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성·이종호기자]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에 '인사혁신' 바람이 거세다. 인사체계를 단순화해 직급보다는 '직무'에 무게를 두면서 수평적 기업문화를 만들겠다는 게 주된 목적이다. 시장 변화 속도를 따라가기 위한 자체적인 체질 개선 대책이다. 한계론도 나온다. 수십년간 상명하복의 관료제를 바탕으로 성장한 기업이 인사혁신으로 조직문화를 한 번에 바꾸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차세대 인사제도 도입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의 5단계 직급체계를 '사원-선임-책임-수석'의 4단계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차장과 부장은 ‘수석’으로 합치고, 과장은 ‘책임’, 대리는 ‘선임’으로 호칭이 바뀐다. '관리의 삼성'이라는 수식어를 떼고 스타트업처럼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다. 인사평가체계도 기존의 연공서열에서 벗어나 철저하게 능력과 효율성 위주로 바꾸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삼성은 몇몇 계열사에서 이 같은 인사개편을 진행해왔다.
삼성화재(000810)는 지난 2013년부터 '사원-선임-책임-수석'의 4단계 직급체계를 적용하고 있다.
삼성생명(032830)도 3월말부터 같은 직급체계를 적용할 예정이다. 삼성 계열사 한 관계자는 "직급 단순화를 통해 인사적체가 상당부분 해소됐고, 연공서열 관념이 희석됐다"며 "완전하진 않지만 수평적 의사소통이라든지 능력이 있는 사람은 연공서열에서 밀리더라도 과감히 중요한 역할을 맡는 분위기는 안착된 편“이라고 말했다.
LG전자도 내년 초부터 인사 체계를 직급 위주에서 직책 위주로 전환한다. 팀원, 팀장, 파트장, 프로젝트리더, 담당 등 역할을 강조한 호칭을 적용한다. 다만 혼란을 막기 위해 기존 직급제를 아예 없애지는 않는다.
삼성과 LG 핵심 계열사들의 ‘인사혁신’ 바람은 다른 대기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미 신세계, 롯데그룹 등 유통업계와 SK텔레콤은 호칭·서열파괴 등을 적용했다. 이처럼 재계 전반에 수평적 기업 문화가 확산되는 것은 빠르게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의 방증이다.
반면, 인사혁신의 효용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다. 실패한 기업도 있다. KT는 5년간의 ‘매니저 제도’를 포기하고 지난 2014년 기존 직급체계로 돌아갔다. 한 관계자는 “호칭이 달라진다고 연공서열이 무시되진 않는다”며 “급격한 변화가 오히려 내부 혼란과 구조조정이라는 후폭풍으로 돌아왔다”고 꼬집었다.
이미 비대한 조직에서 인사 직급 하나를 달리 한다고 의사결정이 빨라질 것이라는 예상도 본질을 무시한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장은 "무한경쟁 시대에서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조직 규모보다는 회사의 사업 특성과 조직구조를 고려해야 한다"며 "전사 일괄적인 직급체계보다는 직군별 업무 특성에 따라 차별화되고 다양한 직급 설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삼성 서초사옥. 사진/뉴시스
김민성·이종호 기자 kms07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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