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중국, 아프리카에 공들이는 속내는 뭘까?
자원보다 인프라 건설시장 선점에 방점…저렴한 노동력 확보 목적도 커
2016-02-16 12:00:00 2016-02-16 12:00:00
아프리카를 향한 중국의 구애는 뜨겁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말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FOCAC)'을 찾은 자리에서 600억달러 규모의 경제지원을 약속했다. 시 주석은 당시 "향후 3년간 아프리카와의 관계 강화를 위해 10대 협력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중국과 아프리카는 영원한 좋은 친구이자 좋은 동반자, 좋은 형제"라고 강조했다. 지난달에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새해 첫 순방지로 말라위와 모리셔스, 모잠비크, 나미비아 등 아프리카 4개국을 방문하며 결속을 다졌다. 이 같은 중국의 행보에 대한 외부의 시각은 곱지만은 않다. 아프리카의 원유와 철광석, 구리 등 천연자원을 노린 '신 식민주의' 접근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국의 아프리카 접근은 단순히 자원 확보를 위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지난해 12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보그에서 열린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에서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제이컵 주마 남아공 대통령이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신화
 
중국이 아프리카에 쏟는 돈은 날로 커지고 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채 10억달러가 되지 않던 중국의 아프리카 투자금액은 지난해 1000억달러 이상으로 100배 넘게 성장했다. 무역 규모 면에서는 이미 지난 2009년 미국을 제치며 최대 교역국에 올라섰다. 지난해에는 중국의 경기둔화로 무역에도 타격을 입긴 했으나 중국이 아프리카에서 수입한 금액은 670억달러, 수출액은 1020억달러에 달했다.
 
아프리카를 향한 중국의 러브콜이 자원 확보를 위한 것이라는 인식은 2008~2009년 즈음 확산됐다. 당시 미국의 경제지 '패스트컴퍼니(Fast Company)'는 "중국이 아프리카에 병원과 수도관, 댐, 철도, 공항, 호텔, 축구장, 의회 건물 등을 짓는데 돈을 대고 있다"며 "이는 결국 원자재에 대한 중국의 필요로 연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 의회조사국(CRS)도 "중국의 아프리카 지원은 천연자원에 대한 필요 때문"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며 이 같은 인식에 쐐기를 박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국의 아프리카 전략이 단순히 자원 확보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 대부분이 자원 부국이긴 하지만 실질적인 투자 사례 등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중국 아프리카 투자 60%는 '서비스업'
 
미 팬실베니아대 와튼경영대는 최근 개최한 포럼 '중국의 아시아 투자:진짜 이아기는 무엇인가'를 정리한 글을 공개하며 중국이 아프리카에 러브콜을 보내는 진짜 이유를 분석했다. 보고서는 아프리카에 대한 중국의 투자가 지난 2009년부터 증가했지만 천연자원이 풍부한 국가와 체결한 계약이 꼭 증가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중국 상무부 자료를 보면 중국과 경제교류가 많은 상위 20개국에는 나이지리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자원부국도 있지만 에티오피아나 케냐, 우간다 같은 자원 빈국도 포함돼 있다. 첸 원지에 국제통화기금(IMF) 아프리카부문 이코노미스트는 "정부끼리 체결하는 대형 계약은 인프라건설이나 자원개발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며 "이 같은 내용이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하면서 실제 상황을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IMF가 지난 1998년부터 2012년까지 아프리카에 투자한 중국 기업의 자료를 조사한 결과, 원자재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중소기업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체 프로젝트의 60%는 서비스업이었으며 그 중에서도 비즈니스 서비스와 도·소매, 무역업종 등이 84%를 차지했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도 지난해 말 '중국의 아프리카 투자에 대한 5가지 오해'라는 기사를 통해 비슷한 주장을 했다. 지난 2014년 중국은 아프리카와 700억달러 규모의 건설계약을 체결했는데 당시 계약은 천연자원에만 한정돼 있지 않고 인프라 건설과 일자리 창출 등에 두루 영향을 끼쳤다는 설명이다. 특히 IT 기업들이 아프리카의 산업 환경 개발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덧붙였다. 화웨이는 10여년 전 나이지리아에 직업학교를 열었는데 이곳을 통해 아프리카의 IT산업이 발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경제협력을 위한 상호계약이 아닌 원조 형태의 금융지원도 원유나 광물자원과는 큰 관계가 없었다. FP는 "중국이 원조의 직접적인 대가로 광물개발이나 원유 시추권을 따낸 사례는 발견하지 못했다"며 "다만 일부 사례가 오해를 낳았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2007년 중국과 콩고민주공화국이 체결했던 구리광산 개발 건이다.
 
당시 양국은 쇠퇴해가는 콩고 구리광산을 재개발하기 위해 중국 수출입은행을 통해 60억달러의 금융지원을 하기로 했다. 약속 금액 중 절반인 30억달러만이 실제로 집행됐으며 이 금액도 중국 기업이 주도하는 인프라 건설 등에 사용됐다. FP는 "중국 기업들의 주 관심사는 자원이 아니었다"며 "오히려 신용이 빈약한 아프리카 지역의 인프라 건설 자금을 마련하려고 정부를 활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이 아프리카의 최대 교역국이긴 하지만 민간차원의 아프리카 투자는 많지 않은 편이다. 오히려 미국 등 경쟁국보다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 2000~2014년 중국의 대아프리카 외국인직접투자(FDI)는 300억달러였다. 2012년 한해 동안 투자된 금액은 20억달러를 겨우 넘는 수준이었다. WP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 부분을 감안해도 중국의 아프리카 FDI는 연간 60억달러 수준으로 80억달러인 미국보다 작다"고 설명했다. 특히 사하라사막 이남 지역에 들어간 FDI 중 중국의 비중은 5% 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프라시장 선점·노동력 확보'가 진짜 목표
 
향후 중국의 아프리카 경제협력 전략 중심에도 서비스산업이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이 최근 중국사회과학원 자료를 인용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중국은 아프리카에서 금융·관광·항공운송·환경보호기술 등 서비스무역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중국내 서비스산업 중심 발전 기조와 함께 향후 아프리카에서 항공 및 건설 산업이 발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깔린 계산이다.
 
아프리카는 향후 10년 이내에 세계 제2의 항공운수 시장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항건설과 항공기계설비, 정보통신설비, 물류, 공항관리시스템 등의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 또한 아프리카가 앞으로 공업화와 도시화, 지역 간 경제통합 등을 거치면 건설수요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중국은 아프리카 기초 인프라 건설에서 프로젝트 기획과 타당성 조사 등을 지원하고 자국 기업과 금융기관이 투자 사업에 참여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라며 "단순한 건설시공 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사전 기획과 개발에 참여하고 설계와 엔지니어링, 사후관리·운영 등 종합적인 건설엔지니어링을 지향한다는 목표"라고 설명했다.
 
인프라 시장 선점과 함께 '저렴한 노동력 확보'도 중국이 아프리카에 진출하는 주요 이유다. 실제로 중국 민간차원에서 아프리카에 적극 진출한 섬유·의복, 신발·우산 제조업 등은 모두 노동집약적 산업이다. 심상형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메이드 인 차이나'의 경쟁력이 하락하자 아프리카의 저렴한 인건비 혜택과 함께 아프리카산 제품에 대한 미국 및 유럽의 관세 혜택을 노리고 많은 중소 민영기업이 진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 에티오피아의 공장 비숙련 노동자의 월급은 비슷한 능력을 지닌 중국인 노동자의 25%에 불과했다. 임금 격차 때문에 8500만개의 일자리가 중국을 떠날 수 있다는 추산도 있다. 아프리카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할 경우 미국과 유럽 등이 아프리카 국가에 제공하는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미국은 지난 2000년부터 '아프리카성장기회법(AGOA)'을 발표해 아프리카 국가들로부터 수입하는 물품에 대한 관세율 및 쿼터를 면제하고 수혜자격이 있는 품목에 대해서는 반덤핑이나 상계제도 등도 적용하지 않고 있다. 유럽연합(EU)도 아프리카·카리브·태평양(ACP)국가의 상품에 대해서는 관세와 쿼터를 부과하지 않는 혜택을 주고 있다.
 
중국은 아프리카 현지 인력 활용을 위해 민관차원에서 함께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화웨이처럼 현지에 직업학교를 여는 곳도 있고 일부 공장은 현지 노동자들을 중국으로 보내 업무훈련을 시키기도 한다. 지난해 말 시진핑 주석이 "(아프리카에서) 20만명의 기술자(technical personnel)를 양성하겠다"고 밝힌 점도 넓게는 같은 맥락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아프리카의 낙후된 직업교육 환경 개선을 돕는 일이자 현지에 진출한 중국 기업에 고급 인력을 제공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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