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인간과 기계의 세기의 대결로 장안이 떠들썩했다. 모든 언론매체에서는 승부를 떠나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에 큰 관심을 보였고, 많은 사람들이 승부에 내기를 거는 모습도 눈에 띠었다. 여러 언론사에서는 인간과 기계, 또는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로 대서특필하였다. 기계란 에너지를 이용하여 원하는 작업을 수행하는 하나 또는 여러 개의 부품으로 구성된 인간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도구를 뜻한다. 기계는 기계적, 화학적, 열적 또는 전기적 방법으로 동력을 얻는다. 움직이는 부품이 있는 도구를 기계로 분류하기도 하지만, 전자제품의 출현으로 움직이는 부품이 없는 동력 도구도 넓은 의미의 기계의 범주로 포함시키게 되었다.
수십만 전에 인류가 최초로 사용한 돌도끼는 날카로운 날 부분을 이용하여 힘을 분산 시켜 짐승 가죽을 벗기거나 땅을 파고 나무를 자르는 등 편리한 도구로 사용되어 온 기계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하찮은 나무막대기 하나도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하는 단순한 기계라고 볼 수도 있다. 자동차, 비행기, 우주선은 물론이고 TV, 냉장고, 스마트폰, 컴퓨터, 로봇 등 인간이 만들어 낸 모든 제품을 기계에 포함시킬 수 있다.
세계 최고의 바둑 고수인 이세돌과 세기의 대결을 벌인 알파고를 기계라고 부르는 것도 크게 어색한 일은 아닌 것 같다. 알파고는 영국의 구글 딥마인드사에서 개발한 컴퓨터 바둑 프로그램으로서, 1920개의 CPU(중앙처리장치)와 280개의 GPU(그래픽처리장치)가 연결된 분산형 컴퓨터에서 운영된다. 컴퓨터의 하드웨어 측면에서만 보면 슈퍼컴퓨터 중에서 보통 수준에 지나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딥러닝(심화학습)이라고 하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세계 최고의 바둑 기사인 이세돌에게 도전하여 승리를 거두었던 것이다. 알파고가 비록 소프트웨어이지만 컴퓨터라고 하는 하드웨어 없이는 운용되지 못하므로 기계와의 대결이라는 표현도 무리가 없는 것 같다.
이번 대결 이전에도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IBM의 딥블루가 체스 챔피언을 꺽은 사례가 있었다. 그러나 바둑은 체스에 비해 경우 수가 너무 많아 이전의 컴퓨터 바둑 프로그램으로는 프로 바둑기사를 이기지 못했는데, 알파고가 최초로 승리를 거두게 됨으로서 인공지능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더욱 증폭시키게 되었다.
인공지능기술은 인간의 지각, 추론, 학습 능력 등을 컴퓨터를 이용하여 구현함으로서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인공지능은 1950년대에 최초로 정의되고 학문으로 연구되기 시작하였으며, 60~70년대에는 한계에 봉착하여 잠시 주춤하다가 80년대 다시 각광을 받게 되어 90년대에 들어 산업 현장에 응용되게 되었다. 2000년대 이후에 기계학습과 패턴인식 기술이 발달되면서 본격적으로 실제 생활에 적용되기 시작하여, 지능형 로봇/자동차, 지능형 금융/법률 서비스, 지능형 비서, 지능형 감시 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응용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서는 우리 사회 삶의 만족도와 사회적 신뢰를 향상시켜 줄 올 해의 10대 미래 유망기술을 선정·발표하였다. 10대 기술은 『빅데이터 기반의 사기 방지 기술』, 『온라인/모바일 금융 거래 보안기술』, 『사물인터넷보안기술』, 『사물인터넷 정보기술』, 『딥러닝 기반 디지털 어시스턴트』, 『여가용 가상현실기술』, 『정신건강 진단·치료기술』, 『인간 교감 소셜 로봇』, 『빅데이터 기반 감영병 예측/경보 시스템』, 『시스템 기반 미세먼지 대응기술』 등이다. 모든 유망기술들이 인공지능 기술이 기반이 되고 있음이 눈에 띈다.
인류는 돌도끼라고 하는 단순한 도구를 사용한 이래로 이제는 우리의 지적 수준을 뛰어 넘는 인공지능을 지닌 기계의 출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은 빠르게 확산되면서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의 원동력으로서 긍정적인 기대 뿐 아니라,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대체, 인간생활의 통제 등 부정적인 영향도 눈여겨봐야 한다. 아마존, 구글, IBM,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거대한 기업들은 산업시장에서 인공지능에 대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엘런머스크, 스티븐 호킹, 빌 게이츠 등 전문가들조차도 인공지능의 위험성과 인류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표현한 바 있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이 과학기술 측면 뿐 아니라 인문사회학적인 측면에서도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에 대한 심층적인 검토 분석을 통하여 긍정적인 영향을 극대화하여야 할 것이다.
김완두 (한국기계연구원 영년직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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