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중국의 도시화와 사업기회
2016-02-10 09:32:07 2016-02-10 09:32:53
지난 1월 한·중 공동연구 과제 수행 차 중국 베이징의 한 대학을 방문했다. 베이징 여기저기에서 JD.com이라 표시된 빨간 화물차들을 볼 수 있었다. 전자상거래 업체인 징동닷컴의 배달 화물차들이었다. 징동닷컴은 알리바바에 이어 중국 2위의 전자상거래 업체다. 2015년 매출은 2600억 위안, 한화로는 약 52조원 규모로 세계 4위 수준이다. 반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는 2015년 4분기 가장 낮은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과연 중국 전자상거래에 어떤 변화가 있는 것일까.
 
창업자 마윈(馬雲)으로 잘 알려진 알리바바는 타오바오(Taobao)라는 오픈마켓 중개 사이트를 열어 이베이(Ebay)와 경쟁한 끝에 중국 전자상거래의 선두 자리를 확보했다. 이후 온라인 쇼핑몰인 티몰(Tmall)을 열며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약 80%의 점유율을 확보하였다. 지난 2014년 알리바바는 미국 뉴욕 증시에 역대 최대 금액인 250억 달러(약 26조원) 공모금액으로 상장에 성공하였다. 또한 알리바바는 농촌 전자상거래 진흥을 통해 발전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한편 징동닷컴은 온라인 쇼핑몰 형태로 ‘짝퉁’ 물건을 배제하고 정품으로 제품을 엄격히 관리한다. 중국의 대도시 고소득 소비자들이 주요 목표 고객이다. 특히, 한류를 좋아하는 중국 사람들인 '하한쭈'(哈韓族)을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에 크게 신경을 쓰고 있다. 또한 모바일 채널을 강화하고 배달 서비스를 강화함으로써 빠른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징동닷컴은 3만 명의 정직원 택배기사를 두고 고객이 오전 11시 전에 주문하면 당일 배송을 보장할 정도이다. 전통적인 온라인 배달상품 뿐 아니라 신선식품 등 빠른 배달을 필요로 하는 상품까지 사업을 확장하는 중이다.
 
이런 전자상거래 변화의 기저에는 중국의 도시화가 있다. 칭화대 마케팅 교수인 쯩유황 교수는 중국의 소비 시장이 이중적 체계로 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중국의 도시화가 심화되면서 도시와 농촌이 매우 상이한 형태로 발전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통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는데, 중국이라는 나라의 GDP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이지만 1인당 GDP는 80위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청두와 같은 대도시의 1인당 GDP는 OECD 국가 수준으로 매우 높다.
 
중국 정부는 엄격한 호구제도를 통해 이주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 이렇게 대도시와 농촌의 주민은 서로 다른 호구를 가지고 있지만 2000년 대 이후 '농민공'으로 불리우는 농촌 주민들이 대도시로 유입되면서 도시화가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베이징의 출퇴근 시간 지하철은 우리나라의 '지옥철'보다 더 혼잡할 정도이다.
 
현재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빠른 도시화는 우리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대도시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스마트 도시 구현의 한 방법으로서 전자상거래는 보다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규모를 확보한 물류 시스템은 중국의 전자상거래의 거래비용을 크게 낮출 것이다. 이미 알리익스프레스는 무료배송을 내세우며 저가 전략을 앞세워 한국 전자상거래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다른 한편, 우리에게 기회도 있다.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한국이 장점을 가지고 있는 한류, 화장품 및 가구·인테리어 관련 업체들은 중국 대도시의 고소득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쇼핑몰 채널을 통해 유통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 대도시를 위한 환경 및 에너지 절약 기술 산업도 유망할 것이다. 중국의 농촌을 대상으로는 사회적 기업 분야의 실험적인 사업모델을 적용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또 고부가가치 웰빙 먹거리 사업도 기회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중국정부는 내륙 중소도시를 개발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일대일로(一帶一路) 계획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와 같은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 중이다. 중소도시 개발과 관련된 새로운 기회도 예상된다. 대도시, 농촌, 그리고 중소 도시에 이르는 다양한 중국 시장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십수 년 전, 사업가들이 모인 회의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한국이 만약 멕시코와 같은 지리적 위치에 있었더라면 미국이라는 거대한 내수 시장이 있어 큰 비즈니스를 많이 만들어 냈을 거라는 것이다. 도시화의 빠른 진전과 함께 중국인들의 소비 성향이 변화하며 새로 만들어지고 있는 거대한 중국 내수 시장에서 우리가 비즈니스 기회를 가질 수 있을지 주목해야 할 것이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대학 교수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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