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금융소비자보호처장으로 김수일 부원장보를 내정했다. 또한 최현자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를 소보처 부원장보로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금감원 임원 인사는 탕평인사 기조를 이어가면서 내부 승진 인사로 낙하산 비난을 피했다는 평가다.
11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2일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비공개로 인사 담당 임원인 김수일 기획·경영 부원장보를 금융규제정비단장으로 보직을 바꾸고, 금융위에 부원장 후보자로 제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 부원장은 금감원장의 제청 이후 금융위원회의 전체회의 등 검증 절차를 거쳐 임명된다. 금융위 전체회의 일정은 현재까지 확정되지 않았다. 김 부원장보가 맡은 금융규제정비단장직은 소비자보호처장에 오르기 전에 '거쳐 가는' 자리라는 전언이다.
복수의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김수일 부원장보는 보험감독원 출신으로, 소비자 문제가 올해 가장 많이 불거질 것으로 예상되는 보험 분야에 오랜 경험이 있다"며 "금감원은 부원장 후보자 1명을 지난 2일 금융위에 제청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금융당국이 보험료 산정과 관련된 모든 규제를 전면 폐지하는 내용의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올해부터 보험 소비자 문제가 크게 불거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 부원장보가 부원장으로 승진하면 보험감독원 출신으로는 첫 부원장이 된다.
소보처 부원장보 자리에는 최현자 서울대 교수 등 외부 인사가 유력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 교수는 지난해 금융위원회 금융개혁회의 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고, 금융위 등 정부에서 강조하는 여성 인사"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새누리당이 작년 10월 구성한 금융개혁 태스크포스(TF)에 전문가 위원으로 활동한 데 이어 금융위의 금융개혁회의 업무를 이어받은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으로 최근 위촉됐다.
소보처장 인사가 결정됨에 따라 연쇄 인사도 전망된다. 김수일 부원장보가 빠진 기획·경영 담당 부원장보 자리에는 이상구 은행·비은행 검사 담당 부원장보가 자리를 옮기고, 이상구 부원장보가 떠난 자리에 류찬우 은행감독국장이 승진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이은태 금융투자 담당 부원장보의 퇴임이 예상되며, 이곳에는 민병현 기획조정국장이 승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의 임원 인사는 정부의 입김에 따른 '낙하산' 논란을 피하면서 능력 중심의 내부 승진을 시도한 것으로 평가된다. 동국대 출신인 김수일 부원장보가 승진하면, 진웅섭 금감원장의 '학벌 타파' 인사가 지속되는 셈이기도 하다. 앞서 진 원장은 취임 초기에 양현근·김영기 부원장보 등 상고 출신이나 서태종 수석부원장·이동엽 부원장 등 지방대 졸업한 인재를 임원으로 발탁하면서 탕평인사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금감원이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국·실장 인사만 발표하고 나머지 조치는 공식적으로 진행하지 않은터라 내부에서는 혼란과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권에 성과주의가 강조되고 있는 마당에 나이에 따라 짐을 싸라고 인사 조치하는 점이나 보험감독원 출신의 인사 담당 임원의 자기 사람 챙기기도 눈에 띈다"는 비난도 들린다. 금감원은 팀장과 이하 인사는 이번 주 내 처리할 예정이며, 이르면 내달 초 임원 인사를 공식 발표할 전망이다.
김동훈 기자 donggoo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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