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산업이 미래 먹거리로 부상하면서 골프 대중화가 화두로 떠올랐다. 골프를 산업적 관점에서 접근해 보다 많은 일반인들도 골프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이 골프 대중화론의 골자다. 골프는 한국 사람들에게 이제 꽤나 익숙한 스포츠이지만 아직까지 '보는 스포츠'에 그치고 있다. 한국 골퍼들이 해외에서 선전하는 것과는 별개로 국내에서 일반 대중이 골프를 즐기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과연 골프의 대중화를 가로막고 있는 주 원인은 무엇이며 해결책은 또 어떻게 모색해야 할까. 골프를 진정한 의미의 국민 스포츠, 생활 스포츠로 자리 잡게 하는 데 필요한 것은 과연 무엇인지 짚어본다.(편집자주)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이제 골프는 외국영화에서나 보던 낯선 스포츠가 아니다. 사회 일부 계층이 탁 트인 들판에서 "나이스 샷"을 외치던 TV속 드라마 장면처럼 '그들'만의 여가도 아니다. 국내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골프장 수가 급격히 증가했으며 스크린 골프 등 대중 여가 활동으로서의 골프 수요도 상승했다.
지난 2월2일 대한골프협회가 내놓은 '2014 한국골프지표'를 보면 20세 이상 인구 3996만명 중 골프 인구는 약 619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꿔 말하면 성인 10명 중 1~2명이 골프를 생활 스포츠로 즐기고 있다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운동과 친숙하지 않은 인구도 포함됐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생활 스포츠로서의 골프 위상이 한층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이들의 골프 경력을 따져보니 3~5년간 골프를 즐긴 비율이 28.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최근 5년 사이에 국내 골프 배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일부 상류층만 즐기던 스포츠에서 생활 밀착형 스포츠로 바뀌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같은 조사를 보면 2012년에는 470만명이 골프를 즐긴다고 답했는데 2014년에 531만명이 골프를 친다고 답했으니 약 61만명의 골프 인구가 늘어난 셈이다. 특히 골프를 배울 의사가 있다고 답한 '잠재적 골프 인구'가 1334만명(39.5%)으로 나타난 게 주목된다. 성인 10명 중 4명이 골프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돼 이들이 실질적으로 골프 인구가 될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특히 다른 환경의 골프 코스를 즐기기 위해 2014년 한 해에만 약 113만명이 해외로 골프를 치러 나간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골프의 대중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골프장 수요가 많아지는 만큼 가격을 내려 더 많은 사람이 골프를 편한 스포츠로 접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이다. 이런 요구에 발맞춰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한 정부 차원에서도 골프 대중화를 위한 다각적 검토를 하고 있다. 문체부가 지난해 12월 펴낸 '2014 스포츠산업백서'에 따르면 전국의 골프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주된 관심사로는 접근 용이성과 시설 규모 등이 꼽힌다. 문체부는 참여 스포츠 활동 중에서도 최근 10년 사이 변화가 가장 두드러지는 산업 영역이 골프산업이라고 보고 있다. 2014년 기준으로 약 492개의 골프장이 영업 중인 것으로 확인됐는데 흥미로운 건 이 가운데 이용료 3만원대의 골프장도 등장했다는 점이다. 가격 면에서의 접근성이 낮아지면서 더는 '고가 정책'만으로는 골프장 운영에서 살아남기 힘들게 됐다. 이른바 '대중 스포츠'로의 발판이 마련된 분위기다.
골프 대중화와 골프 인구의 확장으로는 스크린 골프도 빼놓을 수 없다.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는 스크린 골프장이 늘어나면서 20~30대 젊은 층의 골프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문체부는 이를 골프 산업으로 규정해 3만명 이상의 신규 고용 효과와 연간 1조7000억 이상의 시장규모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로 접근하는 중이다. 해외 사례를 보자면 미국 통계청 조사 결과 2014년 기준으로 35만8100명이 골프장에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를 봤을 때 2014년 기준 전국에 496개의 등록체육시설업이 운영 중인데 이 중 골프장이 474개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나 미국 사례와 비슷한 고용 유발 효과도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스크린 골프는 단순한 실내 골프가 아닌 선수들의 훈련에도 사용되고 있으며 생활체육으로 지속해서 확장되고 있다는 게 골프 업계의 관측이다. 스크린 골프의 뒤를 이어 스크린 야구나 스크린 승마 등 다른 종목으로의 확대도 이뤄지고 있는데 모두 스크린 골프의 성공에서 비롯된 효과다.
골프의 대중화에 기여한 여러 요소 중 국내 선수들의 위상이 달라진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과거 구옥희의 일본여자프로골프 진출 이후 박세리, 김미현이 미국여자프로골프에 진출했으며 최근에는 박인비, 신지애, 최나연, 김효주, 유소연 등이 미국 무대를 휩쓸고 있다. 이들은 이른바 '세리 키드'로 불리는데 1998년 박세리 이후 TV 중계가 시작된 골프는 이런 상승세 속에서 더욱 더 대중과 친숙한 스포츠로 사랑받고 있다.
케이블 스포츠채널에서도 골프는 '킬러 콘텐츠'로 분류돼 끊임없이 중계되고 있다. 문체부에 따르면 이를 통한 스폰서십 등 골프 연관 사업도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16 리우올림픽에서 골프가 다시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됐는데 방송국과 골프 업계는 이를 두고 쾌재를 불렀다는 후문이다. 전체 올림픽 종목 중에서도 '태극 낭자'의 활약이 예상되는 골프는 시청률이 보장된 종목으로 꼽힌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철저히 시청률로 움직이는 게 방송사인데 후발 주자로 분류되는 골프 전문 채널이 속속 등장하는 것은 그만큼 산업적인 면에서 평가가 나쁘지 않다는 것"이라며 "단순히 선수들 대회만 중계하는 것이 아니라 선수들의 원포인트 레슨이나 스크린 골프 대회까지 중계하고 있는데 이 모두 시청률 면에선 나쁘지 않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돈이 돌고 수익이 나오니 대회 수가 늘어나는 것도 당연하다. 그만큼 관심을 받기 때문이다. 2014년에는 총 25개의 한국여자프로골프 대회가 열렸으며 총 상금규모는 152억원이었다. 최경주, 배상문, 노승렬, 나상욱 등 여자골프보다는 다소 성적이 좋지 않지만 남자프로골프의 확대도 덩달아 이뤄지고 있다. 2014년 한국남자프로골프 대회는 총 14개가 열렸으며 총 상금규모는 91억원에 달했다. 대회들 모두 골프 인기 상승과 '대중 노출'이라는 면에서 기분 좋은 효과를 거뒀다.
이러한 인지도 상승으로 골프는 단순히 '보는 스포츠'에서 벗어나 '하는 스포츠'로 확실히 옮겨가는 분위기다. 주말이면 수도권 인근 골프장이 인산인해를 이룬다는 소리가 들린다. 과거 사업적인 모임이 주를 이뤘던 것과는 달리 최근에는 친구들과 가볍게 즐기는 인구도 많아졌다는 평가다. 한 수도권 골프장 관리인은 "2년 전만 하더라도 이 정도로 사람이 많이 오거나 하지는 않았다"면서 "친구끼리 오는 경우도 많은데 요즘은 가족끼리 와서 부부가 즐기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고 전했다.
하지만 골프의 대중화에 따른 반대급부도 있기 마련이다. 골프 인구가 증가하면서 값비싼 회원제 골프장은 오히려 수익이 급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제는 골프장이 직접 발 벗고 나서 고객을 유치하는 시대가 왔다는 게 골프 업계의 목소리다. 저렴한 대중 골프장의 필요성이 점차 대두하며 폭발적으로 늘어난 평일 스크린 골프 인구를 주말 필드 인구로 오롯이 옮겨오는 게 화두다.
이와 관련해 정부도 빠른 행보를 하고 있다. 문체부는 최근 "골프 산업이 스포츠산업 매출액의 38%를 차지하며 매출규모만 15조원에 달한다"면서 "스포츠산업의 핵심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골프 대중화를 더욱 촉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골프 대중화를 통한 골프 산업 육성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덧붙였다. 특히 회원제 골프장을 대중골프장으로 바꾸자는 게 현재 골프 정책을 관장하는 쪽의 일관된 주장이다. 대중 속으로 더욱 파고들어 스포츠산업의 거대한 한 축으로 키워내자는 취지다. 소득이나 문화적 측면에서 변화의 바람을 타고 골프 인구가 늘고 있으니 이에 맞춰 더 많은 인구가 유입될 수 있도록 정부나 골프 업계가 합심해 골프 인구 증가에 힘을 불어넣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6 한국 골프 종합 전시회'에서 참가자들이 골프 용품을 이용해 실내 골프를 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 미라지 미션힐스컨트리클럽에서 열린 ANA 인스피레이션 3라운드에서 전인지가 드라이브샷을 하고 있다. 사진/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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