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한·일 정부간 합의에 대해 “일본 정부도 역사의 과오를 잊지 말고, 이번 합의의 취지와 정신을 온전히 실천으로 옮겨서 미래 세대에 교훈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3·1절 기념식 기념사에서 이같이 언급하며 “역사를 직시하는 가운데 서로 손을 잡고 한일관계의 새로운 장을 열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스위스 제네바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심의에 참석한 일본 당국자들이 “군이나 관헌에 의한 (위안부) 강제연행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등 한·일 정부간 합의에 역행하는 일본 측의 잇딴 언행을 지적하지 않은 채 ‘합의를 이행하자’는 원론만을 강조하는 데 그쳤다.
대신 박 대통령은 "이번 합의는 피해자 할머니가 한 분이라도 더 살아 계실 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집중적이고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며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박 대통령은 3·1절 경축사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관한 메시지에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박 대통령은 “이제 기존의 대응 방식으로는 북한의 핵개발 의지를 꺾지 못한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며 “앞으로 정부는 대화의 문을 닫지는 않을 것이지만,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이지 않고 변화를 거부하는 한 우리와 국제사회의 압박은 계속될 것이다. 이제 선택은 북한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국회 연설에서 한번도 언급하지 않은 "대화"가 이날 기념사에 들어간 것은 미·중의 타협에 따른 최근의 정세 변화를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지만, 대북 메시지의 강경 기조는 그대로였다.
또 박 대통령은 야당이 테러방지법을 ‘무제한 토론’으로 막고 있는 것을 겨냥해 “테러 위험에 국민 생명과 안전이 노출되어 있는 상황에서 국회가 거의 마비돼 있다"라며 “이럴 때일수록 국민 여러분의 진실의 소리가 필요하다. 이제 국민들께서 직접 나서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기념사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김성수 대변인은 “북핵 문제는 대통령의 단호한 의지만큼 실효적인 정책 마련이 중요하다. 국가 안보와 경제에 미칠 파급 효과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그는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만 합의를 붙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김희경 대변인은 “안보와 민생 위기를 정치권의 탓으로 돌려버린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국민들이 듣고 싶어 하는 진실의 소리는 정부가 경제 실정과 안보위기에 따른 책임을 인정하고, 위기 극복을 위해 힘과 지혜를 모으자는 호소”라고 주장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오전 제97주년 3·1절 기념식이 열린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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