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안(테러방지법)’에 대한 찬성 의견서를 제출한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하창우)가 정치적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김종철(56·사법연수원 26기) 대한변협 인권이사가 사임 의사를 밝혔다.
대한변협 내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김 이사는 26일 집행부에 이메일을 보내 사임 의사를 밝혔고, 대한변협 인권위원회 간사를 통해 인권위원들에게 "면목 없다"는 말과 함께 이같은 사실을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이사가 사퇴 이유를 명시적으로 밝힌 것은 아니지만 대한변협이 지난 24일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제출한 테러방지법안에 대한 찬성 의견서 때문으로 보인다.
테러방지법은 현재 인권 침해 독소조항 논란과 함께 여야가 법안처리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 중이지만 대한변협이 찬성 의견서를 제출하기까지 주무 이사인 김 이사는 이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복수의 대한변협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테러방지법 찬성 의견서는 의견제출과 관련한 정상적인 의결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변협의 공식 해명은 이번 의견서가 하창우 협회장과 법제이사를 포함한 임시 상임이사회의를 걸쳐 국회에 제출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의견서의 내용과 제출 사실을 알았던 임원은 하 협회장을 포함해 극소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변협 상임이사는 하 협회장과 부협회장 10명, 상임이사 15명 등 총 26명이다.
대한변협은 이에 대해 "상임이사회는 협회장의 자문기구이므로, 법안 의견서를 제출하는 것을 승인받을 의무는 없을 뿐만 아니라 실무적으로 법안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할 때 상임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제출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한변협회칙 5조는 '법령의 제정과 개폐, 법제도의 운영과 개선 기타 모든 분야에 걸쳐 대한변협의 설립목적에 비춰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의견을 발표하거나 건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20조는 '5조에 의한 의견발표 또는 건의에 관한 중요사항'은 이사회의 의결사항으로 정하고 있다.
물론 대한변협의 전체 이사는 100여명에 달하기 때문에 긴급한 법안에 대한 의견서 제출 등을 전체 이사회를 열어 의결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때문에 기존 대한변협 집행부에서는 상임이사회를 거쳐 이를 의결해왔다.
대한변협 집행부를 비롯한 상임위원회 위원들로부터도 이 같은 문제를 두고 여러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임원은 "의견서 제출 사실을 언론을 통해 알게 됐다"며 "절차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임원은 "테러방지법 찬성 의견을 냈다는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주무 부서인 인권이사와 인권위원회 위원들도 모르는 상태에서 의견서 제출이 이뤄졌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 대한변협 임원인 한 변호사는 "법안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할 경우 이전 집행부에서는 아무리 급하더라도 임시 상임위원회를 소집해 의결을 거쳤다"며 "협회장을 비롯한 일부 임원들의 독주는 지양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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