은 다음달 2일 의원총회를 열고 유치원 예산 2개월치를 우선 편성하는 임시방편을 논의할 예정이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 교육청에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문제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서울시교육청 제공
윤다혜 기자 snazzy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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