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축구대표팀의 울리 슈틸리케 감독과 올림픽 축구대표팀의 신태용 감독이 손흥민(토트텀)과 권창훈(수원) 등의 '중복 차출'을 막기 위해 소통 중이다. 과거 뛰어난 몇몇 선수들이 두 팀 사이 미묘한 신경전의 희생양이 됐던 것과 비교할 때 효율적인 모습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오는 24일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레바논전과 27일 태국 원정 평가전에 나설 선수 23명을 14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발표했다. 이후 곧바로 같은 장소에서 신태용 감독이 오는 25일 이천종합운동장과 28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치를 알제리와의 두 차례의 평가전에 나설 23명의 선수 명단을 공개했다.
눈에 띄는 건 손흥민의 올림픽대표팀 '와일드카드' 발탁 전략이다. 슈틸리케 감독과 신태용 감독은 손흥민을 리우 올림픽에 집중시키는 쪽으로 합의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엔 손흥민을 대표팀에 부르지 않는다"면서 "대신에 올림픽 본선 때 올림픽대표팀으로 보내달라는 공문을 토트넘 구단에 보냈다"고 밝혔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한 의무 차출 규정이 있는 A매치 기간엔 대표팀에 뽑지 않을 테니 나중에 와일드카드 선발이 유력한 손흥민의 올림픽대표팀 소집을 토트넘 측에 촉구한 것이다. 토트넘도 이러한 방침에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신태용 감독은 "슈틸리케 감독님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신다고 해서 손흥민과 관련해 토트넘에 협조를 부탁했다"며 "슈틸리케 감독과 의논한 뒤 결정하게 됐다. 슈틸리케 감독님과 나를 비롯해 축구협회의 업무 조율이 없다면 올림픽에 데려갈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지난 1월 올림픽대표팀의 8회 연속 본선 무대 진출을 이끈 권창훈도 재차 올림픽대표팀에 승선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당시에도 슈틸리케 감독과 신태용 감독은 발표에 앞서 미리 몇 차례 만나 권창훈을 올림픽대표팀에만 뽑는 것으로 결정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권창훈이 대표팀 핵심 선수인 것은 맞지만 올림픽대표팀의 좋은 결과를 위해 본선이 끝날 때까지 배려하려 한다"고 털어놨다.
K리그 베테랑인 이동국(전북)은 유명세를 타던 1998년 당시 청소년대표팀부터 올림픽과 성인 축구대표팀을 같은 시기에 오갔다. 이 때문에 일찌감치 무릎이 일찍 망가진 사례로 꼽힌다. 뒤이어 박주영(서울)과 윤빛가람(연변) 등 어린 나이에 두각을 나타낸 선수들도 매번 여러 대표팀에 중복 차출돼 혹사 논란에 시달렸다.
조광래 감독이 대표팀을 이끌던 2011년엔 지동원과 홍정호(이상 아우크스부르크)를 비롯한 어린 선수들의 중복 차출 논란이 거세져 대한축구협회가 이를 중재해야 한다는 여론의 압박이 잇따르기도 했다. 그에 비하면 지금의 슈틸리케 감독과 신태용 감독의 체제에서는 소통이 원활한 모습이다. 축구대표팀 코치를 겸업하고 있는 신태용 감독의 특수한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도 분석된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지난해 7월17일 경기도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하나은행 K리그 올스타전 팀 최강희-팀 슈틸리케'의 경기에서 축구대표팀의 울리 슈틸리케 감독(오른쪽)과 축구대표팀 코치 겸 올림픽 축구대표팀 수장을 맡고 있는 신태용 감독이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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