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국내 공공공사 시장에서 종합심사낙찰제(이하 종심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300억원 이상 공공공사에 적용되는 이 제도는 지난달 조달청에 이어 이달부터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도 본격 시행되고 있다.
종심제는 낙찰자 선정 시 가격점수 이외에 공사수행능력, 사회적 책임점수를 합산해 최고점수를 얻은 입찰자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최저가낙찰제로 인한 덤핑낙찰, 부실공사 등의 문제를 개선하고, 건설업계의 고용·공정거래 등 사회적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됐다.
올해 LH, 도로공사, 수자원공사, 철도시설공단 등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이 신규로 발주하는 공공공사 규모는 총 1689건, 금액으로는 20조9000억원에 달한다. 이중 국토부는 기술형 입찰 사업을 제외한 71건(7조9000억원)에 대해 종심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특히 경제활성화 및 건설경기 회복을 위해 절반가량을 상반기 중 조기 발주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토목 공사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려는 건설사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공사수행능력과 입찰금액에 대한 배점이 압도적이어서 임금체불 해소, 고용 안정 등 건설업계의 고질병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종심제 심사분야는 공사수행능력, 입찰금액, 사회적책임, 계약신뢰도 등 크게 4부분으로 나뉜다. 이중 공사수행능력과 입찰금액 점수를 합한 총점은 100점이다. 사회적책임 점수는 최대 1점이 가점되며, 계약신뢰도 부분은 감점 요인으로만 작용한다. 사회적책임 점수는 인력고용 및 안전, 공정거래 각 0.2점, 지역경제기여도 0.4점의 가점을 부여한다.
공사수행능력과 입찰금액에서만 만점을 받으면 사실상 나머지 부분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최저가낙찰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동안 건설업계의 고질병으로 지적돼 온 임금체불 해소 문제도 개선되기 어렵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고용창출을 많이 하고 임금체불을 하지 않는 기업에 가점을 줘 건설사들의 사회적책임을 강화한다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배점이 최대 0.4점에 불과해 실효성이 적다는 것이다.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임금체불 횟수가 155건에서 올해 210건으로 증가해 건설고용지수 전체 평균 점수가 0.200점에서 198점으로 하락했다. 건설고용지수는 공정거래, 건설안전 지수와 함께 종심제의 사회적 책임점수(가점 1점)를 구성하는 지표다.
이 때문에 전문건설업계를 중심으로 사회적책임 배점을 더 높여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 전 업종을 통틀어 가장 높은 수준인 건설업계의 임금체불률은 산업재해율과 함께 고질병으로 지적되는 부분이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건설사들이 늘면서 임금체불 규모는 더욱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앞서 지난 1월 조달청은 종심제 심사세부기준안 설명회를 통해 중소 및 지역건설사들의 입찰참가기회 확대 방안을 배점으로 반영했지만, 당초 배정된 점수가 최대 1점으로 적어 종심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일부분에 그치고 있다.
중소건설업계 관계자는 "종심제 배점 문제는 이미 지난해 종심제 시범사업에서도 계속 지적됐던 사항"이라며 "공공공사 수주전에서 입찰가격이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대형사 입장에서는 임금체불이나 고용 안정 등 사회적책임에 대한 관심이 적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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