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성원기자] 금융감독원이 황영기 KB금융 회장에 대해 '직무정지 상당'의 중징계를 내린 가운데 9일 열릴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황 회장에 대한 징계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금감원이 정한 징계수위가 그대로 확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9일 오후 정례회의를 열고 최근 금감원이 상정한 황 회장 징계안건을 심의할 예정이다.
지난 3일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우리은행장을 지낸 황 회장이 우리은행의 파생상품 손실에 책임이 있다고 보고 '직무정지 상당'의 중징계를 결정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부도스와프(CDS)에 15억8천만달러를 투자해 90%가량을 날린 바 있다.
정례회의에 참석하는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주변에서 이런저런 말들이 있지만 여러 의견이 종합적으로 반영돼 결정되는 만큼 아직까지 단언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간 이 문제에 대한 금융당국 수장들의 발언에 비춰볼 때 중징계가 철회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6일 이 문제를 놓고 "황 회장에 대한 징계사유가 있다"고 발언했고, 이틀 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황 회장 징계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며 "금감원의 검사를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현직 금융 최고경영자(CEO) 징계'라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 금융당국 수장들이 이같은 발언을 쏟아낸 것은 사실상 '강경한 입장'으로 해석됐고, 금감원은 예상대로 중징계를 결정했다.
금융위가 '직무정지 상당'의 중징계를 최종 확정할 경우, KB금융을 이끌고 있는 황 회장은 현직 유지에는 문제가 없지만, 연임은 불가능하게 된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금융당국으로부터 직무정지 징계를 받은 인물은 4년간 금융기관 임원으로 선출될 자격을 상실한다. 사실상의 '퇴출 선고'나 다름 없다.
금융위가 중징계를 확정한다면, 막다른 골목에 몰린 황 회장이 법적인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럴 경우 파생상품 투자손실을 둘러싼 책임공방과 황 회장 징계에 대한 적절성 논란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우리금융의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는 미온적인 입장이다. 당초 3일 제재심의위가 황 회장에 대한 중징계를 결정하면 예보가 예금보험위원회를 열고 황 회장 징계안건을 상정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예보는 징계안건을 상정할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고 아직 관련 절차도 남아있다고 밝혔다. 예보 리스크감시지원부 관계자는 "이번 달 안에 황 회장 징계 여부를 결정하는 게 맞다고 본다"면서도 "우리금융과 맺은 양해각서(MOU)를 다시 한번 심의하고 경영협의회를 거친 뒤 금감원과 논의를 해야하는 만큼 시간이 좀더 걸릴 것"고 설명했다.
현 상황에서 9일 예보위가 열릴 가능성은 낮다. 설령 다른 안건 때문에 이날 예보위가 개최된다 할지라도 황 회장 징계안건이 상정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예보측의 설명이다. 통상 예보위는 매월 둘째, 넷째 수요일에 열린다.
예보 기획조정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실무부서에서 황 회장 징계안건을 올리지 않았다"며 "굳이 둘째, 넷째 수요일이 아니라도, 이달 안에 일정을 조정해 예보위를 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박성원 기자 wan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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