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미래먹거리 점검)①포스트 스마트폰 'VR'…"선점은 빨리, 투자는 길게"
IT강자들로 시장은 각축전…삼성, 페이스북과 동맹 맺고 전사적 역량 투입
2016-03-15 17:25:24 2016-03-15 17:25:27
반도체·스마트폰·가전 등 3대 축을 중심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난 삼성의 고민거리는 '미래'다. 각 제품군에서 세계 1위에 올랐지만 과거 삼성이 일본을 추격했던 것처럼 중국의 성장세가 무섭다. 기존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효자 제품들의 시장은 이미 글로벌 기업들의 격전지가 됐거나 높은 가성비를 내세운 중국 기업들에게 자리를 내줘야 할 판이다. 언제라도 추월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은 그래서 현재진행형이다. 그 핵심에 가상현실(VR)·바이오·자동차부품(전장)이 있다. 태동하고 있는 VR 시장은 스마트폰 이후의 새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고,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바이오 시장도 삼성으로서는 놓칠 수 없다. 업종의 경계를 허물며 글로벌 기업들이 스마트카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주요 완성차 업체들을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한 전장사업 경쟁력도 필수다. 이에 <뉴스토마토>는 16일부터 3회에 걸쳐 삼성의 미래 먹거리인 VR·바이오·전장 사업이 어떤 수준에 이르렀는지 점검하고, 미래를 전망한다.(편집자)
 
[뉴스토마토 김민성기자] '효자' 노릇을 하던 스마트폰이 성장 정체를 겪자 삼성은 'VR(가상현실)'을 차세대 수익원으로 지목했다.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갤럭시S7 공개행사에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삼성전자의 모바일 하드웨어와 페이스북의 가상현실 소프트웨어로 세계 최고의 VR을 구현하겠다"는 말을 던지면서 VR은 전세계 IT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이 같은 'VR동맹' 이면에는 결국 플랫폼 선점과 콘텐츠 확보가 우선이라는 메시지도 담겨있다. 일각에서는 단기적 투자만으로는 삼성이 '제2의 모바일 혁명' 주인공이 될 수 없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감지된다.
 
전사적 역량 투입…이재용의 특명 “VR시장을 선점하라”
 
삼성이 VR에 관심을 가진 것은 지난 2005년부터다. 당시 스마트폰 대신 피처폰(일반 휴대폰)을 결합한 기기를 개발한 바 있다. 미국에 관련 특허도 출원했지만 피처폰의 한계로 가상현실 기술을 구현할 만큼 뛰어나지 않아 상품화에 실패했다. 이후 2013년 '갤럭시S4'를 이용한 기어VR 시제품을 개발했고, 미국 가상현실 기술회사 오큘러스(Oculus)와 협업을 통해 지금의 기어VR이 탄생했다.
 
전사적 역량을 투입한 시기는 지난해부터다. 지난달 17일 삼성 사장단 회의에서는 삼성 VR최고 전문가로 알려진 구윤모 무선사업부 기술전략 전무가 직접 강의에 나섰다. 이날 강연과 체험행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VR 사업 강화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아울러  삼성그룹 내 투자전문회사인 삼성벤처투자 역시 VR에 지속적인 투자를 진행하는 등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장밋빛 시장? “장기투자·플랫폼 구축 없으면 도루묵” 
 
VR 시장은 이미 구글, 애플, 소니 등 글로벌 IT 강자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오는 2020년 3900억원, 2030년에는 1조4000억원에 육박하는 VR시장이 열린다는 보고서도 쏟아지고 있다. 장밋빛 전망만큼 현실은 녹록치 않다. 한발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는 삼성전자도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부족함을 인정한다. 지난 11일 목동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가상현실 전문가 포럼'에서 안진호 삼성전자 과장은 "VR에 탑재되는 HMD(Head Mount Display)의 착용감을 해결하는 것뿐만 아니라 어지러움을 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대 과제“라며 "기기 디자인을 안경 형태로 개선하는 한편 영상품질은 WQHD(WideQuad HD, 2560x1440)에서 8K로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페이스북과 ‘VR동맹’을 외쳤지만 협업이 지속될 지도 미지수다. 페이스북과의 동맹이 플랫폼 구축을 위한 기초작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VR 산업이 초기 단계다 보니 두 회사의 니즈(Needs)가 맞아떨어진 것”이라면서 “(VR시장의 수익성이) 정상궤도에 올라서면 협업이 깨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시장처럼 중국이 저렴한 VR 기계를 만들 수 있게 되면 협업의 상대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VR은 단기 투자보다 ‘긴 호흡’을 필요로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콘텐츠(Contents), 플랫폼(Platform), 네트워크(Network), 디바이스(Device) 등 이른바 'CPND'의 결합이 안정화 단계에 도달하려면 1~2년 내에는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현대원 한국VR산업회장(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은 “삼성전자 임원의 임기와 VR 투자기간이 같아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전세계 주요 IT업체들의 VR 기기 투자내역. 자료/한국투자증권
 
김민성 기자 kms07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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