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달영의 스포츠란)축구 한일전, 경기뿐 아니라 응원·해설도 패배
2016-01-31 14:22:58 2016-01-31 17:01:52
스포츠는 '싸움'이 아니기 때문에 경기장 안팎에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예의가 있어야 한다.
 
테니스 4대 메이저대회의 하나인 호주오픈테니스대회가 한창 열리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31일) 남자테니스 단식결승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와 앤디 머레이(영국)의 경기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TV 중계를 통해 세계적인 선수들의 멋진 플레이를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온다. 그런데 거기에 더해 인상 깊은 장면들도 있는데, 바로 상대선수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모습이다. 상대선수의 멋진 플레이가 나오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거나 박수를 쳐주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경기 전후의 인터뷰에서 상대선수에 대하여 긍정적인 멘트를 하고 있는 모습은 덤이다. 경기에서 뿐 아니라 경기장 밖에서도 상대선수를 배려하고 인정하는 모습들을 보면 테니스가 '신사 스포츠'임을 알 수 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대표팀이 지난 30일 밤(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압둘라 알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최종예선 겸 AFC U-23 챔피언십'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2-3으로 역전패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이처럼 스포츠는 승부를 다투는 게임이지만 정해진 룰에 따라 정정당당하게 실력을 겨루는 점에서, 경기장 안팎에서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거나 경기 이외의 이슈를 가지고 상대방을 자극하는 것은 스포츠의 본질에 맞지 않는다. 물론 국제대회에서 국가를 대표하여 경기를 하거나 감정적으로 껄끄러운 나라의 선수들과 경기를 하는 경우에는 사정은 조금 다를 수 있지만 그래도 상대선수나 팀에 대한 배려나 예의는 있어야 한다. 상대팀·선수의 좋은 플레이에 박수를 쳐주진 못하더라도 비방이나 조롱은 하지 말아야 한다. 승리자뿐 아니라 패배자에게도 박수와 격려를 보내는 스포츠는 ‘싸움’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축구 한일전 응원과 TV해설에서 우리는 일본대표팀과 선수들에 대한 배려와 예의가 부족했다.
 
그런 점에서 지난 30일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우리는 경기 결과뿐 아니라 응원과 TV 해설에서도 일본에게 졌다고 볼 수 있다. 경기에서 한국과 일본의 대표팀 선수들은 열심히 뛰었기 때문에 이긴 일본 대표팀 선수단뿐 아니라 진 우리 대표팀 선수단도 박수를 받고 격려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응원과 TV해설은 달랐다. 과연 우리 응원과 TV 해설은 스포츠의 본질에 맞는 성숙한 모습을 보였는지 되돌아 봐야 한다.
 
대한축구협회가 지난 30일 밤(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압둘라 알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최종예선 겸 AFC U-23 챔피언십' 일본과의 결승전을 앞두고 공식 SNS를 통해 응원 구호 만들기 이벤트를 벌여 채택한 문구. 사진/대한축구협회
 
대한축구협회는 이번 한일전을 앞두고 공식SNS를 통해 응원구호 만들기 이벤트를 실시했는데, '일본은 우리의 우승 JAPAN(자판)기'를 당선작으로 뽑았다. 국내 프로축구 K리그에서 축구팬들이 패배가 많은 팀을 자판기처럼 손쉽게 승점을 내준다는 의미에서 '승점 자판기'라고 조롱하곤 하는데, 이번 응원문구 공모에서 일본의 영문명인 '재팬(JAPAN)'을 '자판'으로 변형한 응원문구가 대한축구협회의 공식 응원문구가 된 것이다. 우리 국가대표팀을 응원하는 문구가 결국 일본 국가대표팀을 조롱하는 문구가 된 것이다. 개인적으론 일본 국가대표팀을 조롱하는 응원문구를 꼭 써야 했는지 아쉬운 생각이지만, 뭐 보는 시각에 따라선 웃어넘길 수도 있겠다 싶다.
 
그러나 문화방송(MBC) TV중계 해설진의 이번 해설 행태는 달리 봐야 한다. 명색이 공중파 TV 중계방송에서 수차례 일본대표팀 선수의 이름을 가지고 희화화하고 낄낄거리며 웃는 모습은 눈에 거슬렸다. 방송에서 나오지 않는다면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엄숙하게 해설을 할 필요도 없고 이왕이면 재미있게 해설을 하는 것이 좋겠지만 예능프로그램에서 출연자끼리 잡담하는 것처럼, 그것도 상대선수의 이름을 가지고 놀리는 모습은 해설의 품격을 떠나서 기본적인 예의와 배려가 없는 모습이었다. 만약 그 방송을 일본사람들이 봤다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 하니 얼굴이 화끈거린다.
 
응원과 TV 해설도 우리 팀·선수들을 응원하고 격려하는 방식으로 해야지 상대팀·선수를 조롱하고 비방하는 방식으로 해선 안 된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는 거 아니냐 생각할 수 있지만 만약 일본축구협회에서 우리 대표팀을 조롱하는 응원문구를 선정해 사용하지 않았거나 일본 TV방송사 해설에서 우리 선수들의 이름이나 외모를 가지고 놀리지 않았다면, 우리의 스포츠 응원 문화나 TV 중계해설이 일본에 비해 수준이 낮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 자성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이다. 경기뿐 아니라 경기장 밖에서도 우리가 일본에게 패배한 꼴이다. 스포츠에서 응원과 TV해설은 우리 팀·선수를 응원하고 격려하는 방식으로 해야지 상대팀·선수를 조롱하고 비방하는 방식으로 해선 안 되는 이유다. 
  
장달영 변호사 dy6921@daum.net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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