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성기자] 삼원계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지급을 둘러싼 한·중 간의 신경전이 팽팽하다. 보조금 금지를 결정했던 중국의 조치를 풀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안정성 평가'를 거쳐야 하는 까닭에 기술 유출에 대한 한국 측의 우려도 커졌다.
중국 정부는 지난 1월 전기차 배터리로 많이 쓰이는 삼원계 배터리의 안정성을 이유로 자국 기업들이 주로 생산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만을 전기버스 보조금 지급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삼성SDI(006400)와
LG화학(051910) 등이 생산 중인 삼원계 배터리는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지난 17일에는 우리정부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통상장관 회담에서 배터리 보조금 정책 변경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서 상황은 일단락됐다. 내달 중 한국 기업의 참여 아래 안정성 평가를 마치고, 그 결과에 따라 보조금 지급 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게 중국의 입장이다.
문제는 중국 측이 제시한 안전성 평가다. 이번 평가는 중국산 배터리와 한국산 배터리를 두고 안정성, 기술력 등을 세부적으로 살피는 자리다. 이 과정에서 배터리 핵심부품이나 기술이 공개된다. 28일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기술이 유출될 우려가 있다"며 중국 측 제안을 경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오는 4월에 보조금 지급 여부는 전적으로 중국 정부에 달려있다”며 “일정을 차일피일 미루게 되면 배터리 관련 세부기술도 유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전기연구원 관계자는 “기술별로 특허가 지정돼 있어 당장 문제가 불거지진 않겠지만 기술 유출은 여러 통로를 통해 가능하기 때문에 항상 경계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한국의 배터리 기술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안정성 평가를 제시했다는 설명이다.
만약 중국 정부가 보조급 지급 중단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국내 기업들은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 특히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은 중국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의 증설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조남성 삼성SDI 사장은 지난 11일 제46기 정기 주주총회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재 시안공장을 가동하고 추가 증설을 계획하고 있지만 중국의 삼원계 이슈가 빨리 해결해야 전체적으로 공장 가동을 확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논란이 통상 문제로까지 불거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 10년간 국내 배터리 제품이 중국에서 사고를 낸 적이 한 번도 없는 등 안전성을 문제 삼을 이유가 없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지난해 10월 22일(현지시각) 중국 시안에서 열린 삼성SDI 시안 전기차 배터리 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조남성 삼성SDI 사장과 지앙펑 산시성 공업 부성장, 장원기 중국삼성 사장 등 내빈들이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민성 기자 kms07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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