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철 전 대법관(63·사법연수원 8기)이 변호사 등록문제를 두고 변호사단체와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2009년 '촛불집회 재판 개입 사건' 논란이 재점화 될 것으로 보인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신 전 대법관은 지난달 말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한규)의 개업신고 반려 건에 대한 유권해석을 직접 법무부에 의뢰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 전 대법관은 대법관 퇴임 후 변호사 입회신고와 등록을 신청했으나 서울변호사회는 이를 지난달 18일 반려했다. 군법무관 재직시절인 1981년 4월9일 변호사로 등록했으나 변호사로 활동하지 않고 곧바로 법관으로만 활동한 뒤 35년이 흘렀기 때문에 심사를 다시 받는 것이 합당하다는 이유에서다.
신 전 대법관이 군법무관시절 등록한 것을 유효한 것으로 보고 심사 없이 등록절차를 받아들일 경우 법조일원화가 정착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변호사출신 법관들이 퇴임 후 변호사로 재등록할 때 사실상 심사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이유도 반려의 주요 근거다.
신 전 대법관이 법무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이유는 서울변호사회의 반려를 공식적으로 반박하기 위한 수순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변호사 등록과 관련한 본질적인 문제는 신 전 대법관의 전력이라는 지적이 많다.
그는 2009년 2월23일 서울중앙지법원장 재직 당시 광우병 촛불집회로 기소된 사람들에 대한 '촛불집회 재판 몰아주기 배당' 의혹에 휘말린 데 이어 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형사단독판사들에게 촛불집회 재판을 독려하거나 시국이 어수선하다며 관련 피고인 보석결정을 신중히 하라고 지시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되면서 사법부를 사상 절체절명의 위기로 몰고 갔다. 그가 대법관으로 취임한 지 닷새만이었다.
당시 소장판사들 중심으로 '평판사회의'가 열리고 법원 내부게시판에는 연일 신 전 대법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결국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의 지시로 김용담 당시 법원행정처장을 단장으로 하는 진상조사단의 조사가 시작됐다.
신 전 대법관은 조사에서 이 대법원장에 대한 업무보고사항을 촛불집회 재판 담당판사들에게 전달했을 뿐 재판에 개입하거나 압력을 행사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조사단의 진상조사 결과는 달랐다. 신 전 대법관이 촛불재판을 담당한 판사들에게 반복적인 이메일이나 전화를 통해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행동을 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 대법원장은 사건을 징계위원회가 아닌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위원장 최송화)에 회부했다. 그 결과 윤리위는 신 전 대법관의 행위가 "외관상 재판 관여로 인식되거나 오해될 수 있는 부적절한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면서도 "사법행정권 행사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결론냈다. 법관으로 구성된 진상조사단의 조사결과 보다 뒤로 물러선 것이다.
이후 윤리위는 이 대법원장에게 경고나 주의조치를 건의 했고 이 대법원장은 신 전 대법관에 대해 '엄중경고'를 조치했다. '봐주기' 논란이 일었지만 이내 사건은 일단락됐다.
신 전 대법관이 이 대법원장으로부터 받은 '엄중경고'는 법관징계위원회에서 결정된 것이 아닐뿐더러 정직·감봉·견책 등 징계의 종류도 아니기 때문에 변호사법상 등록제한 사유인 징계가 아니다.
그러나 판사들로부터 '사법부 최대의 치욕'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는 당시 사건은 직무와 정면으로 연관된 비위사실이라는 게 법원 안팎의 분석이다. 또 현직 대법관에 대한 전무후무한 경고조치는 사실상 징계에 버금간다는 해석도 비등하다. 법관징계법은 '법관이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거나 직무를 게을리한 경우'와 '법관이 그 품위를 손상하거나 법원의 위신을 떨어뜨린 경우'를 징계사유로 정하고 있다.
이 대법원장도 2009년 5월13일 "신 대법관의 행동으로 인하여 법관들이 마음에 상처를 받고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손상되는 결과가 초래된 점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며, 이번 일을 계기로 법관의 재판상 독립이 보장되도록 법관들과 함께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의 유권해석으로 군법무관시절 변호사 등록문제가 신 전 대법관에게 유리하게 풀리더라도 서울변호사회와 대한변호사협회(회장 하창우)의 등록심사에서 이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전면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김한규 서울변호사회장도 "신 전 대법관이 받은 '엄중경고' 조치는 법관의 독립, 재판의 독립 침해가 원인이었기 때문에 심사의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부의 유권해석은 이번주 중 결정될 전망이다.
촛불재판 개입 파문으로 동료후배 법관들로부터 ‘자진사퇴’ 압박을 받았던 신영철 전 대법관이 지난 2009년 5월20일 오후 서 울 서초동 대법원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공세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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